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선교 비전트립 후기] 선교와 여행 두 마리 토끼
박평식 (전성교회 장로/ 전북시니어선교회)
# 네팔에서 느림의 미학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인생 후반기를 보람있게 살기 위해 선교적 삶을 다짐하는 전북시니어선교회 선교학교 수료생들을 중심으로 가는 네팔선교 비전트립이 이제 네번째가 되었다. 제1차(2017), 제2차(2018), 제3차(2019)에 이어, 코로나로 중단되다 4년 만에 재개하였다. 나는 1차에 다녀온 경험으로 이번에는 인솔자로 참여해 부담감을 더 가지고 다녀왔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고 항공기 추락사고도 있어 참여자 모집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6년여 만에 다시 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은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인데, 전주 출신의 서울팀과 연합해 11명의 팀이 꾸려졌다. 예전에도 갔던 임마누엘 센터에 여장을 풀고, 현지 선교사님들의 헌신적인 안내와 좋은 날씨로 선교지 방문과 여행 포인트를 적절히 섞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네팔에 처음 가보는 일행이 많아 첫날은 느헤미야 센터 선교지 방문하고, 박타푸르와 스와얌부나트 사원(몽키 템플) 돌아보기로 문화탐방을 했다. 둘째날은 카트만두에서 제2 도시이자 관광·힐링 명소인 포카라로 가는 길, 예전보다 시내에서 빠져나가는 길은 많이 좋아져 10시간 기록을 단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개 넘어 꼬불꼬불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터널 공사 중, 휴게소가 만원이라 어쩔 수 없이 히말라얀 커피 맛을 생략하고 그대로 직진하게 되었다.
차창으로 산과 강, 손바닥만한 계단밭을 살피며 가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 같으면 구간을 나눠서 공사할텐데, 곳곳이 도로공사로 파헤쳐져 비포장도로에다 공사 구간이 포카라까지 계속되었다. 전에는 포카라에 가까워지면 멀리 설산이 보이기도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우기도 아닌데 폭우까지 내렸다. 천연덕스럽게 여전히 느리게 사는 삶을 다시금 체험하며 덜컹덜컹 기록경신, 무려 11시간이 걸렸다. 길이 좋아지면 관광객들은 편리하겠지만 세계의 자연유산이 사라질 것 같아 조바심도 생긴다.
# 세계 3대 미봉 턱밑에서 환호
히말라야 만년설 보러 많은 사람이 네팔에 가는데 포인트가 몇 군데 있다. 카트만두에서는 찬드라기리, 포카라에서는 사랑콧 전망대로 올라간다. 물론 히말라야를 좀 더 가까이 보려면, 안나푸르나, 랑탕, 에베레스트 등 전문 산악인들의 베이스 캠프(ABC, EBC)까지 수일간 트래킹을 해야겠지만, 범인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트래커가 아닌 여행자는 전망대로 올라가 멀리 쳐다보기만 한다.
안나푸르나(8,091m)와 마차푸차레(6,977m)가 시내에서 보이는 포카라가 제1의 관광지인데, 페와호수 주변에서 숙박하고 새벽에 사랑콧으로 올라간다. 사랑콧 전망대는 포카라에 있는 해발 1,700여m의 작은 동산으로 시내에서 가깝고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어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전에 갔을 때는 비만 쫄딱 맞고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잔뜩 기대하고 올라 설산과 일출을 제대로 보며 환호를 질렀다.
포카라에서는 날씨가 좋으면 시내에서도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등 히말라야 설산 봉우리들이 구름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사랑콧 비경을 즐기고 들뜬 기분으로 호텔에서 나와 교회로 갔다. 네팔은 힌두력에 따라 토요일에 예배를 드리는데, 선교사님이 한글학교를 세워 네팔 어린이들의 코리안드림을 이뤄주기 위해 주중에는 열심히 한국어 공부하고, 주말에는 현지인 교역자를 세워 예배드린다. 한글학교에서 교육하며 복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뜨겁게 찬양하고 말씀을 익히며 성장하고 있다.
자연환경이 좋은 네팔은 세계인의 로망이다. 히말라야 설산을 쳐다보기만 해도 일단 기분이 좋아진다.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는 언감생심, 대신 안나푸르나를 보러 포카라로 간다. 처음 갔을 때는 다 보여주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성공했다. 한글학교에서 예배를 마치고 푸짐한 점심까지 얻어먹고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로 올라갔다. 담푸스 루트 해발 2천m 언저리에서 8천m급 안나푸르나와 아직 인간의 발길을 허락지 않은 신비의 영봉 마차푸차레(세계 3대 미봉)를 지척에서 마주하며 감격했다.
