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100년만의 폭설이 내리더니 동장군이 좀처럼 물러갈 기미가 없다.
칼바람의 매서운 추위가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르고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했는데, 이한치한(以寒治寒)으로 맞서보기로 했다.
로뎀등산팀 신년산행으로 눈덮인 수리산의 네 봉우리를 땀흘리며 종주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여성회원이 전멸하고 장정들만 8명이 빡센 산행을 했다.
처음 가는 코스로 수원역에서 전철타고 명학역으로 가서 안양쪽에서 올랐다.
수리산 산림욕장 상록수 약수터에서 시작하여 관모봉(426M)에 먼저 올랐다.
관모봉에서 안양과 군포 시내를 둘러보고, 관악산과 주변 산들을 조망한 다음,
계속해서 수리산의 최고봉인 태을봉(489M), 슬기봉(432M)을 거쳐, 내친김에
마지막 수암봉(398M)까지 수리산의 네 봉우리를 차례로 완주하게 되었다.
다른 코스로는 여러번 올랐지만 안양에서 산본까지 종주하기는 처음이다.
산의 초입부터 눈으로 두텁게 덮여 있어 방한복과 장갑, 아이젠 등으로 무장하고
혹한을 어떻게 극복할지 염려하면서 출발했는데, 다행히 바람이 별로 불지 않아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면서 외투를 하나씩 벗어제끼고 땀이 나도록 걸었다.
눈길에 양말이 다 젖었지만 수려한 설경을 만끽하며 완주하고 나니 뿌듯하다.
겨울이면 몸이 움츠러들기 쉬운데 폭설이 내린 주말의 눈꽃산행은 참으로 좋았다.
몇해 전 중앙부처 등반대회 참가 상품으로 아이젠을 받아 고이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간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아 한번도 쓰지 않다가 이번에 제대로 한번 써먹었다.
줄곳 20~30cm의 눈이 쌓여 있고 등산로도 가파른데 아이젠을 하니 끄떡 없었다.
눈덮인 수리산을 종주하며 수리산 경치가 이렇게 좋았는지 새삼 놀라게 되었다.
수리산 관모봉에서 태을봉으로 가는 도중의 바위와 눈의 조화
날씨가 맑아 하늘까지 파랬으면 완전 작품사진이 되는건데...
안양 명학역 근처 수리산 산림욕장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첫번째 봉우리인 관모봉으로 오르는 길
초입부터 계속 가파른 오르막길이지만 날씨가 추우니 땀도 안나고 참 좋아요.
연초에 내렸던 폭설이 그대로 쌓여 있어 안전산행을 위해 등산화에 아이젠 착용은 필수
황홍연님 왈, "고어텍스 등산복과 방한모, 아이젠까지 아내가 사준 것이라 좋아요..."
우리 회장님, 총무님 오늘은 왠지 발걸음이 무거워 보이네요.
눈이 바람에 날아가버리기도 했지만 소나무 위에는 잔설이 남아 있다.
수리산 등산 안내도, 수리산은 안양, 군포(산본), 안산시에 걸쳐 있다.
등산로를 표시했는데 산길보다는 산본 신도시 부분이 너무 많다.
수리산 동쪽에서 첫번째 봉우리인 관모봉(해발 426.2M)
관모봉에서 일단 8인의 장정들이 출석체크를 하다.
단체사진은 꼭 불특정 산객에게 부탁하게 된다.
관모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안양 시내와 관악산
그 다음 목표는 수리산 최고봉인 태을봉
관모봉에서 능선을 따라 약간 내려가다 다시 오르막길로
태을봉 근처에서 내려다본 수리산 터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이 산밑으로 지나간다.
독수리 날개치는 형상을 닮아 풍수지리학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태을봉에 올라
* 풍수지리에서는 큰 독수리가 두 날개를 펼치고 날아 내리는 모습을 매우 귀한
지상으로 꼽으며 이런 형상을 '태을'이라 부른다. 일출 무렵 태을봉에 올라 그
그림자를 내려다 보면 커다란 태을 형상이 보인다고 한다. 2004 군포1경 지정
몽쉘통통 조각으로 휘파람을 불며 새를 부르는 소나무님... 새를 부르는건지 쫒는건지...
눈덮인 수리산 최고봉 태을봉(489.2M)에 올랐다는 증거도 남기고
또 다시 그 다음 봉우리 슬기봉을 향하여... 대장님 외투는 벗어제꼈지만 만만치가 않아요.
세번째 봉우리인 슬기봉과 공군관측소가 시야에 들어온다.
