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농업기술 전망과 개발방향"
박평식 박사/ 한국연구재단 전문경력관
(전라남도농업기술원 전문위원)
“농업은 생명창고” http://blog.daum.net/psp727
□ 변혁의 시대 농업의 가치 확장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류는 식생활을 제외한 의·주생활의 대부분을 석유화학물과 탄화수소로부터 공급받는 석유경제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류는 유래 없는 풍요를 경험하고 폭발적인 번영을 성취하였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과부담을 요구하는 석유경제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4차산업 혁명시대 과학기술의 발전은 농업의 새로운 잠재력과 역할에 주목하게 되었다. 바이오 경제와 농업의 생명산업화, 다원주의 농업 등 이전과는 다른 농업기술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이제까지 일반적으로 농업은 1차산업 부문으로 인식되었으나, 점차 생명체의 유전정보에 기반을 둔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업이 먹거리 생산의 전통적 역할 이외에 에너지 절감 및 신재생 에너지원 개발, 고부가가치 형질전환 동물・식품 개발 및 보건・의약 생명자원 개발 등 새로운 생명산업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농업에서 이용하는 자원의 범위 역시 동・식물, 미생물 등의 생물자원, DNA 등을 포함하는 생명정보, 자연경관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해지고 있다.
□ 농업의 미래와 새로운 패러다임
기술혁신이 자연과학 중심에서 생명과학 중심으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서 농업은 가치사슬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며, 이전과 달리 높은 부가가치가 기대된다. 그린바이오(농업)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기대되는 이유는 그 생산물이 이전에는 식량에만 국한되었으나, 이제는 원료와 연료까지 확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이 석유화학 공정의 30% 정도가 생화학 공정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농업 생산물은 우리 주변의 다양한 물질과 에너지 소재의 원료로 확장될 전망이다.
우리 농업을 지배하는 패러다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생산주의였다. 생산주의 시대에는 자본・기술・과학의 결합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농촌・보건・복지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신념에 따라 각국에서는 농업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우리나라도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고투입・다수확 농법에 기초한 증산이 농업의 최대목표였고, 단위당 생산량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식품안전, 보건・건강, 환경문제 등을 넘어 전 지구적 식량위기, 에너지・자원위기, 기후변화 등 전례 없이 새롭고 광범위한 문제들이 생기고 있으나 생산주의 농업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안으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하고, 농업의 공공적 기능을 강조하는 다원주의 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의 농업기술 혁신도 중장기적으로 생산주의와 다원주의의 조화와 균형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농촌에서는 농민주도의 성공모델이 확산되고 있으며, 농업의 생산기능에 더해 환경기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상호작용을 통한 국토공간의 효율적 활용과 안전한 푸드시스템에 대한 혁신요구도 커지고 있다. 생산주의에서 다원주의로의 변화는 미래의 우리 농업과 기술혁신을 설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새로운 시대 중점 연구개발 방향
그동안 생산성 향상으로 이룩된 녹색·백색혁명의 성취는 국가의 농업연구개발 체계 확립과 효율적 운영을 통한 기술개발이 원동력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시장개방 등 환경요인, 농자재 과다투입에 따른 환경과 생태계의 교란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또한 세계인구의 증가,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위한 곡물수요 증가, 지구환경과 생태계 유지보전 필요성, 생산수단의 자동화·정밀화를 위한 첨단과학기술과의 융복합화가 필요하다.
1) 기후변화 대응 기술개발 : 오늘날 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도전 중의 하나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작물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주요 식량생산 지역의 위치가 변화할 수 있다. 기온 상승과 강우량의 변화에 따른 동식물의 생산성 변화와 생리적 기작의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건조지대가 확대되고 있어 한발의 빈도와 심각성이 증가하고 있다. 농업 연구는 기후 탄력적 농업체계를 위한 필요성에 부합하도록 운영되어야 할 것이며, 동시에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기후 탄력적 농업기술 체계를 개발하고 확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2) 식량의 안정생산 기술개발 : 식량안보와 안정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식량의 자급과 사료곡물 수입 최소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생명공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농업은 자원기반 산업에서 과학기반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통적인 육종방법이 유전체학, 전사체학 등 생명공학기술과 연계될 때 생산성 증대, 내병충성 강화, 기상재해 내성작물 개량, 영양과 품질의 개량, 수확 후 관리기술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즉 유용 동식물의 정밀 유전자정보를 위한 유전체 기능분석 연구와 동시에 안전성 문제 해결을 위한 심도 있는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 자동화 정밀농업 기술개발 : 세계의 농업추세는 IT, BT, NT 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한 정밀농업 기술보급이 보편화될 것이다. 현재 우리 농업생산은 영세 소규모의 한계농가가 많다. 개방화에 대응하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력기계화를 통한 규모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영농규모에 적합한 기술경영과 정밀농업 기술이 요구된다. 대규모 포장관리 기술, 적정 작목의 선택과 운영에 필요한 기계와 장비의 종류와 구성, 파종, 시비, 물 관리, 수확의 정밀성과 생력화 기술의 개발보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농업 관련 기초기반기술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4) 에너지원 및 생물다양성 확보기술 : 현재는 바이오에너지 생산이 옥수수 등 기존의 식용곡류 전용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는 식량수급과 상충된다. 따라서 식용곡류보다 바이오매스, 도시 쓰레기 등 비식용 물질을 활용할 수 있도록 분해대사에 관련된 유용미생물 관련기술 연구가 요구된다. 특히 생물에너지 생산에 적합한 생물체의 선발과 개발을 위해서는 세포와 분자 수준에서의 기본 메커니즘과 식물의 광합성 과정과 미생물 분해과정의 연구가 중요하다. 또한 생물다양성 확보와 이용성 확대를 위한 생물자원 이용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지구 생물자원의 보전과 더불어 비 재배식물을 식용뿐 아니라 비식용 자원으로 활용도를 넓히는 연구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
5) 수출 전략품목 기술개발 : 세계시장은 개방경제로 전환되었고, 수출 주도형 경제체제에서 우리 농산물 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의 여건상 수출이 뒷받침되지 않는 내수시장만으로는 농업의 진정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수출전략품목 육성과 이를 뒷받침할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가격 및 품질 경쟁력 제고, 전략수출품목 육성, 전문화, 해외시장 조사 등 연구개발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선별적인 R&D 품목 조정, 대표 수출품목 육성 등 집중전략이 필요하다. 농산물 수출확대를 위해 비용절감과 최고품질 포지셔닝 전략이 필요하다.
6) 제4차 산업혁명 대응기술 : 제4차 산업혁명은 정보기술이 기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되거나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이 여러 분야의 신기술과 결합되어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사물을 지능화하는 혁명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농업부문에서도 종자개발, 드론 로봇 등 자율주행 농기계, 스마트 온실관리, 원격 모니터링 등 활용분야가 다양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 [미래로 가는 전남농업] 2019년 3월호 칼럼
전남농업정보(201903)_새로운 시대 농업기술 전망과 개발방향_박평식.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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