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출시장 개척으로 개방시대 극복하자"
박평식 박사/ 한국농업개발원 연구위원
□ 개방시대 우리 쌀의 현주소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은 재배면적의 지속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량 증가로 생산이 유지되는 가운데, 1인당 연간 쌀 소비량(59kg)은 1980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어려웠던 시절 총력적인 노력의 결과로 자급을 달성했지만, 관세화 시장개방 이후 의무수입량(TRQ)이 연간 409천 톤으로 소비량의 10% 정도가 되니, 생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쌓이고 있다. 식량안보에 대비 재배면적 유지도 필요하지만, 소비 촉진과 더불어 수출이나 원조를 통한 재고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체제하에서 우리나라는 20년간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쌀 수출을 엄격히 제한해 오다 2007년에 처음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그 후 수출국 수는 점차 늘어나 50여 개국에 이르렀지만, 수출량은 연간 2천여 톤 수준에 머물러 있다. 품질과 안전성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가격경쟁력이 약세인데다 국제시장에서 한국 쌀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교민들의 우리 쌀 선호 등 잠재 수출 가능성은 있으나 수출시장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실정이다.
□ 우리 쌀 수출시장 개척의 돌파구
우리 쌀의 품종 및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농촌진흥청에서는 2010년대 초반부터 수출용 쌀 생산 시범단지를 조성하고 점차 지역을 확대해 왔다. 쌀 수출단지를 중심으로 전북 군산, 충남 보령 등 선도적인 미곡처리장(RPC)들이 수출시장 개척에 앞장을 섰다. 전남지역에서는 해남, 장성, 곡성 등지에 쌀 수출단지를 조성해, 장성에서는 전남도에서 육성한 조생종 우량품종(조명1호)을 특화해 러시아와 미국에 꾸준히 수출하고, 해남에서는 ‘기능성 가바쌀’을 미국·중국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 쌀의 주요 수출시장은 미국과 호주 등 교민시장이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와 러시아 등이다. 오대양 육대주로 조금씩 진출 중이지만 미국·호주 등 자포니카(중립종) 쌀 시장의 선두주자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기 때문에 현지시장보다는 교민시장이 주요 타겟이다. 앞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여 현지인 시장과 인디카(단립종) 쌀과의 경쟁도 치러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의 칼로스가 ‘한국미’‘한가위’ 등 한국명 브랜드로 아시안 마트를 중심으로 거래된 역사가 길다. 그 시장에 진출한 한국 쌀은 주로 교민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아시안과 히스패닉계 인구 증가로 전통음식 즉, 에스닉(Ethnic) 푸드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호주는 ‘선라이스(SunRice)’가 쌀 생산과 가공·유통을 독점하고 있으며, 현지시장에서는 호주·미국·태국산 등 소포장 위주로 유통되고 있다. 한국에서 수출되는 쌀은 대부분 한인마트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 대비 품질이 좋기 때문에 주로 한국 교민과 아시아계 소비자들이 찾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한류열풍을 앞세워 홍콩과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하고 있으나, 가격 측면에서 세계최고가의 일본산에 비해서는 낮지만, 미국산·호주산보다 높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홍콩에서는 2kg 정도 소포장으로 백화점이나 고급 슈퍼마켓에서 일본쌀과 경쟁하고 있는데, 서민층보다는 고급 소비자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한인마트 중심으로 들어가는데, 고급 쇼핑몰에 한국식품 코너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 우리 쌀 수출 확대 방안
한국 쌀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주요 권역별 특성을 검토한 후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교민시장이든 현지시장이든 한국 쌀 선호지역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조사가 선행되고, 품질 특성별 목표(target)를 정해 한인마트, 기능성 전문점, 한식·일식·중식 등 동양계 식료시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생산 및 운송과정의 품질 유지기술을 보완하고, 한국적인 독창적 이미지와 현지인 선호도를 결합한 포장 디자인, 지속적인 홍보와 공격적 마케팅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생산자는 최고품질 쌀 생산 매뉴얼을 준수하고 단지화로 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하며, 농협이나 미곡종합처리장(RPC)은 계약재배와 저장·가공시설 개선을 통해 수출 지향적 마케팅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연구와 기술보급을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수출 특성에 적합한 품종 선발, 품질 차별화, 단지 맞춤형 적정 기술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수출로 개방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농수산물유통공사, KOTRA 등 관련 기관에서는 국가별 시장조사와 지속적 홍보 및 판촉 활동 등 전후방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미래로 가는 전남농업] 2020년 12월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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