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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젠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곳간지기1 2008. 2. 5. 17:18
 

어느 농진청 연구원의 독백


이젠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지난 1월 28일. 칼바람이 몰아치는 여의도 아스팔트 위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1만여 명의 농민들이 농촌진흥청 폐지반대를 목놓아 외치고 있었다.

  추운 날씨 속에 농민들이 보여준 결연한 행동을 보면서, 그동안 농촌진흥청과 농민들이 얼마나 형제처럼, 어버이처럼 한 몸이 되어 우리나라 농업을 이어 왔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반면, 나는 농민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음을 깨달았다. 농촌진흥청에 대한 농민들의 뜨거운 사랑과 열정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감사하고 그저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사실 우리나라 어느 부처가 폐지위기에 처해 있을 때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폐지반대를 부르짖으며 총궐기를 해 주겠는가.

영하 7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농촌진흥청 폐지를 반대하는 전국의 농민 1만여명이 차디찬 여의도 아스팔트 위에서 농민을 위한 기관인 농촌진흥청 존치를 외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이번 조직개편으로 결국 폐지되고 민영화되던, 존치가 되어 정부기관으로 남던, 어떤 경우가 되더라도 우리는 이런 농민들 마음을 져버리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굳게 다짐해 봤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이 민간연구기간이 된다면 연구원들은 누구를 위해 종을 울려야 할지? 그 대상이 막막해진다. 오직 돈이 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연구에만 매달리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업과 농민을 위해 살아있는 연구를 한다는 긍지는 이제 더 이상 가질 수 없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무슨 전체 농민들을 위한다고, 내 몸 하나도 추스르기 어려운 데...” 심한 자괴감마저 든다.

나이가 드신 어르신 농민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체형에 맞춘 농작업보조기구를 개발해 보급하기 위해 현장에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는 농촌진흥청 연구원. 


  사실 그동안 농촌진흥청 직원들을 보면, 책상머리에 앉아만 있지 않고, 농민의 손이 되고 발이 되어 현장을 누비며 열심히 살아왔다. 농사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품종들을 재배할 수 있는 다양한 재배기술과 병충해 방제법에, 수확 후 관리기술에 상품화 기술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개발하여 농민들에게 전달해왔다.

  농촌현장에서 농사를 짓다가 생기는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새벽이든 밤이든 수시로 즉각 달려가서 해결해 주는 기동성도 보였다. 각종 민원이나 분쟁 소송 등에서도 농업전문가로서 항상 농민의 입장에 서서 판단해왔다. 그러니 농민과 농촌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어떤 연구도 어떤 기술보급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우리는 농민과 함께 호흡해 왔고 그들을 위해 종을 울려왔다.

농업은 연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개발된 기술이 농업 현장에서 잘 이루어 지도록 보급하고 교육을 통해 실패하지 않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 파프리카 재배교육을 농민들에게 시키고 있는 농촌지도사.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을 보면, 농림부 소관의 농촌진흥청은 출연연구기관으로 민영화하게 되어 있다. 속 뜻을 모르는 사람들은 보수도 더 받고 연구활동도 더 강화된다고 하나, 민간연구소의 실태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소리는 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농업은 기초기술 없이는 결과물을 얻을 수 없기에 돈 되는 연구를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선진국인 미국, 영국, 독일 등 많은 국가가 농업연구는 정부가 주도하여 지원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2001년에 출연연구기관으로 민영화하여 운영하였으나 문제점이 너무 많아 다시 국가기관으로의 환원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나마 한번 무너진 연구 체계를 다시 갖추려면 수많은 노력과 기간이 소요됨은 물론이다.

 

  농촌진흥청은 농업기술 연구 및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기능과 연구를 통해 개발된 새로운 농업기술을 농민에게 신속하게 전달, 보급하는 지도기능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즉, 연구라는 바퀴지도라는 바퀴 두 개가 수레바퀴가 되어 지금까지 농민을 떠받치며 굴러 온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국가 기관으로서 돈이 되는 단기성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현장의 농민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농민의 농업소득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을 도모하고, 농촌 생활개선과 복지관련 사업을 독자적으로 실시해 온 기관으로 다른 민간연구기관과는 그 성격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민간연구기관으로 전환될 경우, 수익성이 높고 시장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는 농업기술 연구 및 개발에만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공공적 성격의 사업들은 축소 내지 폐지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민영기관 운영자금의 확보를 위해 개발한 품종과 농사기술을 로열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여, 생산비와 농산물 가격이 올라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농민과 소비자가 될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농촌진흥청의 민간연구기관화를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인수위 측의 반응을 보면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집요한 주장을 하고 있어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하게도 농촌진흥청 폐지를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아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

  FTA로 가뜩이나 긴장하고 분노하고 있는 시점에 농민이 의지하고 믿고 따르는 농촌진흥청의 폐지는 그야말로 타는 가슴에 기름을 붓는 격이 아닌가 싶다. 농민들은 기술농업으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의 폐지는 아예 농민을 버리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분개하는 것이다.


  이제 민속 명절인 설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무엇이 이 나라 발전과 농업과 농촌을 위한 길인지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비록 인수위 결정이 일정에 몰려 잘못 결정했더라도 그것이 옳지 않다면 바로 잡는 것이 순리이다. 그 피해는 장차 우리 농업과 농촌으로 고스란히 돌아옴은 물론, 소비자와 국민이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몸은 꽁꽁 얼어도 농업과 농촌진흥청을 살려야 한다고 부르짓고 있는 농민들

농촌진흥청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강추위에도 꿈적하지 않고 2시간을 버텼다. 왜?

제발 농민 좀 살려 주쇼... 어려운 농민을 버리지 말라고 절규하는 어르신들. 

농업의 포기는 국가와 국토를 후손에게 물려 줄 것이 없다며 결연히 참석한 젊은이들...  

농촌진흥청 폐지를 주도한 인수위를 규탄하는 화형식이 열리고 있다. 

현안 문제를 극복하고 희망 농업을 꿈꾸며 하늘로 날고 있는 풍선 1,000개... 

이제 장장 2시간에 걸쳐 진행된 행사는 마무리 되어 가고... 

갑자기 불속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한 농민을 행사 관계자들이 간신히 저지해 사고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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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신토불이119
글쓴이 : 길s브론슨 원글보기
메모 : 농민들의 애절한 절규현장을 취재하셨네요. 탁상공론으로 농림수산업 연구기관만을 사그리 없애버리겠다고 한 인수위도 당선인이 국민을 섬기겠다고 수차례 다짐한 것을 기억해 현장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시기 바랍니다. 잘못된 판단은 되도록 빨리 거둬들이는 것이 최상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