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환경변화에 대비하는 식량안보 강화
박평식 /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지구의 환경변화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 동안 1.8℃ 상승했고, 앞으로 계속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극지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 상승으로 농경지 면적도 줄어든다. 우리나라는 주곡인 쌀은 자급하지만 밀·콩·옥수수 등 다른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식량자급률이 20% 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인구는 늘어나는데 땅은 한정되어 있고 토지의 사막화, 극심한 가뭄과 홍수 등 환경재난,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식량 수급이 불안정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질서 재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작황 부진과 전쟁 등 수출제한으로 식량위기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UN 식량농업기구(FAO)는 기아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인 결과 주곡인 쌀을 자급하고 있어 2008년 세계 식량위기를 비교적 잘 넘겼는데, 식량안보는 유비무환이니 8할의 식량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체계적으로 잘 대비해야겠다.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칼럼에서 밝힌 다음 저서 구상이 흥미롭다. 식량(Food), 에너지(Energy), 물(Water)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하는데, 영어 첫 글자들을 묶으니 FEW, 즉 많지 않다는 뜻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물 걱정부터 했다. 지구는 특별히 물이 풍부한 행성이지만 97%가 짠물이며, 나머지 3%에서도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은 기껏해야 1% 정도라고 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석유와 천연가스는 50년, 그리고 석탄은 100년 남짓이면 고갈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가 식량을 에너지와 물보다 앞에 두는 것은 단지 제목을 멋있게 만들려는 의도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촌의 물과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기지만, 그는 식량문제가 훨씬 더 시급하고 충격적일 것이라고 한다. 석유나 석탄을 구할 수 없으면 급한 대로 장작을 땔 수도 있고, 경제성이 문제일 뿐 담수화 기술은 이미 개발되어 있다. 하지만 식량은 대체가 불가능하다. 식량공급 불안정이 일어나면, 식량을 살 수 없어서 살기 어려운 위기상황이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곡물 수출을 감축하는 나라가 속출하고 있다. K-방역도 중요하지만 새정부가 식량 수급에 대한 계획도 철저히 세웠으면 좋겠다. 총체적 방역 시스템과 치료법 개발은 물론, 바이러스 진단 키트와 방역기술을 지원해 주고서라도 우리에게 부족한 식량 수입의 우선권을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가족은 멀뚱거려도 엄마는 최소한의 사재기를 해둔다. 국민은 멀뚱거려도 국가는 적절한 식량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식량자급률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를 굳건히 하고 식량주권을 스스로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부존자원을 활용한 식량자급 역량을 강화하고, 세계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여 중장기적 대비책이 시급하다. 국민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자급하지 못하고 식량주권을 외부에 의존하는 것은 안보적 차원에서 극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론 전 국민의 관심과 합심 노력이 필요하다.
식량 자급을 위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해야 한다. 쌀 자급기반을 보전하는 것은 물론, 개방 시대 외국과의 경쟁을 위해 고품질과 수출을 지향하면서도, 가공용 품종개발과 보급 등 수입 곡물 수요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2의 주식이 된 밀의 자급률이 0.5%에 불과한 상황에서 동계작물인 밀 자급률 향상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콩과 사료작물 등 타작물 생산을 유도하는 지원책도 시급하다. 식량의 국내 공급능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식량 수급 안정화를 위한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곡물 수입이 미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 편중되고, 다국적 기업인 곡물 메이저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 비상시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식량 수입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곡물 메이저와 같은 유통망 확보가 시급하다. 국영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시도하다 중단된 곡물조달 시스템을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제 곡물 수급과 관련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식량의 가용성, 접근성,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국내 부존자원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식량기지 개발도 중요하다. 개발도상국 농업개발 프로젝트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은 물론 민간기업의 진출을 확대함으로써 위급시 식량 공급선의 다양화를 꾀하고, 기술협력 및 공여를 통해 우리의 식량문제 해결뿐 아니라 세계의 식량문제 해결에도 기여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보다 철저한 타당성 조사와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상 지역과 작물을 선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국방과 경제안정도 중요하지만,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식량안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자력으로 식량안보를 지키는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국민적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다. 식량 수출국들의 수출제한 등 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식량주권을 외국에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식량주권 확보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참고 : 박평식, 「식량안보와 쌀 이야기」, 북셀프, 2016.
박평식 / 농업경제학박사
전) 농촌진흥청 연구관
한국농업개발원 연구위원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2022년 6월 12일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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