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해외 여행/등산& 트래킹

천태산 암벽등반으로 사계절을 맛보다

곳간지기1 2008. 11. 30. 00:42

우리 등산팀의 정기산행으로 작년 11월 계룡산에 이어 이번에는 수원권을 벗어나 1박2일로 명산을 찾았다. 어제밤 정수학 집사님의 스타렉스 차량으로 11명이 대전유성으로 내려가 이해국 집사님이 이용권을 가지고 있는 '스파비아' 호텔에서 1박 하며 총회를 갖고, 창립부터 2년간 맡아왔던 회장직을 물려주고 총무와 회계도 다시 뽑았다. 오늘 아침 일찍 호텔 근처에서 설렁탕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고속도로를 통해 충북 옥천 IC로 나가 영동군 양산면의 천태산으로 갔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간밤에 비가 온 흔적이 있어 이제 개이는구나 했더니, 아침을 먹고 나자 심상치 않게 먹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모처럼 마음먹고 멀리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도 없어 그대로 목적지로 향했다. 비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비오는데 무리하게 산행을 강행하지 말자며 신중론을 펼치는 일부 회원이 있어 주저하다가, 천태산 입구 '댕기머리아가씨네' 휴게소에서 일단 비옷을 마련하여 영국사까지 산책하면서 상황에 따라 정상까지 갈것인지 결정하기로 하였다.

 

'충북의 설악'이라고 하는 천태산 계곡을 따라 들어가니 3단폭포도 있고, 신라 문무왕 때(668년) 창건되었다는 고찰로 천년된 은행나무가 있는 영국사를 둘러보고 나니 날씨가 개어 뒷산인 천태산에 오를만한 정도가 되었다. 로프 타고 바위로 기어올라가야 한다는 말에 부담을 느끼고 일행 중 일부가 뒤로 물러섰지만, 지난 2년간 비 때문에 정기산행(매월 2, 4주 토요일)을 못한 날이 한번도 없었던 전통을 믿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네 사람을 남겨두고 A코스로 등반을 시작하였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자 제1단계 절벽이 나타났는데, 비옷을 걸쳤고 바위에 물이 젖어 있어 고민은 좀 되었지만, 점심 전에 내려오려고 배낭을 차에 두고 와서 몸이 가벼웠기 때문에 로프를 잡고 가볍게 오를 수 있었다. 조금 더 오르자 또 2단계, 3단계 절벽이 나타나고, 갈수록 더 어려운 코스가 나타났는데,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들이 만만치 않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땀이 나자 비옷과 방한용 내피도 벗어제꼈다. 

 

계속 올라가다 보니 비가 그쳐 햇볕이 나기도 하고, 금새 다시 흐려져 빗방울과 진눈깨비가 내리기도 하고... 그리 큰 산은 아니지만 날씨가 몇차례 오락가락 하였다. 간식거리도 없이 미끄러운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기어올랐더니 힘이 많이 들었지만, 정상부근에 당도하니 가끔씩 날이 맑아져 내려다보이는 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천태산 정상(해발 714.7m)에 오르고 나니, 다시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만만치 않았고 다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해 하산을 서둘렀다. 잰걸음으로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북풍한설이 매서웠는데, 북쪽 경사면이 끝나는 D코스로 내려오니 언제 그랬느냐는듯 따뜻한 봄날씨가 되었다.

 

비와 눈이 약간씩 뿌리는 일기조건에서도 천태산을 완주하고 나니, 한나절에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다 경험한 하루가 되었다. 천년쯤 되었다는 영국사 은행나무 잎이 다 떨어져 스산했지만, 큰 감나무에 올라가기 힘드니 감이 그대로 남아 나무에서 홍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A코스로 정상에 오르지 않았던 잔류인원이 잘 익은 감을 따서 몇개를 남겨두고 있어 맛있게 시식을 했다. 천태산 입구 주차장 옆에 있는 '댕기머리아가씨 한잔집'에서 친절하고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준비해간 점심을 맛있게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영동시장에 잠깐 들러 곶감의 고장을 돌아보려 했으나, 눈발이 날리고 아직 곶감은 제철이 이르다고 하여 볼거리는 신통치 않았다. 마침 오일장날이라고 하는데도 깨끗하게 개량된 시장이 재래시장 시절보다 볼거리와 재미는 별로였다. 중부고속도로 진천IC로 빠져나와 안성으로 넘어오면서, 식도락가인 신임회장님의 한턱으로 금광저수지 가에 있는 '석이네가든'에서 푸짐한 붕어찜을 맛보고 왔다.

