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화) 농촌여성신문 칼럼니스트 간담회가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에서 있었다. 농촌진흥청 농업경영국장과 농업과학원장, 청장을 거쳐 퇴임하신 후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장을 역임하시고, 현재는 대전보건대학 총장으로 계시는 정무남 박사님 덕분에, 계룡산은 몇차례 갔어도 들어가보지 못했던, 계룡산 자연사박물관을 관람할 기회를 가졌다. 전에 영국 런던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은 가보았어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가본 자연사박물관이었다. 우리나라에 개인의 관심사로 이렇게 훌륭한 자연사박물관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랑스럽고 좀더 발전되었으면 한다.
명산인 계룡산을 배경으로 자연친화적인 환경이 좋았고, 규모도 대단히 컸으며, 공룡과 운석, 각종 광물과 학봉장군의 미라도 인상적이었지만, 설립자인 고 이기석 박사님(대전보건대학 이사장이며 안과의사였음)이 사재를 털어 평생의 과업으로 이룩한 성과라는 점도 놀라웠다. 지구의 생성과 지각변동, 공룡의 시대적 변천과 발자취, 우리나라의 공룡 유적, 각종 보석과 광물자원 등 많은 학습자료가 있었으며, 특별히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반드시 한번은 견학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것을 보고 느꼈지만, 일단 시간 내서 한번 가보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사진으로 일부를 소개하고, 최근에 새로운 사실이 많이 밝혀지는 미라 이야기를 한편 추가한다.
계룡산 동학사 입구 오른편 산자락에 있는 계룡산 자연사박물관 정원
계룡산 자연사박물관 정원
미국 와이오밍주 모리슨 층에서 발견된 중생대 쥬라기 후기 몸길이 25m, 몸무게 80톤의 초식공룡 실물표본 청운이(애칭 계룡이)
한국 처음으로 골격을 처리해 복원 조립한 공룡표본 청운이
아기공룡들이 알에서 깨어나는 장면
우리나라의 공룡 화석지 : 경기 시화호, 전남 해남, 여수, 경남 고성 등
계룡이의 발가락 화석
한대 파충류들이 세상을 지배했었지요.
석영, 방해석 등 광물류
나무화석
삼엽충 화석
초식공룡의 먹이가 되었던 원시 고사리류 화석
해양생물
사람의 두개골
조선초기 학봉장군 미라
학봉장군 미라가 있던 목관이 잘 보존되어 있다.
육신이 죽어서 썩지 않으면 이런 모습이다.
한국에서 발굴된 주요 미라 : 파평윤씨 모자, 경기 얀주 소년 미라, 학봉장군 미라, 그리고 최근 나주에서 발굴되었다는 모자 미라 등
박물관 옥상에서 계룡산 동학사 들어가는 입구로 들어가는 길이 내려다 보인다.
농촌여성신문 전문객원기자 자격으로 칼럼니스트 간담회에 참여하여 농촌정보의 바람직한 전달체계에 대한 토론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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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름에 익사한 시신을 부검해보면 몇 시간만 방치해도 심한 부패가 진행되어 미라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사망원인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꽃가루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꽃가루 전문가인 김기중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가 이 미스터리를 해결했다. 우리 선조들이 애기부들 꽃가루를 ‘포황’이라 불렀고 지혈제로 사용하였다는 기록을 찾아낸 것이다. 결국 학봉장군 미라는 폐 방사선사진과 기관지내시경검사, 흉강경검사, 폐조직검사 등 최첨단 의료기술을 동원해 피를 토하는 폐질환(기관지확장증 추정)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고, 그 과정에 지혈치료를 위해 애기부들 꽃가루를 먹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 미라들은 문중에서 관리해 오던 무덤을 이장하던 중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족보나 비문 등을 통해 연대를 알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번에 발견된 나주 미라도 완산(전주)이씨로서 조선 중종 갑진년(1544)에 출생하여 정해년(1587)에 4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사망시기를 추정하고 있다.
<아이를 낳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평 윤씨 미라는 세계최초로 발견된 임신부 미라다. 영상 제공 고려대 의과대> |
미라가 만들어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미라하면 이집트미라를 떠올리지만, 세상은 넓고 미라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남아메리카는 미라의 보고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자연환경 때문이다. 세계에서 제일 건조한 아타카마사막이 있기 때문에 건조한 미라가 많이 발생하며, 차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안데스산맥에서는 잉카시대에 산에 제물로 바쳐진 미라들이 발견된다. ‘친초로미라’라는, 박제와 인형의 중간형태를 지닌 미라들도 많다. 이 밖에 북유럽이나 스코틀랜드 및 북아일랜드에서는 소위 ‘보그피풀’이라는 미라가 많이 별견되는데, 이는 늪이나 습지가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늪의 화학성분으로 인해 미라가 부패하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발견되는 미라들은 독특한 장묘문화 덕분에 만들어진다. 한국이나 중국의 경우 ‘회곽묘’라 불리는 일종의 석관을 사용하는 문화가 있는데, 산소와 차단된 환경이 제공되다 보니 시신이 오래 보존되는 것이다.
그 밖에는 매장할 때의 풍습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라가 발견된 현장을 찾아가 보면 관안에서 숯가루나 송진 및 왕골 등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도 긴 장례기간 동안 발생하는 초기 부패를 억제하고 역겨운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또 시신의 부패를 막아주는 다른 중요한 요소로서 관으로 사용한 소나무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미라에서는 향긋한 송진 냄새가 배어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소나무를 두껍게 켜서 내관과 외관으로 구성된 이중관의 형식으로 구성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문점을 풀기 위해 이번 나주미라에서는 나무 재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라는 수백년 또는 수천년 전에 정보를 전해주는 타임캡슐과 같다. 미라 한 구 한 구가 다양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획일적인 방법으로 연구를 할 수 없다. 역사학, 고고학, 복식 뿐 아니라 생물학, 지학, 한의학 등 다양한 지식이 총 동원되어야 한다. 하지만 새롭게 나타나는 의문점을 풀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조상들은 미라를 통해 그들이 살았던 삶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고병리학자들은 ‘과학수사대 CSI’처럼 상상력이라는 안경을 쓰고 조심스레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대, 이제 타임머신을 타고 조상들과 만날 준비가 되었는가.
글 : 김한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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