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식량안보 대응

'애그플레이션과 식량안보' 춘천물포럼 발표

곳간지기1 2008. 9. 3. 11:18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가 2005년 발효됨으로써 올해부터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의무이행국가는 아니지만, 선진국들은 자발적 의무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후변화와 물관련 환경의 변화를 짚어보고자 "물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춘천물포럼 2008]이 개최되었다.

 

9월 4-5일 양일간 춘천 베어스관광호텔에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럼이 열렸는데, "기후변화와 농업"을 주제로 한 세션의 발표자로 초청되어 "애그플레이션과 식량안보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하여 많은 호응을 받았다고 생각된다. 물 부족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물과 농업문제는 중요한데, 농업과 식량문제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춘천물포럼은 물과 관련한 현안을 논의하는 소통의 장으로서 지난 2003년 "물 민주주의"를 주제로 첫번째 포럼을 개최한 이래, 매년 "물과 갈등", 물과 재해", "물과 정의", "물과 생명"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물 관련 종합포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대책에서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물의 이용과 관리, 기후변화와 농업문제 등에 대하여 정부부처 관계자, 지방정부 담당자, 기업가, 연구자와 시민운동가 등이 다양하게 참여하여 대책을 논의하였다. 식량안보 관련 발표를 위해 처음으로 참여하였지만, 뜻깊은 자리였고 지속적인 발전을 기원한다. 

 

 춘천베어스관광호텔에서 열린 춘천물포럼에서 '물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12개 세션에서 30여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제1파트(소양홀)에서 '기후변화 발생원인과 대책'이 다양하게 논의되었다.

 

 그밖에도 기후변화와 수자원 관리, 물의 공공성과 수도사업, 물과 역사와 문화, 이상기후와 하천관리, 기후변화와 농업 등 12개 세션에서 다양한 주제가 발표되고 토의되었다.

 

  회의장 입구에 춘천물포럼 2008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는 화환이 즐비하다,

 

 한편에서는 상수도사업 민영화 방침에 반대하는 의견도 활발하게 표출되었다.

 

  '기후변화와 농업' 세션에서 필자가 '애그플레이션과 식량안보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회의장이 어두워 사진은 좀 그렇지만 발표를 시작하고 있다.

 

  진지하게 발표를 경청하는 청중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기반시설 관리방안"에 토론자로 나선 농촌진흥청 농업공학연구소 김민영 박사

 

  

"애그플레이션과 식량안보 대응방안(박평식)" 요지 

  식량안보에 대하여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는 ‘자국민에게 만족할 만한 품질의 식량을 필요한 시기, 필요한 장소에서 입수가능하고 이러한 상태를 장기적으로 보증할 수 있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즉, 식량은 가용성(availability), 접근성(accessability), 안정성(stability), 안전성(safety)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부족한 식량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가 있다. 첫째, 부존자원 활용과 기술개발을 통해 국내생산을 최대한 늘리는 방법, 둘째, 해외시장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식량을 수입하는 방법, 셋째, 비상시를 대비해 식량을 비축하는 방법, 넷째, 국내자원의 부족을 대체하기 위해 해외식량기지를 개발하여 필요시 국내로 들여오는 방법이다. 그 중 가장 안정적이고 시급한 대책이 국내 부존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급률을 높이는 일이다. 다음은 선물시장이나 해외 유통망, 외교적 노력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선을 확보하는 일이고, 국내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외 식량기지 건설이 보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여, 세계적인 식량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추진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해 본다. (* 발표논문의 결론 부분임) 


