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위기, 꼬인 실타래를 풀자 식량위기 지구촌 강타…국제정치도 불안하다
바이오연료 이용 늘고 개도국 소비도 늘어
3년간 식품가격 83% 급등… 각국 소요사태도
선진·개도국, 수출·수입국 利害 첨예 대립
식량 위기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필리핀, 아이티, 방글라데시, 이집트 등 개발도상국 빈민들은 기아 혹은 영양부족 위기에 직면하고 있고, 미국 소비자들도 급등한 식료품 가격에 놀라 신선한 과일 대신 냉동 과일, 스테이크 대신 통조림을 고르고 있다. 한국도 가격이 싼 GMO(유전자변형작물) 옥수수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식량문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국제 공조로 풀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곡물 수출국과 수입국 간에 엇갈리는 이해관계의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 식량위기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과거의 식량 위기가 일부 지역에 국한된 국지적 문제였다면, 이번 위기는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는 세계적인 문제이다. 미국 소비자들도 급등한 식료품 가격에 놀라 신선한 과일 대신 냉동과일, 스테이크 대신 통조림을 고르고 있다. 한국도 가격이 싼 GMO(유전자변형작물) 옥수수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식량 위기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에너지 위기나 환경 문제보다도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더구나 단기간에 끝날 문제도 아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세계 식품 가격은 83% 급등했으며, 2015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 ▲ 파키스탄 라호르시의 한 이슬람사원 근처에서 무료 급식 행사가 벌어지자 굶주린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물론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매일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하는 필리핀, 아이티, 방글라데시, 이집트 등 개도국의 극빈층이다. 기아(饑餓) 문제 못지않게 영양 부족 사태도 우려된다. 식량 문제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세계 20여 개국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식량 문제의 해법은 국제 공조를 통해 찾아야 한다. 오늘날 세계 곡물 생산량의 12.3%가 국제무역을 통해 거래되며,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은 상당량의 주곡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공조를 방해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있다. 바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곡물 수출국과 수입국 등 국가와 지역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식량 문제로 세계적 정치 불안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갈등
식량 문제의 해법은 국제 공조를 통해 찾아야 한다. 오늘날 세계 곡물 생산량의 12.3%가 국제무역을 통해 거래되며,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은 상당량의 주곡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공조를 방해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있다. 바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곡물 수출국과 수입국 등 국가와 지역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식량 문제로 세계적 정치 불안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갈등
우선 식량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부터 개도국과 선진국이 첨예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 ▲ 베트남 호찌민의 한 쌀 가게 직원이 쌀 배달을 나가고 있다. 세계 2위의 쌀 수출국인 베트남의 쌀 소매 가격은 작년 말에 비해 배 가까이 뛰었다.
팔라니아판 치담바람(Chidambaram) 인도 재무장관은 지난 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에서 "옥수수 등 곡물을 바이오 연료로 전용(轉用)한 것이 식량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친환경 에너지라는 이유로 옥수수에서 에탄올을 추출하는데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실제로 올해만도 20~25%에 달하는 미국 옥수수가 바이오 에탄올 공장으로 직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농업부 니우둔 부부장도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세계 식량 위기는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가보다 선진국들의 바이오 연료 개발 붐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세계 바이오 연료 정책이 어떻게 귀착될 지는 이번 글로벌 식량 위기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그러나 중요한 키를 쥔 미국에서는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에 대한 정부 보조금 철폐 문제 논의가 지금도 진행 중이며,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아직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부시(Bush)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식량 위기 원인을 개도국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인도에서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인구는 3억5000만 명으로 미국의 전체 인구보다 많은데, 부(富)를 축적하면 더 좋은 음식을 찾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소득 수준이 오르면 쇠고기·돼지고기를 많이 먹게 되고, 결국 소나 돼지의 사료로 먹이기 위해 사람이 먹을 옥수수나 콩·밀이 쓰인다는 논리다. 사람과 가축이 곡물을 두고서 경쟁하는 셈이다.
한편 선진국과 개도국은 글로벌 식량위기의 원인이 투기(speculation)냐 아니냐를 놓고도 격론을 벌이고 있다.
치담바람 인도 재무장관은 "투기 자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인도의 곡물 선물시장을 폐쇄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해 선진국의 투기자본도 식량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했다. 그러나 장클로드 트리셰(Trichet)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5일 "투기는 식품 가격 상승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요와 공급 요인이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 식량 보호주의 대두
세계 바이오 연료 정책이 어떻게 귀착될 지는 이번 글로벌 식량 위기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그러나 중요한 키를 쥔 미국에서는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에 대한 정부 보조금 철폐 문제 논의가 지금도 진행 중이며,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아직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부시(Bush)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식량 위기 원인을 개도국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인도에서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인구는 3억5000만 명으로 미국의 전체 인구보다 많은데, 부(富)를 축적하면 더 좋은 음식을 찾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소득 수준이 오르면 쇠고기·돼지고기를 많이 먹게 되고, 결국 소나 돼지의 사료로 먹이기 위해 사람이 먹을 옥수수나 콩·밀이 쓰인다는 논리다. 사람과 가축이 곡물을 두고서 경쟁하는 셈이다.
