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3세, 아버지 나라가 자랑스런 이유
자원 한 톨 없는 한국, 세계 선인장 시장 석권에 놀라
- 멕시코 선인장 농장 노동자의 후예 3세가 본 한국 농업
최근에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멕시코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스로 혼혈이라고 소개하는 한 사람이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를 찾았다. 멕시코 유명 대학의 교수라고 소개한 그는 컬러 선인장 연구실을 보고 싶다고 했다. 접목(椄木)선인장 연구온실을 돌아보고 난 그는 아버지 나라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털어놨다. 그 이야기를 소개한다.
자원 한 점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를 석권한 접목선인장. 선인장의 나라 멕시코에서 온 교포3세는 우리나라 선인장 연구현장을 둘러보고 감탄을 연발하며, 아버지의 나라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가슴 아픈 멕시코 ‘애니깽’ 농장의 추억
‘애니깽’은 멕시코가 원산지인 용설란이라는 선인장의 한 종류를 멕시코식 발음으로 부르는 이름이다. 1990년대 후반, 애니깽이라는 영화가 뜨면서 우리에게도 꽤 익숙해졌다. 멕시코 애니깽과 관련하여 우리의 선조들이 겪어야 했던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다.
대한제국의 말엽인 1905년, 가난을 이기지 못한 한국인 노동자 1,033명은 멕시코 애니깽 농장과 4년간의 노동계약을 맺고 배를 타고 멀고도 먼 유카탄 반도에 도착했다. ‘애니깽’이라 불리는 용설란 선인장을 재배하는 농장의 노동력을 우리나라에서 수입했던 것이다.
배를 타고 40여 일을 걸려 머나먼 이국 땅에 도착한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혹독한 노동과 이루 말할 수 없는 학대였다. 하루에 1천 개의 애니깽 잎을 따지 못하면 채찍으로 가혹하게 맞아야 했고, 천대도 극심하여 노예나 진배없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이들이 농장 측과 계약한 4년이 지나고 나니, 한국은 이미 일본에 합방이 되고 난 다음이라 돌아올 나라조차 없어지게 됐다. 때문에 대부분 귀국하지 못하고 멕시코, 미국, 쿠바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분들이 이민 1세대인 것이다.
할아버지의 가혹한 역사를 알고 있는 교포 3세는 그래서 아버지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여지껏 숨기고 살아 왔다고 했다.
세계 시장 석권한 우리나라 접목선인장
접목선인장이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선인장을 접을 붙여서 하나의 식물체로 만든 것이다. 윗 부분인 접수(椄穗)는 관상용으로 보기가 좋은 빨간색이나 노란색, 분홍색 등의 화려한 색상과 모양을 가진 것들을 이용하는데 불행히도 이들은 엽록소가 없어서 광합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저 혼자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 광합성을 도와주고 양분과 수분을 공급할 수 있도록 뿌리가 있는 대목(臺木)을 이용하여 접수와 대목을 인위적으로 연결해 잘 자라도록 해 준 것이 바로 접목선인장이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 접목선인장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세계 최고이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우리나라가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는 물론 미국, 캐나다, 멕시코, 호주와 사막의 나라 중동지역까지 수출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자생 선인장 한 포기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접목선인장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것이다. 바로 ‘Made in Korea'라는 상표를 달고 세계 최고의 위치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나라에 감탄한 멕시코 교포 3세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에서 접목선인장으로 표현 할 수 있는 색상은 모두 15가지나 된다. 붉은색에서부터 오랜지색, 보라색, 분홍색, 검정색까지 웬만한 색상은 모두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됐다.
그는 이러한 눈부신 성장을 보고 감탄했다. “선인장은 멕시코가 원산지인데 한국은 자생 선인장 한 포기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을 해 낼 수가 있느냐? 한국인 아버지의 피가 흐르면서도 한국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이제는 나의 아버지 나라가 ‘꼬레아’라는 걸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
“선인장의 원산지인 멕시코에서는 알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원산지도 아닌 한국은 이렇게 기상천외한 상품을 개발해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지 않느냐? 나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의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선인장을 접목하는 모습. 뿌리가 있는 대목에 색깔이 다양한 선인장을 접목시켜 형형색색의 접목선인장을 생산한다. 이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이다.
갈등 속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나라. 대한민국
선인장은 지상 즉 땅 위의 식물자원이다. 그리고 우리는 농사지을 땅이 비좁고, 먹여 살려야 할 인구는 많으며, 지하자원(地下資源)이 없다고 항시 푸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원타령이나 하고 있을 한가한 처지가 아니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선인장이라는 자원의 부국인 멕시코에서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접목선인장과 같은 상품을 개발하여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화훼 왕국 네덜란드에서도 이러한 사실에 깜작 놀라고 있다.
비좁은 땅에서 많은 인구가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갈등구조가 심한 나라가 우리나라이지만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우리나라는 그래도 살 맛나는 나라이다. 이번에 농촌진흥청을 방문했던 ‘애니깽’의 후예인 멕시코의 대학교수가 지금까지 자신의 아버지 나라가 ‘꼬레아’라는 사실을 감추고 살아왔지만 막상 한국을 방문해 보니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소장 서효덕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가 개발한 다양한 접목선인장>
열정적인 붉은색을 선명하게 띠는 접목선인장
검은계통의 자색을 띠는 접목선인장
연보라색을 예브게 띠고 있는 접목선인장
오랜지색을 띠는 귀여운 접목선인장
청색을 띠고 있는 접목선인장
붉은색을 띠며 8개의 손을 가진 팔방미인 접목선인장
보송보송한 노란색이 아름자운 접목선인장
다양한 접목선인장으로 만든 자랑스런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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