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의 추억(2) : "사해를 지나 예루살렘 성에 입성"
박평식 (전성교회 장로, 농업경제학 박사)
이스라엘 남쪽의 국경검문소 타바를 까다로운 검문절차를 거쳐 걸어서 통과했다. 사막지대인 바란광야를 지나다 보니 곳곳에 과수원이 보이는데, 사막에 농업을 꽃피운 이스라엘의 대추야자는 이집트의 르비딤에서 본 것보다 훨씬 탐스럽고 실하다. 소돔과 고모라가 있던 소돔산을 지나며 소금 덩어리를 찍어 짠맛도 보고, 세상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다 소금기둥이 되었다는 롯의 아내 형상의 소금기둥을 보니 가엷기도 했다.
사해 남서쪽에 우뚝 솟아 있는 마름모꼴의 천연요새(해발 450m) 맛사다는 헤롯왕이 BC 37년경 유사시에 사용하고자 건축했던 절벽 3단의 왕궁터에 곡물창고, 목욕탕 등 유적이 남아 있다. 궁전 유적 돌담 중간에 검은 선으로 표시된 윗부분이 복원된 흔적으로 보인다. AD 66년 로마군이 쳐들어와 헤롯궁을 함락하려 했으나 유대군이 끝까지 저항하자, 3년에 걸쳐 맛사다와 맞먹는 인공토성을 쌓은 후에야 점령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유대 열혈당원 967명이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저항하다 자결하였다고 하며, 오늘날에도 이스라엘 군인들의 정신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사해는 육지에 있지만 해수면보다 400m 정도 낮고 요단강으로부터 물이 흘러들기만 하고 나가는 곳이 없이 증발하여 염분이 보통바다의 10배에 달한다고 한다. 염분이 많아 머드팩이 유명하고, 사해 해수욕장에서 몸이 뜨는 것을 직접 확인해 보기도 했다. 사해 서쪽 해변에 있는 쿰란은 BC 2세기경의 세계최고 성경사본이 발굴되어(1947년) 기독교 역사에 귀중한 사료를 제공한 유적지이다. 사해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트랙터로 개조한 버스를 타고 가는데, 해수욕을 하다 소금물이 눈에 들어가면 눈을 뜰 수 없이 따가우니 바로 민물로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쿰란 유적지는 최고의 성경사본이 발굴된 곳으로, 메뚜기와 석청을 먹고 살던 세례요한 시대의 주거지였다. 바위틈에 굴을 파고 거주한 쿰란 유적지를 둘러보고 당시의 생활상을 유추해 보기도 하였다. 다음에는 여리고를 통과해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가는데, 먼저 풀을 뜯는 양떼들이 우리를 환영해 준다. 드디어 이스라엘 성지순례의 중심지 예루살렘에 입성하여 주기도문 교회, 눈물교회, 겟세마네 동산의 감람나무(올리브) 정원과 만국교회 등을 둘러본다.
주기도문 교회는 4세기경 콘스탄틴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에 의해 예수께서 기도를 가르쳤다고 전해지는 곳에 처음으로 세워졌다가 몇 차례 파괴와 복원을 거쳤다고 한다. 히브리어로 시작된 최초의 주기도문이 12세기에 새겨진 이후 주랑 벽면에 아람어 등 세계 70여개 언어로 주기도문이 새겨져 있다. 한글로 된 주기도문도 있어 반가운데, 천주교에서 자금 지원을 했는지 천주교식으로 되어 있다. 눈물교회는 예수께서 감람산에 올라 장차 파괴될 예루살렘 성전을 바라보며 안타깝게 눈물 흘리던 곳에 세워진 교회다. 지붕은 예수께서 눈물 흘리신 것을 상징하기 위해 검은 눈동자와 눈물 모양을 하고 있으며, 예수님이 꿇어앉아 기도하시던 자리도 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실 것을 알면서도 잡히시기 전날 밤 피땀 흘리며 기도하셨던 겟세마네 동산과 감람나무 정원, 기드론 골짜기로 통하는 사자문(스테반 순교)과 38년 된 병자를 고쳤던 베데스다 연못이 있다. 기드론 골짜기를 지나 스코틀랜드 기념교회에서 성찬식을 갖고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예루살렘 성벽을 지나며 자세히 보니 문위에 사자 문양이 새겨진 사자문이 있고, 성 안네(마리아의 모친) 교회, 그리고 베데스다 연못과 십자군 기념교회도 살펴본다. [다음호에 계속] * 전북기독신문 2019. 4. 11(목)
성지순례의 추억(3) : "골고다 언덕 십자가의 길 체험"
고난주간을 맞아 경건과 절제 생활을 하면서 이스라엘 성지순례 중 골고다 언덕을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면서 체험했던 것을 떠올려 본다. 직접 창에 찔리고 못에 박하는 경험은 안했지만, 아무 죄도 없으신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대속할 화목제물로 채찍에 맞아 피를 흘리며 십자가를 지고 가셨던 십자가의 길(비아 돌로로사) 골고다 언덕에서, 성지순례단도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그 길을 따르는 체험을 했다.