 (1) 식량자급률 목표 상향조정

  「농업농촌기본법」 제6조(국민식량의 안정적 공급)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식량의 안정적 공급이‧‧‧필수적인 요소임을 인식하고 이를 위하여 적정한 식량 자급수준의 목표를 설정 유지하며 적정한 식량재고량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42조(농업농촌발전계획)에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의 발전과 농촌의 균형개발을 위하여 농업농촌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본계획에 식량의 적정 자급목표를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업농촌기본법에 식량의 적정 자급목표 설정을 명시한 것은 국민식량의 안정적 공급이 국가발전과 국민의 생활안정에 필수요소임을 지적함으로써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곡물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OECD 30개 국가 중 식량자급률이 26위에 불과하여 식량자급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국제 곡물수급 불안정이 장기화되는 현실에서 식량안보의 실행수단으로서 적정수준의 식량자급률 목표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최근에야 농업‧농촌기본법(2001 시행)에 따른 ‘농업‧농촌발전 기본계획’에 2015년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였다. 식량자급률 목표치 설정 추진경과를 보면, ‘식량자급률 자문위원회’ 대정부 건의서(’06.4)에 의거 ‘중앙농정심의위원회’ 심의(’06.12)를 거쳐 2015년 식량자급률 목표치 및 달성대책을 마련하여 ’07년 12월 29일 국회에 보고하였다. 식량자급률 목표치 설정은 1) 주식용 식량자급률, 2) 사료용 포함 곡물자급률, 3) 칼로리 자급률, 4) 주요 품목 자급률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5년마다 10년 뒤의 목표치를 수정․보완하게 되어 있다. 주식용 식량자급률은 54%(’06년 68.2%), 사료용 포함 곡물자급률은 25%(’06년 28%), 칼로리 자급률은 47%로 설정(’06년 45.6%)하고 있다.

  식량자급률 목표치 달성을 위한 대책은 소비측면에서 국민건강을 위한 바람직한 식생활 홍보를 계속 추진하고, 생산측면에서 쌀 전업농 육성과 품질고급화를 통해 수급균형을 유지하면서 휴경농지에 조사료, 콩 등 기타작물 생산을 유도하여 재배를 확대해 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연도별로 전년도 식량자급률 달성상황을 점검․평가하고 당해년도의 정책 추진상황을 ‘중앙농정심의위원회’에 보고하고, 점검․평가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전문연구기관, 생산자단체 등과 가칭 ‘식량자급률 점검단’을 구성하고 있다. 시장개방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건변화를 반영한 현실성 있는 목표치 설정을 위해 5년마다 재점검을 실시하게 되는데, DDA 협상타결 등 주요 변수 확정시 목표치를 조정한다.

  2015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보면 현재수준보다 낮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제적인 식량위기 상황에서 곡물수급 중장기 전망에 따라 국내 자급기반을 강화하는 전제하에 장기적인 청사진이 제시되고 그에 맞춰 자급률 목표도 상향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농지이용 관련 품목별 생산계획, 직접지불제 등 시장개방 여건 등을 고려하여 자급률 목표를 주기적으로 조정하여야 한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국내외 가격차에 따른 가격지지 또는 소득보전을 위한 정책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예산확보 대책과 시장수요 등이 고려되고 농업계, 학계, 소비자 등 각계각층의 여론수렴도 필요할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08.8) ‘제2녹색혁명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겨울철 국내 유휴농지에 식량․사료작물을 재배함으로써 자급률을 높이는 국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국내외 가격차가 줄어들어 국내 재배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밀, 청보리, 유채 등 겨울철 작물재배를 현재의 34만ha에서 2012년 66만ha로 늘려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산 밀 수요업체에 대한 수매자금 및 가공시설 설치 지원, 대규모 조사료 생산유통 경영체 500개소 육성, 겨울철 도시지역에도 경관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Green Korea’ 운동을 주창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자급률 상향목표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2) 식량자급을 위한 기술개발 강화

  우리나라는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토지, 노동, 자본 등 부존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과 곡물의 최대생산을 뒷받침하는 기술개발이 중요하다. 식량작물의 국내 공급능력 확대를 위해 시급한 주요 연구과제는 다음과 같다. 1) 생산성 및 재배 안정성 증대, 2) 농지의 유지 보존 및 경지이용도 제고, 3) 해외농업개발 지원 연구, 4) 기후변화 대응 및 국제곡물생산 모니터링 연구 등이 필요하다.


