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청년농업인
- 농업·농촌 활성화의 견인차로 상생협력 -
박 평 식 박사
한국연구재단 전문경력관 (전라남도농업기술원 전문위원)
블로그 “농업은 생명창고” http://blog.daum.net/psp727
□ 귀농·귀촌과 청년농업인 증가
요즘 베이비 붐 세대 은퇴자는 물론 청년층의 귀농·귀촌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귀농·귀촌 통계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시지역에서 농촌지역으로 주소지를 이전한 인구는 161만 가구로, 귀농·귀촌 인구가 2017년 기준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를 모집단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귀농·귀촌 실태조사를 했는데(2,507가구), 농촌에서 태어나 일정 기간 도시생활을 한 후 연고가 있는 농촌으로 U턴-형 이주를 하는 경우가 귀농 53.0%, 귀촌 37.4%로 가장 많았다.
귀농·귀촌의 이유는 자연환경이 좋아서, 정서적 여유, 농업의 비전 등 대부분 자발적인 이유로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세 미만 청년층은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29.0%), 가업을 승계하기 위해(18.6%), 도시생활의 회의(16.7%), 자연환경이 좋아서(10.2%) 순으로 나타났고, 중장년층은 자연환경이 좋아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28.0%),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16.6%), 도시생활의 회의(14.1%), 본인이나 가족의 건강(10.8%)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농촌인구의 고령화와 영농승계 인력 부족으로 농업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미래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 청년농업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도시생활을 경험한 젊은이들이 농촌에 돌아와 가업을 승계하거나 농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실제로 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하여 농업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청년농업인의 사례와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 농업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청년농업인들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농촌인력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도시 중심의 산업성장이 정체되면서 선진국에서는 대도시 인구가 감소하고, 농촌에서는 인구증가와 빈곤률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에서 이러한 상황이 관찰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이농향도 러시를 이뤘던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젊은 인력까지 농촌으로 돌아와 농업과 농촌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1) ‘미래로 가는 전남농업’에 소개된 농업인 칭찬릴레이를 통해 최근 청년농업인 정착 사례를 살펴본다. 영암의 대표적 청년농업인 손모아(모인팜스) 씨는 사회복지학 석사를 마친 꿈 많은 소녀였는데, 아버지의 갑작스런 암 투병으로 어머니와 함께 절임배추와 곡물 가공상품(보리차 등)을 개발하고 있다. 부모님이 농사지을 때는 흑미·녹미 등 유색미와 참깨·고추 등 15가지 품목을 다양하게 재배했는데, 지금은 쌀·보리·배추 등 3가지 품목으로 줄이고, 절임배추와 농산물 가공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농업기술원의 영농기술과 마케팅 교육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2) 광양의 이대진(오감농원) 씨는 직장을 다니다 2011년 어머니의 블루베리 농사를 돕겠다고 시작했는데, 현재는 아열대 작물인 백향과(패션프루트)를 도입해 마케팅을 잘하는 농부로 소문이 자자하다. 백가지 향이 난다는 백향과는 아직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지구 온난화로 아열대 과일의 생산과 소비가 점차 늘어나는 트렌드에 맞춰 기술교육을 철저히 받고, 이제는 뿌듯한 자부심을 가진 어엿한 청년농업인으로 성공 대열에 접어들었다. 그는 마케팅과 정보화 교육의 중요성, 그리고 온라인 소통을 통한 정보교류를 강조한다.
3) 해남의 귀농 12년차 서정훈 대표(땅끝포크)는 연로한 아버지를 대신해 내리사랑의 가업을 잇고 있다. 돼지 축산에 대해 공부하다 품질이 좋은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땅끝포크 브랜드가 되었다. 가축을 키우다 보니 정이 들고 보람도 많이 느낀다. 대규모 돼지농장에서 악취와 환경오염 문제로 많은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인데 서 대표는 지역주민들과의 상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앞으로 동물복지에 버금가는 새로운 방식의 방목 사육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4) 함평에서 양파를 자식 보듯 대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전형욱 대표(맑은땅이야기)는 도시에서 토목 일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귀농을 했다. 아버지를 도와주다가 본격적으로 영농에 뛰어들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별다른 기술이 없어 농업기술센터의 강소농 교육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함평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토질이 좋아 양파의 육질이 단단하고 맛과 향이 뛰어난 특징이 있어, 깨끗한 토양에서 자란 농작물이라는 느낌으로 농장명을 지었다. 양파는 다양한 방법으로 판매한다. 농협과 계약재배를 하기도 하고, 인터넷 판매나 아파트 단지 판매 등 직거래를 많이 한다.
