농업과 식량/식량안보 대응

입맛은 밀 옥수수 찾는데.. 자급률 1% 미만 (매일경제)

곳간지기1 2008. 3. 14. 00:08

입맛은 밀ㆍ옥수수 찾는데… 자급률 1% 미만
전문가 "곡물충격 심각할 것"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면서 곡물 조달에 비상이 걸렸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밀가루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은 물량이 없어 돈을 줘도 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 규제에 나서는 등 식량 내셔널리즘 움직임을 보인다면 국내 물가는 물론 우리 식단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옥수수 밀 수급 비상

= 2006년 기준 밀 옥수수 콩 자급률은 각각 0.2%, 0.8%, 13.6%다. 소비량은 급증하는 반면 국내 생산량은 해마다 줄어 자급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작년 밀 소비량은 362만3000t. 국내 생산량이 6000t에 불과해 많은 양을 수입에 의존했다. 식용과 사료용 수요가 계속 늘어난 결과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식용 밀 소비량은 2005년 152만3000t에서 2006년 195만3000t으로 늘었고, 사료용 역시 125만여 t에서 153만여 t으로 증가했다.

옥수수 수급상황도 갈수록 열악해지기는 마찬가지다. 2006년 옥수수 소비량은 883만2000t이었지만 국내 생산은 7만3000t에 불과했다.

콩 또한 국내 수요량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성명환 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수급 불균형이 단기에 해소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했다.

세계 곡물 재고율은 80년대 중반 36%에 달한 이래 매년 1%씩 내려가고 있다. 현재 세계 평균 곡물 재고율은 15%에 이르고 있다. 성 박사는 "최소 20%선은 돼야 가격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요 곡물 자급률이 1%대에도 못 미쳐 국외 주요 곡물 수출국 정책이나 수급 상황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 쌀 제외한 곡물 자급률은 5%

=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7.8%(사료용 포함)로 크게 취약하다. 2005년 기준 미국은 129%, 프랑스는 190.6%고, 독일 116%, 스웨덴 114%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곡물 수입 비중이 높다 보니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을 어떤 나라보다 크게 받는다. 특히 중국은 올해 1월부터 쌀 옥수수 밀가루 등 식량에 대해 잠정적으로 5~25% 수출관세 부과 조치를 단행함에 따라 당장 타격을 받게 됐다.

러시아도 지난해 11월부터 보리와 밀에 각각 30%, 10% 수출세를 부과해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자급률이 낮은 일본은 오래 전부터 남미에 진출해 생산자조합과 물류 항만시설을 갖춘 유통 수출상과 연계해 곡물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식량 자급률이 급격히 하락해 2000년대 이후 27~31%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중요한 건 쌀을 제외한 곡물 자급률이 불과 5% 수준이라는 점. 곡물 자급률을 높이면 되겠지만 농지 가격이나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국제 밀값이 급등해도 국내에서 밀을 재배하지 못하는 것은 채산이 맞지 않기 때문. 최지현 농촌경제연구원 박사에 따르면 곡물 자급률 1%포인트를 높이는 데 드는 비용이 옥수수는 1298억원, 밀은 1539억원, 콩은 4997억원으로 추산된다.

◆ 곡물 수급 새판 짜야

= 기업들은 이참에 아예 국외 현지 직접 재배도 고려하고 있다. 대상은 국외 현지 농지를 구입해 계약재배한 옥수수를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연해주와 브라질 등지에서 적당한 땅을 알아보고 있다. 풀무원은 이미 중국에 콩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송기복 농수산물유통공사 비축관리부장은 "장기적으로 민ㆍ관 합작 컨소시엄 구축을 통한 해외 농지 시장 진출, 새만금 농지 확보, 선물거래 비중 확대 등 안정적 곡물 수급을 위해 민ㆍ관이 함께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 이명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2008.03.12 07:36:3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