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 정보/경영 마인드

이제 농업은 비즈니스로 풀어야 한다 (김사균)

곳간지기1 2008. 3. 4. 14:09

 이제 농업은 비즈니스로 풀어야 한다 

김사균/ 농촌진흥청 농업경영정보관실


  한미 FTA가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농업계는 망연자실하고 언론들은 앞 다투어 절망의 메시지를 타전하면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피해가 무엇이냐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에 열을 내고 있다. 한미 FTA타결 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방향성이 정립되고, 고민을 끝냈어야 마땅하고, 대안에 대한 적극적 논쟁이 불붙어야 했지만 우리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비즈니스라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말 자체가 신자유주의적이고, 미국식 자본주의의 흐름에 무조건적으로 따라가자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농업을 해하는 무엇이며, 농업의 논리와 반한다는 일부의 억측 때문이다. 사실 그 일부의 억측은 매우 강하기 때문에 농업경영이나 비즈니스는 숨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어떤가? 소위 성공하였다고 말을 하였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있거나 현재 성과를 거두고 있는 농업경영체를 보면 과연 “농업경영이나 비즈니스”를 거쳐 가지 않고 성과를 거둔 경영체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 서론 : 이제는 비즈니스의 시대이다

 오늘날 앞서 나가는 농가의 대부분은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비즈니스라는 용어는 농업내부에서 숨어 있어야 하였고, 정규 교육과정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혹자는 그것을 마케팅이라 하고, 나아가 쉽게 풀어 쓴다고 판매방법이라 칭하기도 한다. 그럼 왜 우리는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가? 세상은 이제, 좋건 싫건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전 세계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고, 지구 반대편까지 하루면 날아갈 수 있다. 정보통신기기와 운송수단의 발달로 국가나 국경의 의미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GM사가 한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미국제인가 한국제인가? 그럼 현대자동차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국산자동차라고 정의 내릴 것인가? 한국 땅에서 한국남자와 베트남 여자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말도 하고 베트남어도 하는 아이와 미국 땅에서 한국인 부모사이에서 태어났고, 미국시민권을 가졌지만 한국말을 못하는 아이 중 누가 더 한국 사람에 가까운가? 우리는 이런 의문에 대해 답할 경우 논란이 일어날 것이 뻔함을 알고 있다. 그 논쟁에서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것은 의미 없을 것이다. 나아가 개념을 정해놓는다고 해서 풀릴 문제도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글로벌화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글로벌화 되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바로 비즈니스 없는 생산이나 비즈니스가 생략된 그 무엇은 세계에서 설 자리가 적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농업인 중 앞서가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하고, 가공을 하고, 판매방법을 혁신하고, 고객을 섬기기 시작하고,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 본론 : 누가 농업경영 비즈니스 성공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나

 1. 돈이 아니라 사람을 챙길 줄 아는 사람

 대표적으로 경기 화성 원평허브농원의 이종노 대표를 꼽고 싶다. 그는 농산물을 비롯한 제품을 생산하는 주체는 사람이며, 물건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자도 사람이므로 사람위주의 경영을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나 농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고객이라는 차원을 넘어 친구라는 개념으로 확장해 간다. 이 쯤 되면 그가 어떤 자세로 고객을 대할지 짐작이 간다. 고객을 만나면 정말 반갑게 맞아주고 있으며, 고객의 취향이 백인백색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그에 맞는 백인백색의 전략을 내놓기보다 진심을 다해 친구처럼 대하면서 고객이 감동하도록 만드는 전략을 취한다.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고객이 지불한 금액 이상의 기대가치를 주고 실천하는 경영을 수행하고 있다. 농원은 무료 개방되고, 가족나들이 공간으로 이용하도록 배려하고, 학생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꺼리들을 제공하면서 회원가입자수가 8,000명에 이른다. 전문관리인을 두어도 관리가 어려울 지경이지만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비즈니스 성공의 단추를 힘차게 꿰고 있다.


2. 이 사람을 만나면 그냥 감으로라도 성공할 사람 같다

 주저 없이 나는 강원 횡성의 에덴양봉원 윤상복 대표를 추천한다. 그는 인간미가 넘친다. 실패도 해볼 대로 해봐서 그런지 좀체 쓰러지지 않는다. 소위 내공이 갖추어져 있다. 밖에 나가 영업을 해보았으니 그 영업력이 농업경영비즈니스의 톡톡한 밑천이 되었다. 그는 영업이 뭔지를 알고, 무엇이 핵심인지 안다. 누구에게 로비할 것인지, 시장과 고객을 분별할 줄 안다. 에덴양봉원을 전국 명품 사이트로 옹립하는데 6년의 세월이 걸렸다. 집을 비울 때는 우체국이나 PC방에 들어가서라도 고객관리를 했다. 군청, 도청 등 매력적인 서비스 기관을 적극 공략했다. 1,700 고객에 대해 시음용 꿀을 배송할 정도로 악착같은 고객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칭찬을 받으니 더욱 더 힘이 났고, 힘이 나니 칭찬이 줄을 이었다. 벌꿀은 부자간에도 속인다라는 항간의 속어를 불식시키기 위해 과정을 목숨처럼 정직하게 만들어간다. 이 사람,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성공한 농업인이다.


