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우리 쌀 이야기

쌀 한 톨의 사랑이 모이면...

곳간지기1 2010. 7. 15. 10:43

 

소중한 쌀이 조금 남아돈다고 재고대책으로 사료용으로까지 쓴다고 한다.

우리가 배고팠던 시절 1960-70년대 주곡인 쌀 자급을 위해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 수량이 많이 나는 신품종과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한 결과이다.

생산은 유지되는데 소비가 줄어들고 외국쌀이 들어오니 재고가 쌓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돌아보면 쌀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이웃이 많다.

양로원, 고아원, 노숙자 쉼터.. 등이 있고, 아이티 등 식량부족 국가도 많다.

마침 국민일보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짚고 성미(誠米)의 의미를 되새겼다.

농업 관련인들이 고민하는 것처럼 국민 각자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쌀 한 톨의 사랑이 모이면 누군가엔 생명이 됩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2010년 7월 15일(목)

  수원 세한교회(주남석 목사)에 출석하는 양혜순(56) 권사는 이른 아침 성미(誠米)를 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그는 예수님, 남편, 아들과 며느리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기도한다. “건강의 수저를 들어 이 음식을 먹을 때 돌을 씹을지라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잘 소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양 권사는 그렇게 가족 수대로 쌀 한 움큼씩을 담아 성미자루에 모은다. 선배 권사들이 교회 성미함에 쌀을 쏟으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한 것이 30년 넘게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

 

 양 권사는 “양식의 십일조를 드림으로써 가족이 건강하고, 믿음이 자라는 더 큰 축복을 얻게 됐다”고 고백했다. 세한교회는 이렇게 모은 성미로 노인대학 어르신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소중한 한 끼를 대접한다.

 성미는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뿌리를 내릴 때부터 시작됐다. 가난하던 시절, 성도들은 밥을 짓기 전 목회자들의 양식으로 한 움큼씩 또는 한 숟가락씩 떼어 쌀을 모았다.

 인천 작전동교회 김의중 목사는 “성도들이 한 주간 ‘정성의 쌀(誠米)’을 모아 성미 주머니에 담아서 교회에 가져오면 ‘거룩한 쌀(聖米)’이 되고, 그렇게 모인 쌀은 주의 종들에게, 더 나아가 소외된 이웃들에게 전달되면서 ‘구제하라’는 주님의 뜻을 이뤄가는 성미(成米)가 된다”고 설명했다.

 쌀은 사랑이다. 한국교회에서 쌀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교회들은 성탄절이나 추수감사절뿐 아니라 연말연시 이웃돕기로 쌀을 모아 사랑을 실천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강북제일교회(황형택 목사)는 2007년부터 매년 초 쌀을 모았는데, 그 양이 대단하다. 2007년 12톤, 이듬해 18톤, 지난해엔 24톤, 올해는 무려 30톤에 달했다.

 최근에는 ‘꽃보다 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화환 대신 쌀을 받아 소외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지난해부터 추수감사절에 교구별로 하는 과일이나 꽃바구니 장식을 지양하고 대신 쌀을 모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성공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전 이레전자 대표 정문식(48)씨는 ‘사랑나눔 쌀집’을 개업해 승진이나 당선, 결혼 등 축하할 때 화환을 받지 말고 대신 결식아동에게 쌀을 기부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사랑의 쌀은 나눔으로 이어진다. 이 나눔은 누군가에겐 생명이다. 노숙인에게 쌀은 하루하루를 지탱하는 힘이고, 굶주리는 북한 주민과 아프리카 난민들에겐 생명의 씨앗이다.

 그런 쌀이 요즘 창고마다 가득 쌓이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05년에 생산된 묵은 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먹을 것이 없어 어렵게 보릿고개를 넘긴 세대들은 정부의 이런 발상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귀한 것을 가축한테 주다니….”

 쌀을 소비하기 위해 술도 만들었다. 쌀로 빚은 술이 인기여서 그 생산량이 계속 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09년 막걸리 출고량은 전년에 비해 무려 47.8% 증가했다. 수년간 전체 주류시장 점유율 5%대에 머물던 막걸리가 8%대까지 급증했다.

 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65억 인구 중 20억에 달하는 이들이 주식으로 삼을 만큼 귀한 양식이다. 가나안농군학교 김평일 교장은 “밥 한 공기에 보통 쌀 5000알이 들어 있고, 5000만명이 쌀 한 알씩만 아껴도 1만명이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장은 특히 “한쪽에선 굶어죽는데, 다른 쪽에서 낭비하는 건 죄악”이라며 쌀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내가 너희에게 전한 것은 주께 받은 것이니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이르시되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고전 11:23∼24)

 예수님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성찬을 제정해 그토록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루터대 김해철 총장은 “우리로 하여금 쌀이 되어주라는 가르침”이라며 “크리스천은 이웃에게 먹을 것(떡)을 떼어주고, 먹이가 되어주는 자기희생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밝혔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국민일보 2010년 7월 15일(목) 미션라이프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