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단상/꽃 & 야생화

변산에서 시집온 바람꽃 수리산에

곳간지기1 2009. 3. 12. 09:24

변산에서 시집온 '변산바람꽃'이 여기저기서 봄소식을 전하는데 군포의 수리산에도 활짝 피었다.

이번 주말에 가보려고 하는데' 마침 야생화 전문가인 서비형이 찍어온 사진이 있어 여기에 올린다.

한겨울 혹독한 추위를 견디다 새봄이 온 소식을 미리 알려주는 봄꽃의 자태가 곱고 화려하다. 

 

 홀로 피어 고고해 보이기도 하지만 곧 하늘의 햇님을 향해 기지개를 활짝 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래저래 먼저 나오면 고생이다. 변덕스런 추위에 그만 몸들이 얼어 있다.

 

 슬슬 누군가를 기다리는 다 큰 아가씨들,
변산바람꽃도 대부분 야생화들처럼 타식을 하기 때문에 짝을 잘 만나야 한다. 

 

 하얀 꽃처럼 보이는 것은 실은 꽃받침, 진짜 꽃잎은 수술에 섞여있는 녹색주걱모양의 것들이다.

이름만 꽃잎이지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 할수없이 꽃받침이 꽃처럼 보이면서 호객행위를 한다.

 

 수리산에 변산바람꽃이 피었다 [송정섭]

 

연구회 어느 회원의 귀뜸이다.

부지런한 동호인들이 벌써 인터넷에 바람꽃이 피었다고 알려왔다.
바람꽃들을 만나러 토요일 오전 수리산을 향했다.

계곡의 군락이 대단하였다는 재작년 기억을 더듬어 그곳을 향했다.

수리산에 시집온 변산바람꽃이 점차 세력을 넓혀간다.

변산바람꽃! 복수초와 함께 가장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 중의 하나,
원래 고향이 변산반도이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흔히 분포한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개체수가 흔치 않다고 보고된 바 있으나 최근 동호인들에게 여러 군데서 발견되고 있다.
군락도 드물게 있는 게 아니라 계곡 전체적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어 초보자들도 쉽게 찾을수 있을 정도다.

 

변산바람꽃의 꽃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참 재미있다.
하얗게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실은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다.
꽃잎은 수술들과 함께 섞여있는데 끝이 녹색이나 노란색을 띠며 주걱모양을 한 것들이다.
역시 꽃잎이 별 볼품이 없으니 꽃받침이라도 튀어서 지나가는 방화곤충들을 유인할 속셈인 것 같다.
그래야 자손을 볼 수 있고 후대를 안전하게 이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 봄이 열흘정도는 빨리 오는 것 같은데,
아침 저녁으로는 여전히 영하로 떨어져 생강나무랑 산수유랑 털옷을 과감하게 벗질 못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노란 꽃잎들이 답답해하며 금새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이래저래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조용하던 바닥에 생명의 기운이 꿈들대며, 겨우내내 흑갈색 가지의 두툼한 눈들은 그 밝은 속을 드러낸다.
다음 주 부터는 전국에서 봄꽃 소식들이 올라올 것 같다.
봄꽃과 함께 희망이 시작되니 마음도 함께 바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