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앞서 전면 관세화를 한 일본과 대만의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보고자 한다.먼저 지나갔던 과거를 자세히 살펴 우리 실정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식량을 사수하자' 시리즈로 신문에 칼럼을 집필하고 있는데 참고하시기 바란다.
쌀 관세화에 대한 일본과 대만의 교훈
식량을 사수하자! ③ 일본과 대만의 쌀 시장개방 대응
■ 전문가 칼럼 [농촌여성신문 2009. 9. 14(월)]
박 평 식박사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본지 객원전문기자
올해 쌀 의무수입물량(MMA)이 30만톤을 넘어서고 있다. 생산은 늘고 소비는 줄고 있는데 수입물량까지 늘어나 재고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쌀 가공식품 개발 등 소비확대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2014년까지 유예되어 있는 쌀 관세화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조기관세화의 길을 걸었던 일본과 대만의 사례에서 벤치마킹할 점을 찾아본다.
◇ 일본, 민관 협력으로 피해 최소화 일본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1995~2000년까지 6년간 쌀 수입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평균소비량의 4~8% 최소시장접근을 허용하기로 했으나 1999년 4월 관세화로 전환했다. 당시 쌀 재고가 급격히 늘어가는 상황에서 MMA 증량이 수급관리에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쌀 관세화 이후 2005년까지 실제 수입량(누적)은 756만톤으로 당초 예정량보다 약 52만톤의 수입 감축효과를 보였다. 일본의 경우 관세상당치(TE) 설정 당시 국제가격은 주정용으로 소량 수입하던 태국쌀 가격을 적용하고, 국내가격은 상급미 도매가격을 적용해 초기관세율 1,000%가 넘는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고, 수입쌀 시장차별화를 철저히 해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수입쌀을 가공용이나 원조용 등 영향이 적은 시장으로 유도해 국내 쌀 가격 안정을 기하고 있다. 조기관세화를 하면서 대내외 여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하고 생산자단체의 동의가 이루어졌다. 관세화 이후에는 ‘전농’ 등 생산자단체 주도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식품박람회 진출과 시식회 개최 등 쌀 수출촉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대만·홍콩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상업용으로 연간 600~700톤 내외의 쌀을 수출하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수출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 대만, 준비부족으로 무차별 진입 대만은 2002년 WTO에 가입한 이후 일본의 전례를 참고했으나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서둘러 2003년부터 관세화 개방을 함으로써, 쌀 수입은 증가하고 수출은 감소하는 등 쌀 시장에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수입쌀 용도제한 철폐 등 불리한 조건으로 관세화를 받아들여 고가 및 중저가 시장에 수입쌀이 무차별적으로 진입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은 관세화 이전 매년 10만톤 이상의 쌀을 개발도상국에 저가로 수출해 왔으나, 2003년 이후 사실상 원가이하의 수출과 원조 등이 차단되고 수입이 수출을 초과했다. 수입증가에 대응한 긴급피해 구조와 생산조정, 쌀 품질표시 강화와 쌀 품질 경연대회 등을 통해 고품질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관세화 이후 쌀 수출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04년 화련현의 ‘부려미’ 일본수출을 계기로 ‘관산미’, ‘몽미인’ 등 수출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례를 참고로 해 조기관세화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생산자단체도 대승적인 관점에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수입쌀과 국산쌀이 혼합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시장차별화가 필요하며, 수입쌀이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고급브랜드 쌀은 시장경쟁에 맡겨 자생력을 키우고, 중저가 쌀의 품질관리를 강화해 외국쌀과 경쟁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쌀 품질관리 강화와 비용절감으로 품질과 가격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세계최고의 품종개발과 수확후 관리 기술개발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쌀 수출시장 개척 등 공격적 마케팅과 기술개발이 시급하다. [일본은 세계최고의 가격수준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시장개척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대만의 경우에도 고품질 쌀 일본수출 성공을 계기로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앞으로 본격적인 시장개방에 대비해 지금까지의 수세적 전략에서 공격적 전략으로 전환해 고품질의 우리 쌀을 수출할 수 있도록 시장전략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생산자, 가공 및 유통업자, 정책당국이 협력해 총체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