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경영, 기회와 가능성
최희종 (농촌진흥청 경영정보관)
다들 농업이 어렵다고 한다. 농업은 힘은 들면서 돈도 되지 않고, 사회적으로 좋은 대접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타나는 이농현상은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선진국들은 50년 내지 100년 걸려서 일어난 변화를 우리는 10여년 만에 압축하여 겪었다. 지금까지 농업이 어려웠던 원인 중의 하나가 농산물 시장 개방인데, 또다시 FTA와 DDA로 추가적인 시장개방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개방 속도도 초고속이다.
이러한 변화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측이다. 엄청난 변화가 소용돌이치고 농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되어 전면적인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농업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고정관념을 뒤엎고 성공하여 돋보이는 농업경영인이 있고, 새롭게 농업경영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가능성을 보고, 남들과 다르게 하기 때문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기회는 오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라는 역발상을 실천했기 때문은 아닌 지 들여다 볼 일이다.
농촌진흥청 소속기관으로서 ‘정예농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농업대학에서는 매년 200명 넘게 신입생을 뽑는데, 해가 갈수록 입학경쟁이 치열하다. 심지어 다른 대학을 졸업한 후에 농사를 배워 ‘진짜 농사꾼’이 되고 싶다고 들어오는 학생도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실제 농업인이면서 자신의 농장을 자식에게 물려줄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졸업생들은 95퍼센트 이상이 영농에 정착하고 있다.
작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05년 기준으로 억대 판매액을 올리는 농업경영인들이 1만6천명에 이르는데, 이는 3년 전에 비해 60퍼센트가 늘어난 숫자이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이나 자영업을 하는 것보다 농업을 경영하는 것이 충분히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라고 생각하여 귀농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농업이 단순히 살아남는 차원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을 경영하는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다. 농업을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따라 성과는 같은 조건에서도 10배나 차이가 난다. 이제는 농업도 비즈니스이며,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농업 경영인이 성공 할 수 있고,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한국농업의 미래는 달려있다.
변화된 농업여건에서는 무엇보다도 농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생산만 하면 되던 시대는 끝났고, 생산이후에 마케팅이 되어 소비자로부터 선택되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결국 소비자로부터 선택되기 위한 것이며, 소비자가 손을 들어주는 농산물이 승리하는 것이다.
차별화된 상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수입 농산물보다 싼 값에 생산할 수는 없지만, 수입산과 다르게 생산할 수 있고, 얼마든지 차별화가 가능하다. 품질이 다르고, 안전성이 다르고, 가치가 다르다. 신토불이, 슬로우 푸드, 웰빙과 같은 트랜드가 의미하는 것은 이미 농산물 소비는 배불리 먹고 칼로리를 섭취하기 위한 단계를 지났다는 것이다. 이제 농산물과 식품에 담겨있는 감성과 문화와 삶의 질이라는 메시지까지 농업경영인은 읽어야 한다.
농업의 범위도 재배나 사육만이 아니라 저장 가공 포장 유통은 물론이고 홍보 사이버거래 농촌관광 등이 망라된다. 농업은 이제 전통적인 1차 산업이 아니라 1차 + 2차 + 3차 산업의 융합이다. 도시 가족들이 농장 체험 왔다가 과일과 가공품을 구입해가고, 입소문을 타서 대도시 바이어에게 알려지면 고객이 늘고 신뢰가 쌓이게 되는 식이다.
농업인들이 연구모임이나 조직을 만들어 생산기술과 자재의 공동 이용, 정보의 교류, 마케팅과 공동사업의 길을 찾을 수 있다. 협력과 분업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원․지식․기술․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경영규모가 작다는 단점을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
농업의 여건이 어렵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런 만큼 아무나 해서 성공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든지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할 때, 한번 도전해 보자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다. 농업경영, 지금이야 말로 해 볼만한 괜찮은 일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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