  1) 생산성 및 재배 안정성 증대

  자급하고 있는 쌀은 자급기반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수입쌀과의 품질차별화를 위해 고품질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식량부족 상황에 대비하여 초다수성 품종개발도 병행하고, 가공식품 개발로 밀 등 수입곡물 수요를 최대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곡인 쌀 자급기반마저 무너지면 식량안보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수입쌀과의 경쟁이 치열한 쌀은 과잉생산의 우려도 있으므로 벼 대체작목 개발로 한계지 논부터 콩, 옥수수, 잡곡 등 타작물의 생산여력을 키우기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 밀은 동계작물이고 수입대체 수요가 커서 생산확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물이다. 벼 후기작에 적합하도록 숙기를 더욱 단축하고 가공적성이 좋은 품종을 개발하고 수량성을 높여 연차간 농가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2) 농지의 유지보존 및 경지이용도 제고

  곡물의 국내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농지자원의 유지보존과 기반조성 및 이용도 제고가 중요하다. 새만금 간척지 등 새로 조성되는 토지는 최대한 농지로 이용되도록 하고, 휴경 및 타용도 전환을 억제하는 시책과 경지이용률 제고를 위한 작부체계 개발이 시급하다. 1960년대 150% 이상이었던 경지이용률이 ’06년에는 102%에 불과한 실정이므로 2모작이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과 기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특히 사료용 곡물과 조사료 자급률이 극히 낮은 현실에서, 밀, 청보리 등 동계작물 재배확대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벼+밀/사료작물, 논콩+밀 등 유망한 작부체계에 들어갈 수 있는 작물의 적응성 및 생력기계화 재배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3) 해외농업개발 지원 연구

  1970년대 230만ha에 달했던 경지면적이 개간간척 사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180만ha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국내 부존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해외에서 식량생산기지 개발이 필요한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중요하다. 개발대상 지역(국가)의 농업현황과 농업생산 시스템 및 생태환경에 대한 사전적 검토, 작물생태 지역별 적응품종 개발 및 적응시험, 대규모 기계화 재배 시스템 개발, 농업개발 및 재배형태별 투자 타당성 분석, 국가별 전문가 양성 및 훈련과정 등이 필요하며 해외농업개발 사업에는 기술인력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4) 기후변화 대응 및 국제곡물생산 모니터링

 전 지구적으로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과거 100년 동안 1.5℃ 상승하여 세계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빠르다. 기후변화의 특징은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줄어들고, 최저기온의 상승이 커서 일교차가 작아지고, 강수일수는 감소하나 호우빈도가 높아 강수량은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작물의 재배지역, 시기,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농업기후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여 작부체계 개선과 품종개발 및 재배시기 조절에 적절히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전 지구적 작황감시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서울대 이변우 교수).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촌진흥청의 연구개발 중장기 계획을 보면,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극소화, 온실가스 저배출형 농업구조 기반구축, 국내외 지구온난화 대응 등을 목표로 13대 핵심분야 56개 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 과제는 ‘온도상승에 따른 식량작물의 생산성 및 재배적지 영향평가’, ‘물 부족에 대비한 물 절약형 농업기술 개발’ 등이다. 기후변화와 물 부족에 대비한 농업기술 개발은 시급한 과제이다.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서는 농업분야 예산 규모가 얼마나 확보되느냐가 관건이고 또한 식량작물 R&D 투자에 어느 정도를 배려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러나 2003~2007년 국가전체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이 8.5%인데 반하여, 농림예산 증가율은 4.4%로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2007년 국가전체 예산 중 R&D 비중이 4.1%인데 농림예산 중 R&D 비율은 3.5%로 더 낮았다. 식량작물 연구는 타 분야와 달리 민간부문의 연구투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국가예산에서 확보해야 하는데 국가예산의 축소는 곧바로 식량작물 연구위축으로 연결되기 쉽다. R&D 투자효과는 바로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는 식량자급을 달성하기 위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R&D 투자에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3) 안정적인 식량수입 및 비축관리 방안

