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식량안보 대응

IMF "치솟는 곡물가… 전쟁 부를수도" (한국일보)

곳간지기1 2008. 4. 15. 18:26
IMF "치솟는 곡물가… 전쟁 부를수도"

 

세계은행 총재도 30여개국 사회불안" 우려
亞신흥개발도상국 물가안정 위해 비상조치
유엔식량농업기구 6월에 정상 회담 열기로

 

 

“곡물가격 폭등이 계속되면 전쟁이 벌어질 지도 모르며, 전세계가 과거 5~10년간 이룩한 경제성장의 성과가 파괴될 것이다.”

과격한 선동처럼 들리는 이 섬뜩한 경고가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입에서 12일 다급하게 흘러나왔다.

 

비슷한 시각, 아이티의 상원은 식료품 가격 폭등의 책임을 물어 자크 에두아르 알렉시스 총리 해임안을 의결했다. 분노한 시민들이 수도 포르토프랭스 등지에서 일주일째 항의 시위를 하고, 저지하는 유엔평화유지군을 물리치고 대통령궁으로 몰려드는 등 사실상 전국이 마비된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이었다. 인구의 80% 이상이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이 나라에서는 주식인 쌀값이 최근 한 주간 무려 2배나 뛰어 50㎏에 70달러까지 치솟았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사회적 불안에 직면한 나라가 최소 33개국이라고 말했다. 이집트는 마할라지역에서 최근 수천명이 식료품 등 물가 폭등에 항의하며 시위하다 경찰과 충돌, 최소 2명이 사망했다. 국영병원 의사가 23일 파업에 돌입키로 했고 내달 4일에는 전국적인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 코트디부아르, 카메룬, 모잠비크, 우즈베키스탄, 예멘,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다른 나라에서도 식량부족에 따른 시위와 폭동이 일어났다. 미국 CBS 방송은 이를 두고 “신 기아(飢餓) 시대(A New Era of Hunger)가 도래했다”고 표현했다.

 

치솟는 곡물가격은 빈국 뿐 아니라, 신흥 개발도상국으로 각광 받던 아시아 지역에도 위기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동남아 국가들이 자국 곡물가격 안정을 위한 비상조치를 속속 시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쌀 부족 위기에 처한 필리핀의 아로요 대통령은 학교 체육관을 임시 쌀 보관 창고로 전환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쌀 수출국에 쌀 공급 확대를 호소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 베트남 등은 자국 쌀 가격 안정을 위해 수출물량을 줄이고 있다. FT는 ‘당장 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동남아 정부가 농민 보조금을 늘리고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는 결국 정부 재정압박과 다른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경제발전에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상점 선반에 식료품이 있지만, 전세계적 곡물가 폭등으로 사람들에게 살 돈이 없는 상태’라며 ‘냉전 후 시장경제가 급속히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수요와 공급 균형이 무너진 것이 원인 중 하나지만, 시장 원리로 문제를 풀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분석했다.

 

자크 디우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은 “세계 지도자들이 빈국에 대한 식량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폭동이 확산될 것”이라며 “식량위기 해결을 위한 각국 정상회담을 6월중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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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4/14 03:00:13 수정시간 : 2008/04/14 06:3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