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부터 가뭄이 심해 남부지방에서는 저수지가 말라 농업용수가 심각하다는데, 아침에 주말농장에 나갔더니 엊그제 모처럼 비가 내려서 조금 늦게 심어 걱정이었던 배추가 기대 이상으로 잘 자라고 있었다.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으로 바빠서 텃밭에 못가본 사이 물도 주지 못했는데, 모처럼 비를 맞으니 단숨에 쑥 커버렸다. 배추를 아직 묶어주지 못했는데 벌써 통이 커지고 누릇누릇 속이 들기 시작했다.
'배추를 묶어줘야 속이 여물고 단단해진다', '아니다,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좋다'고 밭주인 아저씨와 우리 농사를 많이 도와주는 친절한 아저씨가 다퉜다는데, 마침 오늘은 묶어줘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친절한 아저씨만 나와 있어 아니나 다를까, 오랫만에 우리 식구가 보이니 비왔으니 빨리 배추 묶어주라고 성화였다.
전부 다 한꺼번에 묶어줄 생각은 아니었는데, 고마운 아저씨의 재촉에 한포기씩 묶다 보니 도중에 노끈이 떨어져 호박, 오이 지주대에 걸쳤던 끈까지 풀어내 결국 다 묶었다. 묶고서 세어보니 80여 포기나 되어 올해 김장은 걱정 없겠다.
TV에서 중국산 김치와 멜라민 파동을 본 사람들이 식당김치 도저히 못먹겠다고 아우성인데, 우리집은 그래도 2~3년 전부터 주말농장을 시작해 이런저런 채소를 직접 가꿔서 먹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배추 잘 키워서 나눠먹었으면 좋겠다고 댓글 달아 격려해 준 홍집사님네도 좀 나눠줘야겠다.
애지중지 농작물을 키우는 농심을 아직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흙에서 생명이 자라는 것을 보면 땅은 거짓이 없고 뿌린대로 거둔다는 교훈이 실감난다. 인간관계에서도 매사에 정성과 진심은 통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자식을 키우듯 정성껏 배추 포기를 안아 묶어주고 있다. 새벽에 나와 머리손질도 못했다고 찍지 말라는 아내 몰래 찍었는데, 배추 다루는 폼이 내가 차라리 배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늦게 심어 말라죽은 포기를 뽑아내고 다시 심어주신 친절한 아저씨가 어김 없이 나와 조언(참견?)을 해준다.
비가 왔으니 배추 포기를 꼭 묶어줘야 한다고...
옆밭은 더 많이 자랐어도 그냥 뒀는데... 한 포기씩 묶다 보니 결국 노끈이 모자라 지주대 노끈도 풀어 마저 다 묶었다. 사진 찍지 말고 배추나 빨리 묶으랬는데...기특해서
다행히 벌레도 먹지 않고 배추가 매끈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같은 밭에서도 이렇게 우열이 있네요. 묶어주지 않았는데도 벌써 노랗게 속이 꽉찬 포기도 생겼어요.
이쪽 무는 자주 솎아내지를 않아서 크지 않고 아직 열무 수준이네요.
드문 곳은 이렇게 큰 무도 있어요. 곧 김장 해도 되겠지요?
잎사귀가 시들어가는 가지도 마지막 열매를 맺으려 애를 쓰고 있네요.
자연에도 반드시 때가 있어 해가 차면 기울고 가을 되면 잎이 지고 시들해지니, 인생도...
오이 잎사귀도 날씨가 서늘해지니 다 말라가는데, 못생겼지만 마지막 열매가 하나 남았어요.
모양은 좀 덜해도 따먹을 수 있는 가지도 몇개는 남아 있습니다. 주말농장에서는 가지가 필수인것 같아요.
이건 갓인지 뭔지 배추 밭에서 혼자서 노란 꽃을 피우고 있네요.
다들 잘 키우고 있는데 아직 덜자라고 안묶어준 밭도 많이 있습니다.
배추 80여 포기를 다 묶어주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고 보기도 좋습니다.
갓도 푸릇푸릇 잘 자라고 있지요?
대파도 보기에 참 좋습니다. 김장 재료로 잘 쓰이게 될것 같습니다.
작업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병이 왔는지 성장이 더디고, 벌레먹은 잎사귀가 많은 밭도 있네요.
여긴 무도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네요. 이렇게들 잘 가꿔서 먹으면 농부들은 뭐하지?
모처럼 비온 뒤라 물주는 조로는 가지런히 걸려 쉬고 있습니다.
농장주 아저씨의 콘테이너 막사 옆에 박인지 호박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 커다란 열매가 덩그렇게 달려 있다.
주말농장 입구 담장에 피어 있는 장미꽃도 날씨가 서늘해지니 여름보다 힘은 좀 없어 보이지만 아름답지요?
'농업과 식량 > 텃밭 & 주말농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썰렁했던 텃밭에 새싹이 돋아요 (0) | 2009.01.30 |
---|---|
김장을 하고 나니 텃밭이 썰렁해졌어요 (0) | 2008.11.22 |
주말농장에 가을채소가 쑥쑥 자라요 (0) | 2008.10.03 |
[스크랩] `전원생활` 10월호에 소개된 블로거뉴스 (0) | 2008.09.26 |
좀 늦어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0) | 2008.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