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의 추억(1) : "홍해를 건너 시내산 가는 길"
박평식 (전성교회 장로)
주5일제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으로 허락된 근속휴가를 얻어 교우들과 함께 성경의 역사를 더듬어 보는 출애굽 여정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전에는 성경을 읽으면서 잘 이해되지 않고 생경했던 장면들이 입체적으로 이해가 되었고,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봐도 참 잘했던 선택인 것 같다.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을 돌아오게 되었는데, 카타르를 거쳐 이집트로 갔기 때문에 중동의 카타르 도하를 먼저 돌아볼 수 있었다.
카타르 도하는‘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우루과이 라운드(UR)를 거쳐 200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게 되고 도하 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진행된 곳이어서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아시안게임을 위해 경기장과 선수촌 건설이 한창이었다. 성지순례 사진을 정리해 블로그에 시리즈로 올리고 교우들과 나눌 기회를 가끔씩 가졌는데, 기독교 신자라면 이집트-이스라엘 성지순례는 일생에 꼭 한번은 가볼만한 일이라 추천하고 싶다.
아프리카 대륙의 관문 이집트는 나일강 주변에만 사람이 살고 국토의 95%가 사막이다. 당시 카이로 인구가 1,700만 명에 달하고, 국민소득은 1,000$ 수준이며, 국민의 87%가 이슬람이고, 농업과 석유, 관광, 수에즈 운하 이용료 등이 주 수입원이었다. 1995년 한국과 국교를 수립해 많은 기업이 진출해 있고, 한국교민도 제법 많았다. 이집트 박물관과 피라미드를 관람하며 그 거대함과 4천 년 전의 건축기술에 놀라고, 낙타를 직접 타보기도 하며, 모세의 출애굽 흔적과 예수피난교회 등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기자지구의 거대한 피라미드 앞 파피루스 박물관에서 나일강변의 갈대로 종이를 만들어 성경을 기록했던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요즘은 수에즈운하 근처에 해저터널이 생겨 홍해를 버스타고 건너가는데, 홍해를 건너 수르광야로 가니 출애굽 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사흘 길을 가다 목말라 죽는다고 아우성칠 때 쓴물로 단물이 되게 했던‘마라의 샘’이 나온다. 쓴물 나온 우물 주변을 둘러보며, 훈련되지 않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평·불만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모세가 바로의 통치에서 신음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여 출애굽 했던 여정을 따라 홍해를 건너 수르광야, 신광야, 르비딤을 거쳐 십계명을 받았던 시내산으로 오른다. 홍해 앞에서도 사막이었지만 홍해를 건너도 역시 사막이다. 광야를 지나 홍해 변을 따라가면서 보니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인데, 멀리 홍해바다 위에 석유 시추공이 보인다. 신광야와 시내광야 사이에 있는 르비딤 골짜기에 이르니 모세의 기도처가 있고,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이기고 손을 내리면 패했다는 동산이 나오는데, 물맛을 못 봐서 종려(대추야자) 나무도 깡마르다.
시내산장에 여장을 풀고 새벽 2시쯤 캄캄한 하늘의 손에 잡힐 듯한 무수한 별을 보며 시내산 정상(해발 2,285m)을 향해 오른다. 낙타 등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엉덩이 아픈 줄도 모르고 타박타박 1시간쯤 가면 낙타 정거장이 나온다. 거기서부터 다시 기다시피 또 1시간 정도를 걸어 올라가면 동녘에 새벽이 밝아오면서 정상에 이르게 된다. 일출을 기다리며 산상예배를 드리고, 여호와의 영광이 불같이 보였고 모세가 증거판을 받았던 곳에서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여 찬양이 절로 나온다.
아침햇살에 찬란하게 빛나는 시내산 정상에서 모세의 정기를 받고 내려오다 보면, 이슬 먹고 자란 사막의 야생화도 보이고, 이렇게 가파른 돌짝길을 어떻게 올랐나싶어 아찔하기도 하다. 모세의 우물을 둘러보고 아주 오래된 성캐더린 수도원을 거쳐 시내산장으로 돌아와 아점을 먹는다. 다시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했던 바란광야를 거쳐,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에게 대항했던 하세롯을 통과해, 시나이반도 오른쪽 홍해를 끼고 북상하여 타바국경으로 이스라엘로 입성한다. [다음호에 계속] * 전북기독신문 2019. 4. 4(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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