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폐지안의 허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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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정부 48개 부·처·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만족도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는 그동안 농촌진흥청이 기관본연의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다른 어떤 부처 보다 충실하였다는 국민의 평가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규제개혁과 함께 효율성을 추구하는 작은 정부 구현을 주창해온 차기정부의 농촌진흥청 폐지안은 정치수사학적 의미 외는 없어 보인다. 인수위는 "농촌진흥청의 보다 나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출연연구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이며, 일반 기업이나 다른 연구기관들과의 경쟁을 통해 농수산업의 기술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인수위의 논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첫째, 농촌진흥청 고유의 역할과 성과에 대한 몰이해이다. 농촌진흥청은 '농업 연구-지도-농업인'으로 연계되는 농업기술의 개발·보급 업무를 체계화하여 현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농업인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지원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출연금과 외부수탁과제수입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예산확보를 위해 단기성과의 과제 수주에 치중하거나 정부의 정책지시를 배제하지 못한다. 또한 수익성이 없어 보이는 기초 농업기술 연구에 대한 투자를 축소시킬 수 있으며, 시책건의 및 영농활용을 위해 효율적으로 구축된 현재의 시스템을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 결국 농업인들의 피해로 귀결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둘째, 농업·농촌연구기능의 공공성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농업은 공공재를 양산하는 국가의 기본산업으로서 기술개발 및 자원관리 등에 관한 조사·연구를 민간에 위탁할 경우 공급이 과소화될 소지가 있다. 재화의 성격으로 보았을 때 소위 말하는 시장실패의 우려가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농업·농촌연구기능을 국가정부기관으로서 관할하고 있다. 셋째, 우리나라 농업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의 부재이다. 농업에도 경쟁력 강화가 도입될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나, 이를 위해 농업연구기관을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선진외국처럼 농업에 종사하는 농가들이 자금출자가 가능한 기업적 경영 형태를 가졌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다. 농촌진흥청의 정부출연연구기관화는 영세농이 대부분인 우리 농업인들이 앞으로 새로운 기술, 품종 및 교육에 대해 값비싼 대가를 지불,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넷째,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간과이다. 농업은 식량생산 기능 이외에도, 식량안보, 자연환경 보전, 전통문화 보전, 생태계 보전 등과 같이 국가가 관여하여야 할 공공재 성격의 기능들을 산출하고 있다. 도시민들은 농업의 공익기능을 농촌관광의 형태로 이용하거나 또는 이용하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공익기능의 존재로부터 효용을 얻고 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들을 좌시한다면 그로 인한 국민복지수준의 하락을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상 기상에 따른 환경 재앙과 대체에너지 개발에 따른 곡물 소비의 증가가 유례없는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돌아볼 때, 경제 논리로만 농업을 바라보는 것은 근시안적 시각에 지나지 않는다. 생명산업이자 공익적 가치를 지닌 농업에 미칠 파장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타 정부부처의 통폐합 논의에 밀려 농촌진흥청 폐지안이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농촌진흥청 폐지가 아닌 농업 현실에 맞는 발전적 강화 방안에 초점을 맞춘, 국민을 생각하는 진정성이 담긴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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