골고다 언덕길이 지금은 세계각지에서 몰려오는 성지순례 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념품 가게가 즐비한 골목길이 되었지만, 1) 예수께서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았던 법정, 2) 사형언도를 받고 조롱당하고 채찍에 맞은 곳, 3) 십자가를 지신 예수께서 첫번째, 두번째, 그리고 세번째 넘어지신 곳, 4) 어머니 마리아를 만난 곳, 5)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운명하신 곳, 6) 죽은 예수를 장사지낸 곳, 7) 아리마대 요셉이 준비했던 빈 무덤 등 14개 지점이 보존되어 있다.
골고다 언덕의 빌라도 법정에서 원로장로님과 은퇴목사님 등 연장자 순으로 차례로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길을 오르며, 예수님이 채찍에 맞았던 자리, 십자가를 지고 넘어지셨던 곳을 차례로 지나며 2천 년 전 예수님의 고난을 떠올려 보았다. 현재 골고다 언덕길은 건물이 많이 들어서 번잡한 좁은 길이 되었지만, 십자가의 고통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골고다 언덕 정상에는 만국연합교회가 세워져 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에 올라 피 흘리며 돌아가시고 장사되었던 곳에 거룩한 무덤(성묘) 교회가 세워졌다. 주후 313년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의 콘스탄틴 황제의 명으로 세워졌고, 십자군 운동과 더불어 1149년 오늘의 모습으로 복구되었다고 한다. 성전 안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던 모습, 시신을 수습하여 장사지내던 장면, 시신이 안치되었던 돌판에서 향유를 만지는 여인들, 바닥에 새겨진 14각의 다윗의 별에 둘러앉아 기도드리는 모습, 예수님의 시신을 장사지냈다가 부활하신 빈 무덤도 확인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로마에 의해 예루살렘 성이 무너짐을 안타까워하며 통곡하던 예루살렘 성에 일부 남아있는 서쪽벽(Western wall)을 ‘통곡의 벽’이라고 부른다. 오늘날에도 유대인 랍비(안에는 남성만 들어갈 수 있음)와 시민, 학생, 군인 등 남녀노소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몰려와 경전을 손에 들고 예루살렘을 향하여 기도하고 있다. 나도 머리에 뚜껑을 얹고 성벽에 손을 대고 기도를 했다.
시온산에 가면 베드로가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씩이나 부인했던 자리에 베드로 통곡교회가 있다. 예수께서 로마 병정들에게 잡히시기 전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했던 마가의 다락방을 둘러보았는데, 그 지하실에는 다윗의 묘로 추정되는 무덤이 있다. 예루살렘 성벽에는 곳곳에 화살구멍이 나 있다. 감람산으로 올라가면 예수님이 승천하셨던 곳에 승천 기념교회가 세워져 있는데, 예수님 승천 시의 발자국이 남아있다. [계속] * 전북기독신문 2019. 4. 18(목)
예루살렘 통곡의 벽
예수님이 사형언도 받았던 빌라도 법정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 체험
* 인쇄편집 과정에서 제목과 사진 등에 착오가 있었네요. 지면을 배치하다 의도적 실수?
(2)사해 지나 예수살렘성 입성과 (3)골고다언덕 십자가의 길 체험 일부가 합쳐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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