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농촌진흥청 소식

농진청은 생산자 소비자 징검다리, 폐지 안돼 (김종덕)

곳간지기1 2008. 2. 2. 13:02

 [왜냐면] 농진청은 생산자 소비자 징검다리, 폐지 안돼

    <한겨레신문> 2008년 1월 31일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농촌진흥청의 폐지안은 충격적이다. 농촌진흥청의 폐지도 그렇지만, 새 정부의 농업과 농촌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가속화된 원유값의 인상은 이 에너지를 사용하여 곡물을 생산하거나, 또 바이오에너지의 원료로 쓰이는 곡물의 가격 인상을 동반하고 있다. 석유 자급률이 4%도 채 안되고, 식량자급률도 27%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원유와 곡물가격의 인상은 우리의 경제 그리고 생활과 관련하여 대단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의 농업과 농촌은 벼랑 끝에 놓여 있다. 값싼 외국농산물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농민들은 농산물 판매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영농을 통해 재생산을 하지 못하면서 날이 갈수록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이들이 영농을 외면하고, 농촌인구가 고령화되어가는 가운데 농촌이 공동화되고 있다. 농업이 위기에 놓여 있음에도,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규모를 키우는 영농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농업이 갖는 중요성 그리고 농업붕괴로 치러야 하는 비용을 고려할 때, 반드시 농업을 지속시키고, 농촌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을 경제정책의 논리로 다루지 말고, 스위스처럼 농업을 사회정책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또 농업의 경제적 측면 이외에도 농업이 갖는 공공성과 다원적 기능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이제 농업발전의 패러다임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하는 농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산자가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우선적으로 구매하면, 생산자는 안정적으로 영농에 종사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정체불명의 먹거리가 아니라 보다 영양가 있고, 신선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고, 우리나라 농가경제를 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보다 좋은 농업여건을 가진 나라들, 심지어 미국에서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하는 농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농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차별화된 품종을 개량하고, 또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할 수 있도록 생산자를 지도하고, 소비자를 교육하는 데 현재의 농촌진흥청만큼 훈련된 인력과 조직, 그리고 노하우를 가진 기관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이 농촌진흥청이 정부출연기관이 된다면, 지금보다 더 공익보다는 시장논리에 의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기본연구는 재정적인 이유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농민과 소비자들에 대한 지도 및 교육기능이 축소되거나, 그것이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

 

  현재 다른 어느 기관의 개편이나 폐지에 대한 반대보다 농촌진흥청의 폐지에 대해 반대의견이 많다. 이는 지금 제시된 농촌진흥청의 폐지안이 국민들의 정서와 기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지금 인수위가 해야 할 일은 농촌진흥청을 포함한 농업관련기관의 위상과 기능조정보다는 우리나라의 농업문제, 농촌문제의 올바른 인식에 기초한 농업발전방향을 확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농촌진흥청 폐지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수위는 새 정부가 추진할 농업과 농촌의 발전 방향부터 우선적으로 제시하기 바란다.


 김종덕/ 경남대 교수·농업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