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쌀과 밥에 대한 어린이 글짓기 대회' 수상작 소개를 계속한다.
이번에는 대구광역시 복현초등학교 6학년 최시헌 어린이의 "꼭꼭 씹자!"이다.
이가 부러져 치과 치료를 받으면서 의사 선생님께 음식을 꼭꼭 씹어 먹으라는
처방을 받고 실천하면서 진정한 밥맛을 깨닫게 되었다는 실제 경험담이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밥과 반찬을 30번 이상 꼭꼭 씹어서 먹다 보니 밥에서
단맛을 느끼고, 카툰이라는 만화에서 반찬을 뺏겨버린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반찬 없이 밥을 씹어 먹으며 느꼈다는 밥맛, 그밖에 인스턴트 음식 체험담 등을
통해 말과 행동에서도 "꼭꼭 씹자"는 것을 가훈으로 정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우리집 가훈, 꼭꼭 씹자!”
- 쌀과 밥에 대한 어린이 글짓기 우수상 -
대구광역시 복현초등학교 6학년 최시헌
3학년 때 친구의 팽이에 부딪혀 앞니가 부러져 치과에서 이를 붙이는 치료를 받았는데 얼마 전 캬라멜을 씹다가 붙였던 이가 떨어져 치과에 다시 가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다른 이도 검진을 받았는데 아래 앞니가 약간 덧니기가 있다 하시며, 밥을 급하게 먹는 편이냐며 밥을 30번 이상은 씹어 넘기라는 처방을 받고 왔습니다.
그날 저녁부터 부모님의 감독 하에 30번씩 꼭꼭 씹었더니 항상 맘에 드는 반찬을 밥과 함께 넣어 급하게 넘겼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단맛이 느껴지는 겁니다.
“엄마 밥이 너무 달아!”
“이제서야 네가 진정한 밥맛을 느끼는구나.” 아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진정한 밥맛? 한 번 더 밥만 입에 넣고 꼭꼭 씹어 보았습니다. 입안 가득 단맛이 기분 좋게 해주었습니다. 여태 난 왜 이 단맛을 모르고 밥을 먹었을까요? 밥보다는 다른 반찬의 맛에 더 입맛을 맞췄던 것 같았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카툰이 생각났습니다. 부잣집 아이가 도시락 반찬으로 매일 맛있는 햄이랑 장조림 등을 가져 왔습니다. 혼자만 맛난 반찬을 먹는 아이가 미워 아이들이 반찬을 뺏어 먹어 버리자 밥밖에 남지 않은 그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밥을 먹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밥맛이 이렇게 달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구나....”
그땐 그냥 웃으며 그 만화를 보았는데 진짜 그 아이가 느낀 진정한 밥맛을 내가 느끼다니....
아침마다 정성스레 따뜻한 밥을 차려 주시는 엄마에게 엄마는 너무 고지식하고 촌스럽다며 아침엔 간단하게 후레이크를 우유에 말아 먹으면 안되냐며 짜증을 내서 며칠 동안 콘후레이크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엔 달콤한 씨리얼의 맛이 너무 좋았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어 아침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 얼마나 효율적이냐며 엄마에게 기세등등하게 이야기를 했었지만, 생각해보면 씨리얼을 먹고 간 날은 점심시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3교시쯤 지나면 배가 고파 급식으로 나오는 우유를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따뜻한 이팝 한 그릇만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마솥 한 가득 보리쌀을 담고 쌀을 한 주먹 보리쌀 한편 위에 얹어 밥을 한 후 쌀밥만 덜어 아버지 그릇에 담고 남은 식구들은 시커먼 보리밥을 먹자면 아버지의 하얀 밥이 어찌나 먹고 싶었는지.... 어머니께선 그냥 드시라며 우리를 향해 눈을 흘기셨지만 아버지께선 우리들의 밥그릇마다 한 숟가락씩 쌀밥을 나눠 주셨지요. 그 밥맛이 어찌나 좋았던지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의 밥을 정성스레 그릇에 담고 식을세라 이불 밑에 묻어 두셨습니다. 행여 아버지께서 식사라도 하시고 오신 날에는 우린 서로 그 쌀밥을 먹고 싶어 눈치만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밥은 어김없이 큰 형의 몫이 되었습니다.”
오래된 글들을 읽다 보면 쉽게 읽을 수 있는 구절들입니다. 이런 글들을 읽을 때마다 쌀이 그렇게 대단한가? 꼭 쌀밥은 왜 아버지나 큰 형만 먹었지? 쌀밥 먹는 것이 그리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보리밥을 건강식이라며 일부러 먹으러 다니곤 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13년 만에 처음으로 느꼈을지 모르는 밥의 단맛을 알고 나서는 예전 쌀 한줌도 구하기가 힘든 시절에는 쌀이 주는 의미는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습니다. 쌀 한줌으로 주는 삶의 희망과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 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사랑, 대가족에서의 큰 형이 주는 의미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 앞으로 밥을 열심히 꼭꼭 씹어 먹어야겠어요. 햄버거에서도 피자에서도 느낄 수 없는 맛이 있어요.”
“덧니가 생긴 것이 잘 된 일인가? 밥맛을 이제야 알게 되었구나. 앞으로 우리집 가훈을 바꿔야겠구나. 꼭꼭 씹자!!로”
“꼭꼭 씹자요? 그게 뭐예요?”
“이놈아 밥을 꼭꼭 씹어서 밥의 참맛을 알 수 있듯이 말과 생각 행동도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고 그 참 맛을 느끼자 그 말이야.”
“아~ 좋아요. 꼭꼭 씹자!!”
그 날 저녁 우리 식구는 진정한 밥맛으로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농업과 식량 > 우리 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쌀 이야기 '맛있는 소리 냠냠' (0) | 2010.08.24 |
---|---|
사이버 쌀 박물관 오픈하다 (0) | 2010.08.18 |
미국친구들도 인정한 한국인의 밥 힘 (0) | 2010.07.19 |
쌀 한 톨의 사랑이 모이면... (0) | 2010.07.15 |
둘만의 비밀 '밥풀이와의 여행' (0) | 2010.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