선교여행팀이 기도를 많이 했던지 이번에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찬란한 일출과 하얀 설산은 절경이었다. 오캠 산장에서 오랜만에 캠프파이어를 하며 간증도 나누고, 히말라야 별 보기.. 새벽 일찍부터 서둘러 동쪽부터 붉으레 올라오는 일출과 저절로 빛을 발하는 설봉들을 제대로 즐겼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위대함에 다시 한번 감사드렸다. 캠프에서 기분 좋게 1박하고, ‘Way to Mardi Himal’ 표지판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왔다.
자유시간에 인생 첫 경험인 패러글라이딩도 했다. 사랑콧 전망대를 지나 2천여m 고지까지 꾸불꾸불 올라간다. 처음이라 약간 무섭기도 했지만, 가이드는 장비가 한국산이니 안심하란다. 바람을 타고 기구가 가볍게 떠오르니 기분이 상쾌했다. 맑은 날씨에 바람도 적당히 불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너무 좋았다. 멀리는 히말라야 설산, 가까이는 전망대로 쓰이는 산들과 페와호수, 발아래로 멋진 풍광을 내려다보며 하늘을 나는 기분, 꼭 한번 해볼 만한 경험이었다. 터키 카파도기아 갔을 때 일기불순으로 열기구 타지 못했던 것이 한이었는데,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행운이다.
# 네팔의 선교현장 방문
네팔은 힌두교 중심의 다신주의 국가로 선교사역을 펼치는 방법이 다양하다. 복음 전파가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전문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재정이 열악한 그들의 필요를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인 사역이 필요하다. 디자인 전문가인 김ㅇ태 선생은 6년 전 작은 규모로 Green Tree 패션스쿨을 시작해, 어느새 패션디자이너 3명을 양성해 직업전선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학에도 디자인학과를 개설해 패션 전문가를 양성한다. 장ㅇ권 선교사는 한글학교 교장을 거쳐 G.R.출판사를 세워 한국어와 네팔어 교재 및 기독교 서적을 발간하며 현지교회 건축지원도 하고 있다.
김ㅇ래 선교사는 Prasumsa 한글학교를 세웠다. 카트만두 남쪽 농촌마을에 농지를 임차해 2021년에 건물을 지어 기숙학교를 운영한다. 전국에서 모인 남여 학생 50여명이 함께 숙식하며 한글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오전수업 마지막 시간이었는데 환영송도 불러줬다. 한국어와 네팔어로 찬양곡을 불러주고, 우렁찬 박수로 환영했다. 나는 아프리카 경험담을 섞어 희망의 메시지도 전해줬다. 주중에는 한글교육, 주말에는 네팔 PLAN 비전센터로 함께 예배드린다. 김ㅇ선생은 네팔 한국인 시니어선교회장도 맡고 계신데, 선교사 초청 간담회도 가졌다.
네팔의 선교현장을 둘러보며 많은 정보를 얻고, 선교비전을 확장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물론 자극과 도전도 받았다. 문화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파슈파티나트 사원(화장터)과 외국인 거리 타멜 등 문화체험도 몇 가지 더 했는데, 일일이 다 거론하지는 못했다. 일정의 마지막 날은 장ㅇ선교사님 주선으로 우리교회가 건축을 지원한 현지교회를 방문했다. 학용품 등 몇 가지 선물을 전달하고, 애로사항도 파악하고, 격려와 함께 자립성장을 위해 기도해드리고 오니 조력자로서 보람 있었다.
우리 숙소로 이용했던 임마누엘 센터 원생들이 방문단을 위해 환송공연을 해주었다. 신나는 K-pop 노래와 율동을 통해 마음을 힐링하고,‘아리랑' 송영으로 멋진 마무리를 했다. 아내가 플루트 연주를 몇 곡 해주고 그들의 교육을 위해 기증하고 왔다. 귀국은 태국으로 돌아 먼 여행을 했는데, 무사히 비전트립이 완성되었다. 몇몇 어려움도 있었지만, 기우를 날려버리고 적당한 날씨에 좋은 사람들과의 선교여행을 잘 마무리했다. 창문으로 보는 인천공항의 아침햇살도 영롱했다.
* 자연풍광은 ‘농업은 생명창고’ 블로그 참조 : http://psp727.tistory.com
전북극동방송 '만남의 축복' 시간에 비전트립 야야기를 나눴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ixn1Jwi3HxI
네팔선교 비전트립 이야기는 끝이 났는데 문화탐방 사진이 조금 더 남아있어, 제가 내일부터
아프리카로 출장을 가기 때문에 인터넷 사정이 어찌될지 몰라 몇편 예약을 걸어두고 갑니다.
* 정보공유를 위해 '비전트립 보고서'도 여기에 첨부하니 꼭 필요한 곳에 잘 활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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