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농촌진흥청 소식

농진청 독립적 국가연구기관으로 존치돼야 (이변우)

곳간지기1 2008. 2. 2. 10:35

[기고-이변우] ‘농진청’ 독립적 국가연구기관으로 존치돼야

 

  이변우 한국작물학회장 서울대 농생대 교수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거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도하개발아젠다(DDA)의 진전, 2015년의 쌀 관세화 등 1990년대 중반 우루과이라운드(UR) 개방 이후 제2의 개방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리 농업의 경쟁력 제고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향으로의 농정 전환과 기술력의 향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농업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돼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우리나라 유일의 농업기술 연구개발·보급 기관인 농촌진흥청이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어서 걱정을 금할 수가 없다.

농진청은 그동안 녹색혁명·백색혁명을 주도하면서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의 자급을 달성해 국가 경제 개발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FTA 등 개방화에 따른 농업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보급해 우리 농산물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할 막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국제 곡물가격 폭등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바이오에너지 수용의 증대와 맞물려 장기적인 현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 매우 높으며, 이와 같은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은 향후 식량안보를 크게 위협할 것은 불문가지의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안정적 국가 경제 발전과 국민의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곡인 쌀을 포함한 식량작물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국가 연구기관에서 추진돼야 한다.

식량작물에 관한 연구는 다른 분야와는 달리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과 예산이 요구되는 반면 그 효과가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그래서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먹을거리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 수용하기를 꺼려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따라서 식량작물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국가가 그 역할을 담당해 왔고, 앞으로도 국가의 역할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도된 바와 같이 농진청이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된다면, 식량작물의 품종 개발 등 식량 안보와 관련된 중장기적이며 국가 전략적인 연구수행이 어렵고, 지방 농촌진흥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개발기술의 신속한 보급이 차질을 빚어 우리 농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민간기업의 참여와 연구결과의 사유화가 어려운 식량작물 연구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연구에 필요한 재원 확보의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개방화 시대에 우리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농업기술 개발을 통한 국민 및 농업인에 대한 서비스 기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농진청은 국가연구기관으로 존치돼야만 한다. 그래야만 농업기술 개발 및 보급에 관한 중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국가 차원에서의 기술개발에 대한 조정과 국민에 대한 지속적인 서비스가 용이해진다. 뿐만 아니라 중복투자에 의한 예산 낭비나 특정 품목의 과잉 생산에 의한 농정 혼선을 방지할 수 있으며, 식량자원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처도 가능할 것이다.

  leebw@snu.ac.kr              [농민신문/ 최종편집 : 2008/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