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농촌여성신문 2009. 9. 28(월)
박 평 식 박사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본지 객원전문기자
세계 곡물가격 급등으로 식량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밀·콩·옥수수·쌀 등 주요곡물 가격은 2년 사이에 2~3배로 뛰었다가 주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도는 26% 내외이지만, 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은 해외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곡물가격의 고공행진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자원민족주의는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식량안보 차원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불안해진 식량안보
우리나라는 연간 1,400만톤 내외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그것도 미국·중국·호주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되고 있어 특정국가의 작황이나 수출입 정책에 따라 수급여건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중국 등 많은 나라들이 수출제한조치를 시작했고, 호주는 가뭄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고, 미국도 바이오에너지용 수요가 늘어나 수출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향후 곡물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수입시장의 다각화와 해외식량기지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국내 자급기반을 최대한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입선 확보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되, 경지면적의 한계로 국내 완전자급이 어려운 사정이므로 해외식량기지 개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번의 식량위기는 유가상승에 따른 바이오에너지용, 신흥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확대, 투기자본의 곡물시장 영향력 확대, 기후변화에 따른 공급불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단기적으로 곡물가격 등락에 따른 대응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필요하다.
농업기술·농자재 등 수출도 한 방법
그동안 우리나라는 곡물가 상승시마다 해외 농업개발을 몇 차례 시도했으나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1960년대 남미의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등에 농업이민을 추진했으나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다. 1990년대 이후 연해주, 중국 등 민간중심 해외농장개발을 추진했으나 대규모영농 경험부족과 생산물 유통망 확보 실패 등으로 상당부분 철수했다. 풀무원, 남양알로에 등 가공업을 하는 실수요자가 진출한 경우 판매망 확보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해외식량기지 개발의 가능성이 있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농업투자환경 조사를 다녀왔다. 카자흐스탄은 광활한 토지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수출작목인 밀의 ha당 수량이 겨우 1톤 내외인 것을 보고 우리의 농자재와 기술을 투입한다면 생산성 증대의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즈베키스탄도 수리시설 개량과 우량품종, 가공시설 등 기술을 투입하면 상당한 잠재력이 있음을 보았다. 물류인프라가 장애요인이기 때문에 가공시설을 연계해 인접국가로 수출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해외 식량기지, 장기적 검토 필요
해외 식량기지 확보를 위해서는 투자수익률이 낮고 자본 회수기간이 긴 농업개발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상지역과 작물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진출국가와의 협약체결과 기술 및 금융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민간기업이 철저한 사전 타당성 조사를 하고 착수해야 할 것이다. 재배기술과 생산기반 전문가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고, 수확후 처리방안과 유통인프라가 확보돼야 위험관리 측면에서도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의 마틴 울프는 ‘세계 식량위기는 농업개혁의 기회’라는 칼럼에서 “취약계층인 빈곤층의 굶주림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식량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연구개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외 자원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식량의 국내자급과 해외농업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경영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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