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농촌여성신문 2009. 8. 31(월)]
박 평 식 박사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세계인의 식량이며 우리의 주식인 쌀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필자는 식량경영 전문가로 ‘세계의 쌀 생산과 수출’ 등의 저서가 있고, 블로그 ‘농업은 생명’(http://blog.daum.net/psp727)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농촌여성신문' 전문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쌀 품질은 우수하고 단위당 수량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으나 가격이 비싸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상태다. 토지생산성이 높음에도 쌀 가격은 미국·중국 등 수출국보다 높기 때문에 개방시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향상과 생산비 절감이 중요한 과제다. 중단립종 쌀을 수출하는 나라들은 대규모 기계화 재배로 경영여건이 유리한 국가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고도의 기술개발로 앞서 나가야 한다. 세계 쌀 시장의 동향과 대응방안을 차례로 살펴본다.
◇ 세계의 쌀 생산과 소비
오늘날 우리가 생산 소비하고 있는 쌀은 전 세계적으로 1인당 칼로리 소비의 약 20%를 차지하는 식품이다.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소비하는 식품의 80%가 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 측면에서 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재배면적은 1억5천360만ha, 정곡 기준 4억2천240만톤 정도 생산되고 있다.
쌀은 아시아 지역에서만 전체 물량의 90% 내외가 생산·소비되고 있다. 세계에서 쌀 생산량이 많은 나라는 중국(28.5%)과 인도(21.9%)이고, 다음으로 인도네시아(8.7), 방글라데시(6.4), 베트남(5.5), 태국(4.7), 미얀마(4.7), 필리핀(2.5), 브라질(1.8), 일본(1.6), 미국(1.4), 파키스탄(1.3), 한국(0.9%) 등의 순이다.
◇ 세계의 쌀 교역 현황
쌀 주요 수출국들은 태국(865만2천톤), 베트남(452만3천톤), 인도(440만3천톤), 미국(343만7천톤), 파키스탄(270만8천톤), 중국(127만톤) 등인데, 이는 2003~2008년 연평균 세계 쌀 수출량(2천920만8천톤)의 85.6%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중·단립종 쌀 수출국은 미국, 중국, 이집트, 호주 등이다. 이처럼 세계 쌀 수출시장은 5~6개국으로 집중돼 있어 사실상 세계적으로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주요 쌀 수입국들은 필리핀,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EU,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이란 등인데, 이들 국가들은 전체 쌀 수입량의 약 31%를 차지하며 대부분 인디카 쌀이다. 일본은 자포니카 쌀의 최대 수입국이다. 한국, 일본을 비롯해 중국 동북3성 등 비교적 고위도지역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등 동남아 구릉지, 중국 윈난(雲南)성 산간지 등에서 재배되는 중·단립종 즉 자포니카 계열의 쌀은 교역비중이 쌀 전체 교역량의 10% 정도이다.
실제로 수출은 수출국의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동시에 수입국의 형편과 수입의향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단순히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이 수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고, 수입국과 수출국의 상황이 함께 고려돼야 하는 것이다.
자포니카 쌀을 수출하고 있는 중국, 미국 등의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따라, 앞으로 중단립종 쌀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음호부터는 ▲쌀 주요 수출국의 수출전략, ▲일본과 대만의 쌀 시장개방 대응, ▲쌀 브랜드화 유통실태와 개선방안, ▲식량위기와 해외식량기지 개발 등을 차례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