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식량안보 대응

밀가루 값 더 오르면 쌀로 바꿔버린다고? (매일경제)

곳간지기1 2008. 3. 6. 15:47
 밀가루 값 더 오르면 쌀로 바꿔버린다고 ?
 
  쌀값 더 비싸고 밀가루 맛 못내는게 한계

밀가루 가격이 폭등하면서 쌀로 만든 과자와 막걸리에서 쌀라면, 쌀국수까지 쌀 제품에 대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남아도는 우리 쌀로 가공식품을 개발해 농가 경제도 살리고 밀가루 식품을 대체해 물가 부담도 줄이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문제는 쌀로 밀가루 식품을 대체할 수 있느냐다.

◆ 밀가루값 수입 쌀값에 근접 
 
  일단 최근 밀 가격 폭등으로 밀가루 가격은 수입 쌀 가격에 근접한 수준이다.
현재 밀 국제 가격은 지난달 말 시카고선물거래소 거래가격 기준으로 부셸당 13.495달러다. 1부셸이 27.2㎏임을 감안하면 ㎏당 우리 돈으로 465원 수준. 운송비와 세금 등 각종 부가비용을 합치면 ㎏당 620원 정도 된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쌀 것으로 여겨지는 수입 쌀 평균가격은 40㎏에 2만6000원 수준. ㎏으로 환산하면 650원이다. 밀 가격과 비교해 30원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물론 국내 쌀로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판매되는 충북진천쌀은 20㎏에 4만6800원이다. ㎏당 약 2300원이다. 이 상품이 중간 가격대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밀보다는 훨씬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쌀로 만든 가공식품 가격도 밀로 만든 가공식품보다 상대적으로 비싸다. 기린에서 만드는 쌀로별은 220g 한 봉지에 2500원이다. 보통 200g 중량 제품이 1500~2000원 하는 데 비춰보면 비싼 수준이다.
이 같은 가격차는 과자와 면 생산에 사용되는 쌀가루가 밀가루와 비교해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모 제과업체에서 공개한 수입 쌀가루 거래 가격은 ㎏당 1350원. 반면 밀가루는 850원이다.

◆ 건강에는 물론 쌀이 좋아 = 영양 측면에서 보면 쌀이 밀보다 우수하다. 
 박종대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밀에 들어 있는 글루텐은 반죽을 용이하게 하지만 소화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반면 쌀에는 그런 성분이 없기 때문에 소화도 잘되고 영양가도 높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웰빙 컨셉트에도 밀보다 쌀이 더 잘 맞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쌀 가공식품이 밀가루 제품을 대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박종대 박사는 "쌀 가공이 밀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 쌀 가공식품 개발에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밀에는 글루텐이라는 특수단백질이 들어 있어 밀을 가루로 만들었을 때 반죽을 쉽게 한다. 이 때문에 빵 국수 등 다양한 모양의 상품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반면 쌀에는 이 같은 성분이 없어 빵 국수 등 가공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전은희 기린 팀장도 "쌀로 과자나 국수를 만들 경우 밀가루처럼 탄성이 없어서 쫀득한 맛을 내기 위해 복잡한 공정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쌀로별 등은 유사 제품이 거의 없다는 것.
밀로 만든 라면에 익숙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는 것도 문제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국내에서도 쌀국수, 쌀라면이 출시됐지만 그리 주목받지 못한 것은 비싸고 맛이 없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박종대 박사팀은 지난 1월 말 밀가루를 첨가하지 않고도 100% 국산 쌀만 사용하는 국수 생산기술을 개발했다. 또 100% 쌀라면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도 수입 쌀국수 등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으면 다음 단계로 국산 쌀을 이용한 고급 식품 개발과 보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매일경제] 2003. 3. 5 / 김주영 기자, 배한철 기자, 이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