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식량안보 대응

중동 “식량위기 극복” 국외농장 개척

곳간지기1 2008. 8. 21. 10:37

중동 “식량위기 극복” 국외농장 개척
사우디·UAE 등 ‘오일머니’로 수단·타이 등서 추진
‘자본-토지 연계’ 긍정 평가속 ‘신식민지화’ 우려도
한겨레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rabafrica/305606.html 이정애 기자

» 곡물값 변동과 곡물 수출 통제
‘오일머니’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동 나라 등이 식량위기 극복을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대의 대규모 농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단물 빼먹기’식 투자와 불공정한 국제관계 형성 등 ‘신식민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수단과 우크라이나, 파키스탄, 타이 등에 관리를 파견해 비옥한 농지를 찾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섬의 10배 크기인 10억㎡ 면적 이상의 땅을 빌려 옥수수와 밀, 쌀 등의 작물을 재배해 본국으로 되가져간다는 계획이다. 사우디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연합과 리비아, 한국 등도 카자흐스탄과 수단, 우크라이나, 몽골 등에서 이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나라가 국외 농지 개척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최근 곡물값의 폭등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도와 베트남, 타이 등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이 잇따라 곡물 수출을 중단 또는 축소하면서 수입국들의 식량 정책에 ‘빨간등’이 켜졌다. 요아힘 폰 브라운 국제식량정책연구소 사무국장은 최근의 국외 농장 개척이 “지구촌 식량 위기 속에서 나타난 새로운 추세”라며 “안정적 식량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옥한 땅과 완벽한 기후조건을 갖추고도 자본력이 부족해 농업 생산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가난한 나라들은 이들을 반기고 있다. 수단은 88억㎡ 면적을 대여해주는 17개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10억달러의 자본 유치에 나섰고, 에티오피아도 농업 부문 투자를 위해 몇 십억㎡의 토지를 제공할 뜻을 밝혔다.

 

일부 정책 결정자들은 ‘악몽’ 같은 상황을 예고한다. 식량 위기가 일어났을 때, 자국 주민들이 굶어 죽어도 요새화된 농장에서 재배된 농작물들이 외국으로 실려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단 등에선 이미 560만명이 유엔의 긴급 식량구호를 받고 있는데, 향후 이런 현상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이들은 경고한다.

 

식량위기 극복을 위해 ‘자본력 있는 나라’와 ‘토지·노동력을 갖춘 나라’가 손을 잡도록 장려했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마저 조심스러운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자크 디우프 식량농업기구 사무총장은 “농지를 제공하는 나라에선 부가가치가 발생하지 않는 생산조건과 식량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악화 가능성 등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식민주의의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일부 토지 임대 협상은 불평등한 국제관계를 낳거나, 장기투자 지원 등 애초 취지와 달리 단기성 상업적 농업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식량농업기구는 최근 대규모 농지 임대거래의 문제점을 분석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토지 거래의 조건과 국가간 권리, 식량 생산국의 자체 식량 확보문제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한겨레신문] 2008. 8. 21(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