 

  '충북의 설악'이라고 하는 천태산 계곡 표지판, 2001년 충북의 자연환경명소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천태산 등산안내도 : A코스로 올라가, C 또는 D코스로 내려오는데, A코스는 로프로 오르는 절벽이 많다.

 

  일단 비옷을 챙겨입고 신라시대(668년)의 고찰로 '국태민안'을 기원하였다는 영국사 입구까지

 

  영국사로 들어서는 입구 철조망에 전국에서 다녀간 등산팀, 산악회의 리본이 즐비하게 걸려있다. 

 

  1,340년된 고찰 영국사 앞에 있는 수령 1,000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 벌써 잎이 다 떨어졌다.

 

  잎은 다 떨어졌지만 천년 묵은 거대한 은행나무 앞에서 일단 기념촬영 

 

 천년된 은행나무는 높이 31m, 가슴높이의 둘레가 11m라고 하며, 국가에 큰 일이 있을 때 운다고 한다.

 

  영국사 대웅전 안내문

 

  영국사 대웅전과 석탑 

 

  너무 높아 딸 수 없어 까치밥으로 모두 남겨둔 감

 

  '국태민안', '사업번창', '낙찰기원', '가족간의 화목발전' 등을 기원하는 기와불사  

 

  기와장으로 쌓은 담

 

  등반로 A코스 초입부터 오르막길이 만만치 않다.

 

  첫번째 바위길을 만나다. 여기는 로프만 잡고 가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지난 2년간 회계로 수고하신 윤희옥 예비권사님

 

  신임 총무를 맡게 된 유효종 집사님

 

  올해 등산화를 처음 장만한 효과를 단단히 보고 있는 '웃음보따리' 조금순 집사님

 

  여기까지는 비가 조금 왔어도 별것 아니지요?

 

  조금씩 더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등산팀들이 다녀간 흔적을 남겼네요.

 

  암벽 등산로 제2단계, 조금씩 난이도가 높아집니다.

 

  바닥이 좀 미끄러우니 로프 잡고 올라가기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오른쪽으로는 안전등산로도 있지만 그래도 난코스로 올라야 스릴과 성취감이 더하지요?

 

  광주에서 아침 일찍 왔다는 등산팀이 먼저 올라가 있네요.

 

  다른 사람 사진 찍어주느라고 다 올라가서야 저도 폼잡고 한커트

 

   3단계 암벽등산로까지 로프를 타고 오르고 나니 먼산도 쳐다보고 한결 여유가 있어졌습니다.

 

  3단계를 지나고 나도 오르막길은 계속됩니다.

 

  천태산 A코스 오르막길 제5지점, 이제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능선, 천태산 정상은 우측으로 200m, 좌측은 C, D코스 하산로

 

  두 사람만 해발 714.7m 천태산 정상에 오르다. 6학년이신 임래천 집사님 대단하십니다.

 

  산 위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보면 뿌듯한 성취감을 느낍니다. 비옷이 방한복이 되었네요.

 

  바위 틈에서 멋진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소나무

 

  D코스로 영국사에 다시 내려오니 날씨가 개어 천태산 윤곽이 보입니다.

 

  천태산 입구 계곡의 3단폭포

 

  까치밥으로 남겨둔 나무에서 익은 자연산 홍시 몇개를 획득하여 맛을 보다.

 

  천태산 휴게소 '댕기머리아가씨네 한잔집'에서 도토리묵과 부침만 시켜 준비해간 점심을 맛있게 들다. 

 

 댕기머리아가씨네 : 시어머니 상호는 그냥 '한잔집'이었는데, 며느리가 들어와 댕기머리가 덧붙었다고 하네요.

 

  미소가 아름답고 아주 친절한, 7년 길렀다는 자연산 댕기머리 아주머니

 

  오는 길에 곶감의 고장 영동시장에 들러 곶감 구경하려다 아직 철이 좀 이르다는 사실을 확인

 

돌아오는 길에 중부고속도로 진천으로 나와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금광저수지 옆에 있는 '석이네가든(전화번호 031-675-5989, 674-0592)에서 먹은 붕어찜(1인분에 만원)은 일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