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밥 때문에 치아가 두 동강 나던 날..
며칠 전.. 입맛이 없어,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허기를 느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음식이, 입맛을 당겼다.
어릴적부터, 좋아하던 약식[약밥]이었다.
약식 생각이 간절했으나.. 덤벙덤벙, 사먹을 형편도 안 되어 망설이던 중..
동네 떡집에서.. 약식을 사서 먹기로 했다.
나는 아침부터 굶은 채.. 오후 2시가 되어, 약식을 사서 먹을 수 있었다.
허기진 마음에.. 약식을 한입 물고 씹는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무언지 모르지만..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어금니가 흔들거렸고.. 통증이 보통이 아니었다.
나는 순간..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직감하였다.
딱 소리의 주인공은, 대추씨였다.
대추씨를.. 어금니로 씹은 것이었다.
나는 예사로 생각하고.. 흔들리고 부서진 이빨을 가지고, 치과를 찾았다.
그리고 검사결과.. 치관과 치근이, 두 동강 났다는 검사결과가 나왔고..
빨리 발치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여, 응급으로 두동강 난 생이빨을..
한 시간에 걸쳐, 뽑는 시술을 받았다.
이제 이후로는.. 결과를 지켜보며,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들었다.
나는, 이 사실을.. 떡집에 가감 없이 알렸다.
나는 속으로, 큰 걱정이 되었다.
어려운 형편에, 임플란트를 어찌할까?
떡집에서 발뺌을 하면, 싸울 수도 없고 어쩌나..
별의 별 생각들이, 머리를 휘감았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 떡집은 보험에 들어 있었고,
모든 치료는.. 보험회사가 감당하게 되었다.
그래도 앞으로.. 감당할 치료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했다.
나는 이번 사고[?]를 통해서..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알고싶어 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감사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만일에.. 우리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다가 그랬으면, 어떡할 뻔 했을까?
내가.. 그런 일을 당한 것이 다행이지, 아이들이 그런 일을 겪었으면, 어찌 했을까?
또, 영세업체인 떡가게가.. 보험에 안 들었었다면.. 어찌 그 큰 돈을 감당했을까?
약밥 먹고 싶던 차에.. 떡집에서 공짜로 준 약밥을 가족들과 한번은 실컷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생이를 뽑아.. 음식을 씹지 못하는 나를 위해..
떡집에서.. 부드러운 인절미를, 선물로 보내오셨다.
그래서 감사, 이래서 감사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나는 음식을 맘대로 씹을 수가 없다.
이러고 보니.. 전날에, 마음껏 음식을 먹을 수 있었음이 얼마나 사무치게 감사한지..
건강했던 치아에,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더 감사한 것은..
우리는, 최근에.. 동절기 난방비를 걱정하며 기도 중이었는데,
보험회사에서 소정의 위로금이 나온다고 한다.
그것으로.. 교회의 난방비에 보탬이 되겠으니, 이것 또한 감사할 일 아닌가?
하나님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고, 악을 선으로 바꾸신다.
그리고 우리의 기도에, 어떤 식으로든 응답하신다.
물론.. 이런저런,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배웠고, 우리의 필요를..
이런 방법[?]으로 채우시니.. 이 또한, 기막힌 감사가 아닌가?
인생은.. 한시도 긴장을 풀 수가 없다.
하루 24시간이 지뢰밭 같다.
언제 어디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앉고, 일어서고, 먹고, 마시고 자는 일에, 하나님이 개입하지 않으시면..
우리는.. 언제 어떤 일을 만날지, 알 수 없는 미력한 존재이다.
그래서 항상 깨어 있어야 하고, 깨어 있으라고.. 걱정거리와 긴장의 요소를 주시는가 보다.
의료진이 나의 치아를 발치하는 동안, 하나님은.. 나의 영혼을 만지셨다.
그리고 잃음과 아픔보다, 더 귀하고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나는 이제 평생.. 약밥만 보면..
마치 베드로가 닭 우는 소리 들을 때마다, 회개의 눈물을 흘렸듯..
나도 회개와 감사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오지의 선교사님들은, 하루 세끼도 못 드신다는데..
밥으로 모자라.. 약밥을 식탐 냈던 사치스런 생각에, 부끄럽고 죄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이제는.. 밥 세끼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며 살아야겠노라고.. 다짐했다.
약밥을 볼 때마다.. 이때 일을 기억하고, 더 신실하고 검소하게 살아 보리라.
그리고 이제는..
세상 떡에 주리고 목마르지 않고.. 생명의 떡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목마르고 주린 삶으로, 살아가리라.. 크게 다짐해 본다.
~ 끝 ~
* 제가, 시시콜콜한 이야기며.. 삶의 성공과 실패, 치부와 미숙함.. 등을 가감 없이 기록하는 이유는..
저보다 더 어렵게 사시며 믿음을 지키시는 신실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렇게 어렵지만.. 믿음으로 감당하고 있으니, 힘내시라고요.
그런 뜻으로.. 감추거나 숨기거나 미화시키지 않고, 드러내어 소개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늘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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