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연 규 농업유전자원센터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차가운 칼바람이 매섭더니 어느새 바람이 따스하다. 점심 반찬으로 새콤하고 짭쪼름한 봄동겉절이가 나와, 다시 봄이구나 싶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비극이 많아 농업인으로서 가슴이 아팠다. 세계 최대 옥수수와 콩 생산지인 미국 중서부 지역에 56년 내 최악의 가뭄이 닥쳤고, 러시아와 흑해 인근의 주요 밀 수출국가들 역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식량안보는 언제나 중요한 이슈다. 급변하는 지구 환경으로 새로운 병이나 해충이 발생하고, 기상재해도 빈번해졌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9월, 국제 식량가격이 2008년 식량 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고 발표하면서, 앞으로도 식료품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 경고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011년에 사상 최저인 22.6%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원의 보존과 연구를 통해 농작물의 생산성, 품질 및 재배안전성이 향상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또한 농업은 이제 단순한 먹을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6차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6차 산업이란 농산물을 생산하는 1차 산업을 넘어 가공을 통한 2차 산업, 그리고 3차 산업인 관광 등과 접목해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창출함을 뜻한다. 특히 요즘 화두인 힐링과 체험에 기반을 둔 관광산업을 많이 발전시켜야 한다.
도시민이 농촌 방문을 통해 농산물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농가에서의 민박, 레크리에이션 활동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이렇게 농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분야와 접목하면 다양한 농외소득원과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창조경제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유전자원의 주권화, 독점화에 주력해 총성 없는 유전자원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유전자원은 한번 소실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1987년에 종자은행을 설립해 다양한 유전자원을 수집해 보존해 왔다. 또 2006년에는 농업유전자원센터를 신축해 운영하고 있다. 리히터 규모 7 수준의 내진설계와 입출고를 로봇이 담당하는 최첨단 종자저장시설을 갖춘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식물 유전자원 2,773종, 20만 1,244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6위 수준이다.
이제 농업은 식량안보로 국민의 생활에 안정감을 제공하고, 창조경제에 기여하는 6차 산업으로서 국가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투자와 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인류 생존에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유전자원이 이러한 발전의 초석이 되리라 본다. 우리나라가 유전자원의 확보 및 보존과 더불어 활용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한다면 총성 없는 유전자원 전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