5) 청년농업인 김용일·이지예 씨는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다 홀로 계신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2017년초 구례로 귀농했다. 마늘·고추·감자 등 친환경으로 재배하여 SNS 홍보를 통해 지리산 관광객들에게 판매했다. 그들은 영농일지를 꼼꼼히 기록하며 열심히 노력했지만 첫해 소득은 초라했다. 강소농 모임을 주도적으로 조직하고 스마트 스토어 입점과 SNS 판로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도시민을 대상으로 친환경으로 재배한 고추·양파·고사리 등을 정직한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생하는 먹거리 신뢰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청년층의 귀농·귀촌은 전통적인 농업의 행태와 농촌 공동체의 의사결정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도시생활 경험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후계인력이 농촌사회 활력화를 위한 인적자원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환경과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단순히 귀촌을 한 경우에도 농촌에서 몇 년 살다보면, 자연히 영농에 참여하거나 농산물 가공 등 영농인력으로 흡수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이 도시생활에서 쌓은 농산물 소비자로서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농산물 판매망 개척과 체험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청년농업인이 연고지로 귀농하거나 새로운 지역에서 창업하거나 간에 쉬운 일만은 아니다. 지역 선정과 주거 마련, 재배·사육을 위한 토지와 시설 조달, 작목선정과 기술습득 등 철저한 준비와 교육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영농기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농업·농촌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좋은 농산물과 가공품이나 체험 등으로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지역여건과 자기 경영체의 장단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 농업경영자의 SWOT 분석으로 많이 나오는 내용들
강점요인 (Strength) | 약점요인 (Weakness) |
ㅇ 고품질의 안전한 상품 | ㅇ 인터넷 홍보 부족 |
기회요인 (Opportunities) | 위협요인 (Threats) |
ㅇ 안전농산물 선호 증가 | ㅇ FTA 등 시장개방 확대 |
* 참고 : 윤선·전영미,「귀농·창농 이것부터 시작하자」, 아트농, 2019. p.202
□ 경영·마케팅 플랜을 잘 세우자
농업기술 교육을 받았거나 부모로부터 영농기반을 물려받은 경우든, 아니면 신규창농이나 영농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자신의 의지로 귀농을 결심했다면 세밀한 준비와 실천계획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 대상자를 작년과 올해 총 3,200명을 선발하였다. 신청자들의 영농의지와 목표, 영농계획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지원 필요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여 생활안정 자금(최대 월 100만원, 3년간), 창업자금·농지임대·영농기술교육을 지원한다.
청년농업인이 영농정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지역 여건과 영농기반, 영농기술, 노동력과 자본장비 조달, 시장전망, 판매방법 등 철저한 사전조사, 비전과 목표설정 등 합리적인 경영계획 수립이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기술력을 다지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등 관련 기관의 영농정보와 기술교육, 경영 및 마케팅, 정보화 교육 등에 적극 참여하고, 생산자 조직, 연구·보급, 정책 및 시장 관련자, 해외시장까지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둘째, 청년농업인은 관행만 답습하지 말고 창조의 정신으로 무장해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상품의 원가<가격<가치의 생존 부등식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농업분야도 컴퓨터는 물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ICT 기술이 점차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앞서가는 사람들의 몫이다. 시대정신에 맞게 새로운 것을 구상하고 발전시켜, 개별 경영체는 물론 지역농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셋째, 청년농업인은 생산(1차)과 가공제품 개발(2차), 유통 및 체험관광(3차) 등 융복합을 통해 농가소득 향상에 노력하고, 소비자 및 연구·보급 담당자와도 쌍방소통의 네트워크를 중시해야 한다. 지역민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소비자 고객과 소통하고 자신과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영농기술 및 시장정보 수집과 홍보, 마케팅 등 SNS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블로그 등 이를 잘 활용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희망의 메아리가 되어 날아올 것이다. * [미래로 가는 전남농업] 2019년 6+7월호, 농업 인사이트
'농업경영 정보 > 농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업기술 중점개발 [박평식] (0) | 2019.11.06 |
---|---|
치유공간으로서 농촌의 가치와 역할 [박평식] (0) | 2019.08.05 |
쌀 수급안정과 식량안보를 위한 정책대안(칼럼) (0) | 2019.05.03 |
새로운 시대 농업기술 전망과 개발방향 [칼럼] (0) | 2019.03.20 |
캄보디아 농업발전을 위한 ODA 활용전략 (0) | 2018.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