 3. 생존의 교과서이자 농업경영 성공의 바이블

  강성식 대표는 6년 전부터 귀농을 준비하다 2004년에 10여년을 다니던 직장을 접고 전업 농업경영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때 국내 최초의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의 개발에 참여했으며 대덕연구단지에서 꽤나 명성 있는 연구원생활을 했었다. 그런 그가 농업에 손을 대었을 때 반대는 얼마나 심했을까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그가 이제 야콘의 대가가 되었다. 단 3~4년 만에... 아직 멀었다 하며 겸손해 하지만 그는 성공한 농업인이다. 야콘을 관찰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이 10,000장이 넘었다. 국내에서 야콘 만큼은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도록 기술을 연마하였고 열정을 불태웠다.  2003년 6월 25일 국내에서 최초로 인터넷에 야콘전문카페도 만들었다. 온당농장의 8종의 상품(농산물 가공품) 사진을 참고할 수 있다. 상단 좌측부터 하단 우측순으로 온당야콘괴근, 온당야콘뇌두, 온당야콘묘, 온당야콘포트묘, 온당야콘건조칩, 온당야콘잎차, 온당야콘비누, 온당야콘즙이다.

 

 

이제는 저장시설을 보완하고 경쟁력 있는 가공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인 야콘 가공품 생산도 하고 있다. 밀려오는 주문량을 다 맞출 수도 없고, 전국 유명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4. 글로벌 비즈니스 이렇게 하면 되고, 미국 수출로 증명해

  충남 당진 두레배 농원의 임봉이․서정만 농가를 소개하고 싶다. 브랜드를 만들어 제법 시장에서 인기가 있었지만 성장에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혁신을 할 시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의 농가들은 쇠퇴기에 이르러 혁신과 변화를 꿈꾸었지만 이 농가는 바로 농가가 가장 잘 나가는 최성숙기 때 혁신과 변화를 꾀하였다. 여력이 있을 때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임봉이 서정만 농가의 성공비결이 아닐 까 한다. 이 농가는 친환경농사를 한다 하여 돈이 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중하품 생산물의 가공을 고민하였다. 그러나 배즙에 관한 한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임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따라서 이 농가는 두레배즙의 미국 수출을 꿈꾸었다. 천신만고 끝에 미국으로 수출을 시작했고, 직접 현지로 날아가 배즙을 나르고, 재포장하고, 말이 안 통하지만 현지인에게 직접 판매한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수출물량이 꾸준히 늘어났고 국내에서는 최초로 배즙을 미국으로 수출 했다는 자긍심도 가지게 되었다.



 5. 고집스러우니 성공했고, 본 받고 싶은 이 시대의 진정한 장인

 전남 담양의 서당골 단감농원 오영춘 대표가 먼저 떠오른다. 그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17년간 운송회사에서 일했고, 광주에서 도시가스사업을 하다 실패하고 빈털터리가 되어 89년 귀향했다. 부모님이 물려준 땅 1.3ha에 정년퇴직용 감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빈민같은 생활을 거쳐 지금은 유기단감 과수원 10ha를 일구었다. 그의 기술농업정신과 혁신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가 자격증 8개를 취득하였고, 욕심도 많고 고집도 세다. 한번 물면 놓지 않았고, 끝까지 도전하였다. 기술혁신에 철두철미 하였고, 지역활동에 온 정성을 쏟고, 과수원에서 자고 과수원에서 일어난다. 백화점과 당당히 협상할 줄 알고, 최고가가 아니면 등을 돌렸다. 바이어들도 인정했고 제품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무조건 믿을 만 하기 때문이다. 그는 끝까지 공부한다. 그의 서재에는 손때 묻은 농서들이 그의 기술정신을 우러러 보이게 한다.


■ 글을 마치며 : 우리는 지금 벼랑 끝에 서있는 것이 아니다

 내노라 하는 농업계의 어느 신문 헤드라인은 “우리 농업 다시 벼랑 끝에 서다”로 시작하고 있었다. 또 한 신문은 “판로 개척 물거품 다 죽으라는 거냐” 라는 식으로 농업위기를 부풀린다. 이제는 더 나아가 “농축산업 사망선고 세계 최대”라는 헤드라인으로 다른 무수한 비관적 제목들을 압도한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우리 모두 농업은 사양산업이자 무비전산업이니 접자고 해야 할까? 우리는 현재의 여건에서 기회를 볼 수 있는 혜안을 강조해야 한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쓸데없는 낙관도 하지 않지만 대안 없는 비관을 하지 않는다. 정말 어려운 것은 비단 농업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교육계나 유통업, 출판업, 문화산업 거의 전 분야에서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준비할 때이다. 미국자본의 잠식에 대비해 우리의 시장이 어디인지 명확히 짚어내는 비즈니스적 통찰력이 더 없이 소중하다. 최고경영자는 미래에 대한 준비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야 한다. 최고경영자는 미래 경영환경에 대한 흐름(Trends)을 읽을 줄 아는 식견(Insight)과 직관력(Intuition)을 구비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미래관(View of the Future)을 고객과 함께 공유할 때 고객은 우리 편이 된다. 농업이 몰락직전이다 라는 구호는 비즈니스를 행함에 있어 값어치 없는 구호이며, 이런 외침은 오히려 농업의 선순환을 막아버린다. 이제 농업은 비즈니스로 풀어야 한다. 기술농업과 강하게 결합되어......


※ 농업인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

  농촌진흥청, “ New Business 평범한 성공을 벌하라”,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