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주식인 밥에서 에너지를 얻고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말이다.
언젠가 밀가루 국수로 점심을 때우고 오후에 테니스를 쳤더니 힘을 못썼다.
어른들은 대부분 이 말을 인정하는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영 그렇지 않다.
그런데 외국에 가서 밥심을 체험하고 돌아온 어린이가 실감나는 글을 썼다.
다음은 방학 중에 미국에 박물관학교 연수를 다녀온 어린이의 증언이다.
밥과 김치를 주식단으로 하는 우리 어린이들도 영양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기 때문에 체격과 체력에서도 미국 어린이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
영어가 딸리는 상황에서도 쌀밥 도시락으로 미국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퀴즈와 발표, 축구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여 "밥 힘"을 실감했단다.
쌀 수출과 한식의 세계화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미국친구들도 인정한 한국인의 밥 힘
- 쌀과 밥에 대한 어린이 글짓기/ 장려상 -
경기도 수원시 소화초등학교 6학년 안재현
지난 여름 나는 미국에서 두 달간 박물관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좋아하는 과학을 실컷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떠나기 전부터 나는 한껏 들떠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키도 크고 덩치도 큰 미국아이들에게 기가 죽을까, 왕따라도 당할까 하고 노심초사하셨다.
드디어 미국에 도착! 엄마 말씀대로라면 미국아이들은 우리나라 아이들보다 키도 크고 덩치고 크다고 하시니 첫 수업을 앞두고 은근히 긴장이 되었다. 나는 어깨를 활짝 펴고 똑똑한 한국인의 힘을 보여주어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것이 왠 일인가? 미국의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 내가 머리하나 정도 더 컸다.
나중에 점심 도시락을 보고 나는 왜 미국아이들이 나보다 작은지 짐작할 수 있었다. 미국 아이들의 도시락은 다 똑같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매일 젤리나 잼을 바른 토스트나 샌드위치와 스낵 종류를 싸 온다. 사람이 쌀로 만든 밥을 먹어야지 매일 밀가루로 끼니를 때워서 어떻게 기운을 내고 어떻게 키가 자란단 말인가? 하! 하!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나도 역시 토종 한국인인가 보다.
사실, 나도 냄새가 나거나 이방인처럼 보일 것 같아서 샌드위치 도시락을 준비 했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넓은 박물관 안을 돌아다니며 연구를 하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야외에서 관찰을 계속하려니 금새 배가 고파오고 쉽게 지쳤다. 결국, 삼일 째 되는 날부터 나는 엄마께 부탁해서 용감하게 밥을 싸갔다.
처음에는 엄마가 미국 마트에서 산 미국 쌀로 밥을 하셨는데, 끈기가 없어서 윤기도 안 나고 맛도 없었다. 입맛이 없어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한국마트에서 우리나라 쌀을 사다가 밥을 지으신 후, 밥 위에 고기나 야채를 얹고 그 위에 다시 밥을 얹어주셨다. 드디어 점심시간! 도시락 뚜껑을 여니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반가운 우리 쌀밥이 나를 보고 방긋 웃는다.
점심에 밥을 먹는 나는 당연히 지치지 않고 힘든 수업을 잘 해냈다. 샌드위치를 먹을 때보다 기운이 나고 머리도 맑았다. 며칠이 걸려야 다 볼 수 있는 박물관 안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뙤약볕 아래서 하루 종일 동물들을 관찰해도 힘이 났다. 쉬는 시간의 축구 경기에서도 제일 잘 뛰고, 퀴즈도 척척 맞추는 나에게 친구들이 물었다. 어떻게 지치지도 않고, 축구도 그렇게 잘하냐고 말이다. 내 대답은 한마디였다.
“KOREA RICE POWER"
하! 하! 하! ‘한국인의 밥 힘’ 이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그 날부터 내 별명은 RP(Rice Power)가 되었다.
처음에는 내 도시락을 신기해하던 친구들이 점점 먹어보고 싶어 하기 시작했다. 나는 도시락을 여러 개 써서 친구들에게 밥을 나누어 주었다. 밥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 나의 런치백은 나날이 커져갔다. 몇 명씩 조를 짜서 같이 이동하고 팀별활동을 했는데, 우리 조는 어느새 밥 도시락 마니아가 되어 있었다. 조 이름도 'Rice Power'로 바꾸었다.
밥 힘 덕분이었을까? 우리 조는 퀴즈를 풀 때에도, 프리젠테이션에서도, 하물며 점심시간 축구시합에서도 맹활약을 하였다. 마지막 최종평가는 두 달 동안의 연구과정과 실적을 합하여 점수를 내었는데, 영광의 1위를 하여 상도 받았다. 무엇보다 미국 친구들이 호기심으로만 들었던 ‘Rice Power'의 의미에 대해서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이 기분 좋고 뿌듯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서양 아이들에 비해 키도 작고 왜소하며 발육이 더뎠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이 좋아지고 식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오히려 이제는 기름진 음식이나 밀가루를 주로 섭취하는 서양 아이들보다 쌀로 만든 밥을 먹는 우리들의 신체조건이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조상님들께 물려받은 명석한 두뇌가 더 발전함은 물론이고 말이다.
내가 본 미국은 전혀 나를 기죽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아이들 속에서 자신감이 충만할 수 있게 나를 키워 준 우리나라가 더욱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이 모두가 ‘Korea Rice Power', '한국의 밥 힘’ 덕분에 아닐까? 오늘도 나는 우리 쌀로 만든 든든한 아침밥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 쌀의 힘으로 최고의 하루를 보내고 돌아올 것이다.
쌀밥에 대한 어린이 글짓기 대회에서 잘했는데 장려상에 그쳐 아쉽지만,
한국인의 밥심을 보여준 RP(Rice Power) 안재현 군에게 박수를 보낸다.
쌀밥 많이 먹고 힘내서 한여름 더위도 무난히 이겨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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