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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으로 도시민 맞아야"(남해 다랭이마을, 김주성)

곳간지기1 2008. 3. 12. 16:31

제목 : “큰 욕심 버리고 情으로 도시민 맞아야”


12월 첫 번째 토요일.

경남 남해 다랭이 마을의 김주성 농촌전통테마마을 추진위원장은 돌로 만든 ‘밥 무덤’ 주위에 대나무를 세우고 금줄을 치는 등 마을 동제 준비에 한창이다.

 

이 와중에도 외래 관광객들이 꾸준히 마을을 탐방하고, 마을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뛰어다닌다. 다랭이마을은 농촌전통테마마을사업 이후 20만여 명의 도시민이 찾았고, 다시 찾는 비율이 3%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농촌의 자원을 주민의 소득증대로 연계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이들 노는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습니까? 이 아이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마을 아이들입니다. 농촌마을에 사람 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농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열쇠입니다.”


농촌전통테마마을사업은 잘만 운용되면 우리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업이지만, 사람을 수익원으로 보기보다는 마음으로 대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김주성 추진위원장의 생각이다.


- 다랭이마을에는 삶의 활력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국내 농업·농촌의 현실은 다랭이 마을과 크게 다릅니다. 농업·농촌 실상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농촌에서 사람이 떠나가고 활력이 부족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다 젊은 사람이 농촌에 정착하지 않고 떠나 농촌인구가 고령화되는 것은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 그러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은 없을까요. 다랭이마을은 활력을 느끼게 합니다.


“노인들만이 남아있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닙니다.  이런 곳에는 돈도 모이지 않기 마련입니다.

이를 해결하고 농촌으로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농촌전통테마마을 조성을 비롯해 팜스테이, 그린투어리즘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으나 전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엔 부족한 듯 합니다.


개발에 목마른 상당수 마을이 사업자금을 활용한 무분별한 개발로 오히려 농촌마을 고유의 자원을 오히려 없애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입니다.


위 사업에 동참한 어느 농촌마을이 마을 고유의 대나무 숲을 밀어내고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깔았다는 일례는 이 같은 문제를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농촌마을에서 경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잘 닦인 아스팔트 포장도로보다는 대나무 숲 산책로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대나무 숲은 잘 가꿔 산책로로 활용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공예 체험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을 많은 농업·농촌 마을이 간과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 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며, 그 해결책은 무엇입니까?


“도시와 농촌 간 소득격차가 벌어져서 그런지 농촌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많은 농가들이 도시민을 무한한 수익원으로 보는 경향이 없잖아 있습니다.

이 같은 선입견을 갖고 있으면 마을의 고유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단기간에 정부의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도시민들로부터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데에 욕심을 내기 마련입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마을 지도자들부터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결국 농가들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로 초점이 모아집니다.


“마을 지도자들이 속칭 ‘눈먼 돈’ 유치에 급급하거나, 지역 농가들이 도시민을 돈으로만 보게 되는 오류를 잡아주지 못하면 농촌마을 가꾸기 사업은 성공하기 힘듭니다.

정부자금을 받는 것을 목표로 삼지 말고 처음부터 너무 큰 돈을 벌려고 하는 욕심도 버려야 합니다.


이같은 욕심은 겉으로 표현되기 마련이며 마을을 찾는 도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들을 감동시키고 다시 한번 농촌을 방문토록 하는 힘은 다름 아닌 농촌마을의 인정입니다. 산업화된 도시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정에 메말라 있고, 정에 약합니다. 다랭이마을을 찾은 도시민들을 보면 지나친 관심은 부담스러워하지만 사소한 인정에 끌리고 고마워합니다.


다랭이마을 방문객이 20만 여명에 달하고, 다시 찾는 비율이 3%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는 점은 무턱대고 많은 돈을 받아내려는 욕심보다는 편안하게 해주고자하는 따뜻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 농촌주민의 역할을 강조하셨는데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봅니까?


“농가로 하여금 중장기 관점 하에 지속적으로 경영계획을 만들어가기보다 눈먼 투자자금을 기대하게 하는 데에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봅니다.

정부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해오는 일은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농촌마을에 단발성 자금을 주거나 주체할 수 없는 빚을 탕감해주는 데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농촌마을 육성사업에는 마을 특성 파악과 발전과정을 보며 필요한 부문에 긴급한 자금을 대주는 일관성 있는 관심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검증된 진짜배기 마을을 모델로 삼아 농가들에게 그 노하우를 제대로 알려줘야 합니다. 흔히 회자되는 ‘선택과 집중’이 구호에서 그치지 않고 현장에 적용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선 관공서에도 관련 전문 인력을 끈질기게 육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한 사람이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업무를 추진하기보다 발령에 따라 이 자리에서 저 자리로 자주 옮겨 다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다행히 다랭이마을을 만드는데 관계된 농업기술센타 생활개선팀 책임자는 5년간 계속 바뀌지 않고 있어 자리 잡기에 수월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정부에서는 너무 잦은 인사이동은 지양하고 묵묵히 일관성 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 국내 농촌마을이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대외개방에도 굳건히 생존할 수 있는 핵심방안은 무엇일까요?


“다랭이마을도 처음 농촌전통테마마을사업 시작 이전에는 소득감소로 점점 적막해지고 인적이 뜸해지는 등 다른 농촌마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경지면적 42ha에서 65가구가 벼, 마늘, 잡곡, 시금치 등을 키워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농촌전통테마마을사업 그 자체가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변화가 적고 사람 왕래가 적은 농촌마을에 사람을 모아다 줌으로써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돈에 앞서 마음이 풍요로워질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였으며, 여기에 부수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다보니 돈도 모인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다랭이마을도 사람들이 모이면서 활력이 생기고, 새로운 작목으로 산나물을 캐기도 하는 등 도시 소비자들과 보다 밀접하게 관계하면서 또 다른 수익창출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한 데 모여서 제(祭)를 올리는 동제(洞祭) 역시 마을 사람들이 더 이상 줄지 않고, 마음이 여유로워지면서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마을 동제도 관광자원의 하나입니다.


농촌전통테마마을 사업은 잘만 운용되면 우리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업입니다. 다만 이를 시작하면서 사람을 수익원으로 보기 이전에 마음으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출처] 농업경영 비즈니스 성공조건2/ 김주성 남해 다랭이마을 전통테마마을 추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