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묘량중앙초등학교를 나온 나의 동창생 40여명은 지난해 7월 졸업 4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모교의 위기극복 사연을 접하게 됐고, 고향 출신 네 분 은사님께 ‘농촌 사람의 마음으로 참되고 굳세게 살아가라’ 가르쳐 주신 스승의 은혜를 합창으로 올리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모교는 학생 수가 줄어 2000년 영광초등학교 중앙분교로 격하됐다가, 2005년 묘량중앙초등학교로 승격됐으나, 전교생이 14명으로 줄어든 2009년 8월 폐교 위기를 맞았다. 그러자 그 전해인 2008년 이웃에 들어선 ‘여민동락’ 공동체를 중심으로 학교살리기 운동이 시작됐다.
지역민들이 묘량 학교발전위원회를 결성해 장학기금을 만들고, 작은 학교 살리기 계획도 세웠다. 이 계획에 따라 봄·여름·가을·겨울에 각각 아이·학부모·지역민이 모여 작은 콘서트를 열고, 밤에는 아이와 함께 마을도서관에서 책을 읽었으며, 1인 1악기, 영어·미술·탁구·마술·한지공예 등 14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0년부터 학생이 늘기 시작해 2013년에는 마침내 41명이 되었다. 그간 여민동락 공동체와 교직원들의 자발적 노력에 마음이 움직인 교육청에선 이번달부터 35인승 스쿨버스를 지원하게 되었다.
농촌학교는 도시학교에 견줘 예산과 인력, 학생 수 등 모든 것이 적다. 그런 조건에서 살아가려면 학교교육이 지역사회 발전과 연계되는, 작지만 강한 농촌학교 즉 ‘강소농학교’ 전략이 필요하다. 강소농학교가 되려면 첫째, 학생들과 지역주민이 도전정신을 갖춰야 한다.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주민과 학생, 교직원들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점을 깊이 깨닫고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외부와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 국가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력 있는 인격체를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신입생을 확보해야 한다. 맹자의 어머니처럼 좋은 교육장에는 학부모가 몰리게 되어 있다. 셋째, 학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사회·문화공간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일부 폐교에 들어선 박물관, 미술작업실, 영화상영 공간들도 이제부터라도 농촌지역의 학교 안에 설치하고 지역주민은 물론 도시민들까지 찾아오게 한다면 농촌의 작은 학교 학생들은 도시학생들과는 또 다른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접하며 수준 높은 학습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은 태도를 낳고, 태도는 운명을 낳는다고 한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생각과 태도가 농촌마을을 살리고 학교 운동장도 개선하였듯이 좋은 뜻을 품으면 어려운 일도 반드시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이덕배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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