한편 선진국과 개도국은 글로벌 식량위기의 원인이 투기(speculation)냐 아니냐를 놓고도 격론을 벌이고 있다.
치담바람 인도 재무장관은 "투기 자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인도의 곡물 선물시장을 폐쇄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해 선진국의 투기자본도 식량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했다. 그러나 장클로드 트리셰(Trichet)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5일 "투기는 식품 가격 상승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요와 공급 요인이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 식량 보호주의 대두
국제적 차원의 식량 문제 해결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식량 보호주의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와 베트남, 러시아 등 주요 곡물 수출국들은 잇따라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부터 보리, 밀에 각각 30%, 10%의 수출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도 밀, 옥수수, 콩 등에 수출 쿼터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올 1월부터 쌀·옥수수·밀가루 등에 대해 잠정적으로 5~25% 수출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선진국일지라도 돈 주고도 맘대로 곡물을 살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조치는 특히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곡물을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에는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쌀 수출국과 수입국 간에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태국이 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 등과 함께 석유 수출국 기구(OPEC)와 비슷한 쌀 수출국 기구 결성을 추진하자, 세계 최대 쌀 수입국인 필리핀의 프란시스 판질란 상원의원은 "쌀 수출국 기구 결성은 원유처럼 공급자 마음대로 가격을 올려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태국을 비난했다. 결국 쌀 수출국들은 뒤에 쌀 수출국 기구 결성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곡물 수출국들이 식량 안보를 이유로 곡물 수출 규제에 나설 경우 오히려 곡물 가격 상승세를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이 수출을 제한하고 곡물 가격을 통제할 경우 이들 나라의 농부들은 곡물을 재배할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곡물 재배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결국 세계의 곡물 생산은 점점 생산비가 낮은 개도국 대신 생산비가 높은 선진국으로 이전하게 돼 세계적인 곡물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후진국은 생산비가 높은 선진국으로부터 곡물을 수입해 쓰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는 논리다.
곡물 보호주의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국제 곡물 매매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이집트와 시리아는 이집트가 쌀을 제공하는 대신 시리아가 밀을 공급하는 물물교환 계약을 맺었다.
■ 종합적인 해결이 요구돼
이 같은 조치는 특히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곡물을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에는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쌀 수출국과 수입국 간에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태국이 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 등과 함께 석유 수출국 기구(OPEC)와 비슷한 쌀 수출국 기구 결성을 추진하자, 세계 최대 쌀 수입국인 필리핀의 프란시스 판질란 상원의원은 "쌀 수출국 기구 결성은 원유처럼 공급자 마음대로 가격을 올려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태국을 비난했다. 결국 쌀 수출국들은 뒤에 쌀 수출국 기구 결성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곡물 수출국들이 식량 안보를 이유로 곡물 수출 규제에 나설 경우 오히려 곡물 가격 상승세를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이 수출을 제한하고 곡물 가격을 통제할 경우 이들 나라의 농부들은 곡물을 재배할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곡물 재배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결국 세계의 곡물 생산은 점점 생산비가 낮은 개도국 대신 생산비가 높은 선진국으로 이전하게 돼 세계적인 곡물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후진국은 생산비가 높은 선진국으로부터 곡물을 수입해 쓰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는 논리다.
곡물 보호주의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국제 곡물 매매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이집트와 시리아는 이집트가 쌀을 제공하는 대신 시리아가 밀을 공급하는 물물교환 계약을 맺었다.
■ 종합적인 해결이 요구돼
정치적인 해결과는 별도로 유엔 등 국제 기구를 중심으로 구호 차원의 해결책이 추진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유엔 산하에 태스크 포스 팀을 구성, 7억5000만 달러의 긴급 식량 기금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곡물 생산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일례로 아프리카·중앙아시아·러시아 등지에서 새로운 경작지를 개간하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이는 관개수로 개설 등 시간이 걸리며, 각국의 입장이 달라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곡물 가격이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계속할 경우 경제 논리에 따라 자발적인 농업 기술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비즈니스위크는 "1940~1970년에 농업 생산성이 높아진 뒤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후퇴했지만,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IT나 환경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됐던 기술진보가 이젠 농업 부문을 겨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셋 시란(Sheeran) 유엔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 사무총장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식량 문제는 에너지, 바이오연료, 기후 변화 등 여러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서 "어느 하나를 다른 것과 떼어 놓고 봐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곡물 생산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일례로 아프리카·중앙아시아·러시아 등지에서 새로운 경작지를 개간하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이는 관개수로 개설 등 시간이 걸리며, 각국의 입장이 달라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곡물 가격이 앞으로도 고공행진을 계속할 경우 경제 논리에 따라 자발적인 농업 기술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비즈니스위크는 "1940~1970년에 농업 생산성이 높아진 뒤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후퇴했지만,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IT나 환경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됐던 기술진보가 이젠 농업 부문을 겨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셋 시란(Sheeran) 유엔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 사무총장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식량 문제는 에너지, 바이오연료, 기후 변화 등 여러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서 "어느 하나를 다른 것과 떼어 놓고 봐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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