  단기적인 방안으로 식량수급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수입선 다변화와 선물시장 거래 활성화, 비축관리 제도 운영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는 곡물수입이 일부 국가에 편중되어 있고, 전체 수입의 70% 이상을 일괄현물거래 방식으로 수입하고 있다. 현물거래 방식은 가격위험이 높고 담합에 의한 가격조정에 무방비여서 곡물메이저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위험성이 크다. 일본, 중국 등 주요 곡물 수입국들은 선물시장(future marke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수입국 입장에서 선물거래는 1) 곡물가격 변동위험 회피, 2) 신속한 구매절차와 대량구매에 따른 수입가격 폭등 방지, 3) 장기적 구매계획 수립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향후 지속적으로 곡물가격이 상승하고 불안정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할 때, 수입 국가를 다각화하고, 가격과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는 선물거래 확대가 필요하다. 선물시장 활용방안은 사료곡물협회나 업체 등에 구입자금 지원과 관련하여 선물거래를 유도하거나,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국영무역기관부터 선물거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선물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담당자에게 일정한도의 거래 재량을 부여하고 국영무역주체가 선물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법(예산회계법, 회계 규정) 등을 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의 경우 안보적 차원에서 높은 비용을 들여 비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곡물의 경우도 경제성을 고려하여 쌀 이외의 작물도 점차 비축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비축관리제도는 전쟁 등과 같은 사태로 인해 발생하는 공급이 단절되는 긴급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최근의 세계경제 상황에서는 가격안정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비축제도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므로, 비축시설과 체계적인 운영시스템의 설계와 운영이 필수적이다. 비축관리 제도를 운영할 때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은 비축물량의 경제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정물량 파악과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할 때 비축곡물을 방출할 시기와 규모 등이다. 비축관리 제도는 막대한 재정지출이 소요되므로 본격시행에 앞서 단기적으로 항만 저장시설 확대와 물류 효율화를 통하여 곡물 비축효과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4) 해외 식량기지 개발

  우리나라는 연간 1,500만톤 내외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수입물량이 일부 국가에 집중되고 있어(미국, 중국, 호주, 캐나다 84%) 특정국가의 작황이나 수출입 정책에 따라 수급여건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수출세를 부과해 수출제한 조치를 시작했고, 호주는 가뭄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고, 미국도 바이오에너지용 수요가 늘어나 수출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작년부터는 곡물 수입가격이 크게 올라 수입금액도 3,256백만$에 이르러 무역수지 악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곡물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수입시장 다각화와 해외 식량기지 확보가 시급한 과제이다.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국내 자급기반을 최대한 확보하고, 선물시장을 활용하여 안정적인 수입선 확보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되, 경지면적의 한계 등으로 국내 완전자급이 어려운 사정이므로 해외식량기지 개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번의 식량위기는 과거와 달리 유가상승에 따른 바이오에너지용, 신흥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확대, 경기침체와 달러화 약세 등 거시경제 요인, 투기자본의 곡물시장 영향력 확대, 기후변화에 따른 공급불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식량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격등락에 따른 대응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곡물가 상승시마다 해외 농업개발을 몇 차례 시도하였으나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1960년대 정부 주도하에 남미의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등에 농업이민을 추진했으나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하였다. 1990년대 이후 연해주, 중국 등 민간중심 해외농장개발을 추진했으나 대규모영농 경험부족과 생산물 유통망 확보 실패 등으로 대부분 철수하였다. 다만 풀무원(중국 계약재배), 남양알로에(멕시코․연해주) 등 실수요자가 진출한 경우 판매망 확보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사례도 있다. 현재 러시아, 중국, 몽골, 필리핀 등지에 22개 단체․기업이 진출하여 절반인 11개소가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진출한 지역은 여러 국가가 있으며, 한국농촌공사가 2007년도에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총 521,271ha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농림어업 분야로 많이 투자한 나라는 아시아에서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북미에서는 미국과 캐나다, 중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파나마, 온두라스, 유럽에서는 러시아 연방, 그중에서도 러시아와 동남아 지역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지역에서도 특히 연해주 지역에 많이 진출하였다.