지팡이와 아이젠이 없으면 결코 쉽지 않은 코스이다.
사진 찍으려고 하니 어느새 폼이 자연스럽지 않게...
다시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태고의 신비처럼 눈에 덮여있는 바위들,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네요.
태을봉에서 슬기봉 구간에 특히 멋진 바위들이 많아요.
멋진 경치도 감상하며 소걸음으로 우보(牛步)산행을 해야하는데...
사진을 짂다 보면 너무 빨리 앞서 가버리는 산님들 안타깝지요.
수리산의 세번째 봉우리인 슬기봉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금주 초반 폭설이 잔뜩 내린 직후에 왔으면 더 멋졌겠어요.
부지런한 산님들의 발자국으로 후행자는 그만큼 쉬워요.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운 길에 이렇게 스릴 있는 부분도 많아요.
좁은 길에서는 교행자가 먼저 지나가도록 기다려주고...
눈덮인 등산로 약간 위험하기는 하지만 정말 예술입니다.
눈길산행, 안전이 제일의 가치입니다. 조심조심 엉금엉금...
슬기로운 다섯처녀 아무도 못왔지만... 슬기봉 근처에서 내려다 보이는 산본
산록에서 바라보는 경치, 산과 소나무와 눈의 조화 멋지지요?
수리산에서 두번째로 높은 슬기봉(431.6M), 표시가 없으면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슬기봉을 큰 용을 뜻하는 '巨龍峰'이라고도 하는데 그 연원이나 내력은 확실치 않다.
수암봉 가는 길, 수암봉과 태을봉의 중간지점, 양쪽으로 똑같이 1.85KM
추우니 하산해서 먹기로 하고 도시락을 안싸와서 점심도 못먹고
갈길은 아직 먼데 벌써 오후 2시가 넘었어요. "아 배고프다..."
이제까지 우리가 지나온 길, 태을봉에서 1.85KM
저 높은 봉우리를 다 넘어왔어요. 독수리가 날개치며 올라가는 형상을 닮은 태을봉,
해뜰 때 그림자가 태을로 보인다는데 눈쌓인 봉우리를 여기서 보니 '태을'이네요?
슬기봉 근처에 있는 통신대? 아니 공군 관측소라던가?
지나다 보니 고사목들이 쓰러져 있는데 노란 줄은 왜 쳐놨는지 모르겠네요.
마지막 남은 네번째 수암봉은 높이도 네번째이지만 예전에도 자주 갔으니,
배도 고프고 그냥 내려오려다 전망대가 새로 설치된 것을 보고 끝까지...
안산시에서 곳곳에 시를 걸어놨는데 가을에 관한 내용이 많네요. 오세영의 '가을에'
"...홀로 있다는 것은 멀리서 혼자 바라만 본다는 것, 허공을 지키는 빈 가지처럼..."
힘은 들지만 마지막 네번째 수암봉까지... 마지막 힘을 다해
드디어 수암봉(398M)까지 수리산 네봉우리를 한꺼번에 다 정복하다.
앞줄의 큰형님이 4시경 하산해서 맛있는 점심을 냈어요.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열정, 서울순환고속도로와 수인산업도로(42번 국도)가 내려다 보인다.
드디어 손에 새를 앉힌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어요. 예쁘지요?
수암봉 전망대 아래로 내려가는 길
작년 가을 안산시에서 새로 설치한 전망대에서 수암봉을
우리가 지나왔던 길... 태을봉, 슬기봉, 그리고 수암봉 아래 헬기장이 보인다.
수리산에서 네번째 봉우리지만 안산쪽에서는 유일한 봉우리인 수암봉의 유래가 적혀있다.
조선시대에는 산봉우리가 흡사 독수리 부리와 같다고 하여 취암(鷲巖)이라고 했다고
수암봉 아래 헬기장에서 이제 하산하려고 마지막 인원점검
"광덕산 노을, 그대 떠난 허망한 자리 등불 하나 내걸고 싶습니다."
언제나 아쉽지만 산은 그대로 두고 몸만 내려와야지요.
등산화에 물이 들어가 양말이 다 젖어버렸지만... 그래도 모처럼만의 눈꽃산행 무지 좋았어요.
낙오자 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이제 이쯤에서 아이젠도 벗어버리자.
안양에서 시작하여 관모봉, 태을봉, 슬기봉, 수암봉을 종주하여 안산시 동막골로 내려오다.
모처럼만의 눈꽃산행 참으로 좋았고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산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올 겨울에는 방수 등산화 갖춰 신고, 눈쌓인 태백산에도 꼭 한번 도전해야겠다.
수리산 등산지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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