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에너지 문제, 기후변화에 관련한 온실가스 문제와 더불어 식량위기가 올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의 시각 속에서 우리는 과연 식량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것인가? 즉 '식량안보'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우리의 먹거리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서 특히 농업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된다.
중국은 이미 금년 1월부터 곡물에 대해 5~25%의 수출세를 부과하고 수축할당제를 적용하여 홍콩이나 마카오를 통한 제3국으로의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쌀을 수입해 먹던 많은 동남아 국가에서는 식량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많은 언론에서 하루가 다르게 이 문제에 대해 보도를 하고 있다.
갑자기 식량위기가 오게 된 원인은 세계 주요 농업생산국이 식량생산농지를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옥수수와 같은 작물을 생산하는 쪽으로 농지를 이용하고 있는 데 기인하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절대적인 생산 감소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금년에 중국 동북지방의 가뭄으로 인하여 농산물의 생산 저하가 우려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병충해 발생으로 인한 수확량의 감소도 우려되며, 특히 중국에서와 같이 경제적인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곡물을 사료로 전환하여 축산물을 생산하여 소비할 경우 칼로리 공급능력이 감소하는 것도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상황에서 우리의 식량문제를 살펴보면, 국내 생산에 의한 곡물자급률은 1980년 56.0%에서 2006년 현재 27.6%로 크게 감소하였다. 식량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그 만큼 국제적인 식량위기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쌀의 경우 자급률은 2006년도 기준으로 95.3%로 아직 국내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는 불안정한 국제 식량 수급에 따라서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미 국제 시장에서의 곡물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우리의 식탁이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식량자급률이 낮은 원인부터 진단할 필요가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째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인 농지의 절대적인 감소에 있다. 즉 도시산업개발로 인한 농지 전용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농경지는 1980년 220만 헥타르에서 2006년 현재 180만 헥타르로 이 기간 동안에 약 18%의 농경지가 감소하였다. 연 0.7%가 감소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쌀과 같은 식량작물에서 수익성이 좋은 원예작물을 재배하는 쪽으로 많은 농지가 전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예작물의 재배와 주곡작물의 재배는 우리 몸이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 공급 측면에서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현재 농지의 칼로리 생산 능력은 쌀의 경우 헥타르당 22,360, 콩은 5,690, 옥수수는 14,230, 고구마는 27,530, 배추는 7,680, 사과 9,440 메가 칼로리(Mcal)를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농지에서 생산한 곡물을 돼지나 소에 먹여 고기를 생산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1헥타르당 돼지고기의 경우 1,330, 소고기의 경우 불과 320 메가 칼로리만을 공급할 수 있다.
이를 농지 1헥타르당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능력으로 환산할 경우, 성인 기준으로 1인당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를 3천 킬로칼로리(kcal)로 가정할 때, 쌀은 헥타르 당 20.4명, 고구마는 25.1명, 사과는 8.6명, 배추는 7명이며, 돼지 살코기로 소비할 경우에는 1.2명, 소 살코기 로 소비할 경우에는 0.3명 밖에 부양할 수 없다.
즉 이는 식량위기가 올 경우에는 농지 면적당 칼로리 생산눙력이 높은 작물 위주로 농작물을 재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축산물의 소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로 볼 때, 우리는 다가오는 식량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농지 면적당 칼로리 공급량이 많은 쌀이나 고구마와 같은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농민단체나 일부 국회위원들이 '식량자급률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나아가 절대적으로 농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해외식량기지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한정된 농지를 보전하는 일은 정책적인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부족한 현재의 농지만이라도 보전하기 위해서는 농업인의 생산의욕을 고취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과 아울러 지속적으로 농업생산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도 더욱더 요구된다고 생각된다. 과거와 같이 많은 수확을 거두기 위하여 환경에 부담을 줄 정도로 많은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는 것도 소비자인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품종이나 기술의 지속적인 개발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FTA와 같은 무한 경쟁체제 하에서 쏟아져 오는 농산물의 수입을 감당하지 못하여 생명의 터전인 농업생산기반 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가올 수 있는 식량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허비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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