  그러나 2007년까지 해외농업개발투자에 참여한 많은 기업들이 사전타당성 검토와 현지 정보수집 미흡, 전문경영인 및 현지전문가 확보 실패, 유통 및 판매전략 부재, 관련 사업에 대한 사후관리 미흡, 정책지원 부족, 명확한 비전과 전략 부재 등으로 현지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중단하고 다른 기업에게 넘기는 등 대부분 성과가 부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김용택 등).

  해외 식량기지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투자수익률이 낮고 자본 회수기간이 긴 농업개발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상지역과 작물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와 전략을 수립하여 진출해야 한다. 정부는 진출국가와의 협약체결, 제도적 및 외교적 지원, 정보 기술 제공, 금융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민간이나 공기업이 철저한 사전 타당성 조사를 하고 착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재배기술과 생산기반 전문가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고, 건조․저장․유통 등 수확후 처리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여, 유통인프라가 확보되어야 위험관리 측면에서도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5) 식량안보 강화방안

  지난해부터 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하여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곡물재고율은 사상최저로 떨어져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본격화되었다. 식량위기는 유가상승과 금융위기와 더불어 세계 3대 위기가 되고 있다. 세계적인 곡물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여 곡물가 고공행진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될 전망이다. 지난 1972-73년에 제1차 세계 식량파동을 겪었고, 밀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농업은 생산기반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주곡인 쌀을 자급하고 있어 생활물가의 안정 등으로 위기를 면하고 있지만,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의 자급도는 극히 저조하여 세계 5위의 식량수입국이기 때문에 ‘식량안보’ 차원에서 식량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곡물가격 폭등과 수출국의 수출제한 등 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식량주권’을 외국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식량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자급률 제고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식량자급률 목표를 설정하고(2015년 주식용 54%), 밀 자급률 향상, 청보리 등 조사료 생산 확대 등 ‘제2녹색혁명’을 추진하고, 수입곡물 안정 확보를 위한 세제개선, 해외농업개발 협력단 구성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 곡물시장의 수급동향을 계속 주시하면서 국내 식량 생산기반의 유지․확충과 수입선 다각화, 선물시장 활용도 제고, 해외 곡물생산기지 확보 등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세심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 곡물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상 징후를 조기에 경보하는 조기경보시스템(EWS; Early Warning System) 구축이 필요하다. 최근 바이오연료용 옥수수 가격, 사료곡물 가격, 국제유가 등이 상호연동으로 동반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여 관련 산업에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 및 국내 관련 산업들의 수급과 가격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조기경보시스템은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존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자급하고 있는 쌀은 고품질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식량부족 상황에 대비하여 초다수성 품종개발도 병행하고, 가공식품 개발로 밀, 콩 등 수입곡물 수요를 최대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식량자급을 위해서는 농가가 경지와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경지기반 정비, 우량농지 보전, 판로확보와 생산비 절감을 통한 수익성 제고가 뒷받침 되어야만 재배유인이 가능할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마틴 울프는 최근(’08.4.29) ‘식량위기는 농업개혁의 기회’라는 칼럼에서 '취약계층인 빈곤층의 굶주림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식량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연구개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내자원으로 부족한 부분은 해외 식량기지 개발도 병행하고, 국내자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연구개발 투자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식량안보 대응방안’ 춘천물포럼 발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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