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출, 품질·특성별 타깃을 정해 점진적으로 시장확대"
박평식/ 한국연구재단 전문경력인사 (전남농업기술원 전문위원)
국내 쌀 생산량은 재배면적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단위수량 증가로 유지되는 반면 1인당 쌀 소비량은 1980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관세화가 됐지만 쌀 의무수입량(MMA)은 연간 409천 톤으로 총 소비량의 10% 정도가 되니, 생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쌓이고 있다. 식량안보에 대비한 재배면적 유지도 필요하지만, 쌀 소비촉진과 더불어 수출이나 원조를 통한 재고관리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관세화 유예조치를 20년간 받았기 때문에 쌀 수출을 엄격히 제한해 오다 2007년에 처음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그 후 수출국 수는 점차 늘어나 50여 개국에 이르렀지만, 수출량은 연간 2천 톤 수준에 정체되어 있다. 품질과 안전성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있으나, 가격경쟁력이 약세인데다 한국 쌀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교민들의 우리 쌀 선호 등 잠재수출 가능성은 있으나 수출시장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 쌀의 주요 수출시장은 미국과 호주 교민시장이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와 러시아 등이다. 오대양 육대주로 조금씩 나가지만 미국·호주 등 자포니카(중립종) 쌀 시장의 선두주자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기 때문에 현지시장보다는 교민시장이 주요 타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여 현지인 시장과 인디카(단립종) 쌀과의 경쟁도 치러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중립종 쌀이 주로 생산되는 캘리포니아의 칼로스가 ‘한국미’ '한가위’ 등 한국명 브랜드로 아시안 마트를 중심으로 거래된 역사가 길다. 그 시장에 진출한 한국 쌀은 주로 교민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아시안과 히스패닉계 인구 증가로 전통음식 즉, 에스닉(Ethnic) 푸드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호주는 ‘SunRice’가 생산과 가공·유통을 장악하고 있으며, 현지시장에서는 호주산과 미국·태국산 등 소포장 위주로 유통되고 있다. 한국 수출 쌀은 대부분 한인마트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품질은 좋기 때문에 주로 한국교민과 아시안계 소비자들이 찾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한류열풍을 앞세워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 진출하고 있으나, 가격 측면에서 일본산에 비해서는 낮지만 미국과 호주산보다 높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콩에서는 2kg 정도 소포장으로 백화점이나 고급 수퍼마켓에서 일본쌀과 경쟁하고 있는데, 서민층보다는 고급 소비자층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한인마트 중심으로 들어가는데, 고급 쇼핑몰에 한국식품 코너를 늘려가고 있다.
한국 쌀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권역별 특성을 검토한 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국 쌀 선호지역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조사가 선행되고, 품질 특성별 타깃을 정해 한인마트, 기능성 전문점, 한식 및 일식 식당 등 시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생산 및 운송과정의 품질 유지기술을 보완하고, 한국형 독창적 이미지와 현지인 선호도를 결합한 포장 디자인, 지속적인 홍보와 공격적 마케팅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생산자는 최고품질 쌀 생산매뉴얼을 준수하고 단지화로 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하며, 농협이나 미곡종합처리장(RPC)은 계약재배와 저장·가공시설 개선을 통해 수출 지향적 마케팅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연구와 기술보급을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수출적합 품종 선발, 품질 차별화, 단지 맞춤형 적정 기술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유관기관에서는 국가별 시장조사와 지속적 홍보 및 판촉활동 등 전후방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KDI 나라경제, 2020년 1월호, ‘아무튼 쌀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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