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시대 성지순례를 겸한 터키여행 후기"
박평식 (전성교회 장로)
출애굽 여정 성지순례로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을 다녀온 후 신약시대 사도바울의 선교지인 터키가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이태 전 정년퇴직을 했는데, 다시 3월부터 한국연구재단 전문경력인사로 일하게 되어 2월이 찬스였다. 터키 정세가 좋지 않다고 해서 망설이다 마침 터키여행 패키지가 있어서 선택했다. 한때 동유럽을 주름잡았던 동로마와 오스만제국의 중심지였던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 있는 인구 2천만의 거대도시로 역사유적이 많다.
터키는 국토면적이 우리나라의 8배에 달하지만 형제국가라 느낌이 좋았다.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앙카라, 카파도기아, 안탈리아, 에페스, 차낙칼레(트로이)를 돌아오는 장거리 버스투어를 했다. 첫날 이스탄불의 상징 블루모스크와 소피아 성당을 구경했는데, 블루모스크는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히는 이슬람 사원으로 6개의 미나래(첨탑)가 있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 아흐메트1세의 지시로 1616년 완공되었는데, 소피아 성당의 건축양식을 모방하고 발전시킨 것이다.
소피아 성당은 콘스탄티누스 2세 때(360년) 지어졌다가 대폭동으로 불타고 537년 다시 건축되었다. 762년까지 성당의 역할을 수행하다 서로마제국과 카톨릭이 분리되면서 그리스정교회의 총본산으로 바뀌었다. 다시 1453년 오스만 터키제국에 점령되면서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고 외부에 4개의 미나래가 세워졌다. 1930년 박물관으로 지정하고 보수하는 과정에서 회칠이 벗겨져 모자이크 성화가 드러났다. 사도바울의 선교지였던 터키가 이슬람국가가 되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터키 중부지역의 카파도기아는 화산재와 용암 등이 오랜 세월을 거쳐 바람, 비, 눈, 강물 등에 의해 침식하고 지진도 겪으면서 기암이 형성되었다. 짚투어로 우르판히사르 성채와 레드밸리, 로즈밸리 등 괴뢰메 파노라마를 살펴보았다. 기암괴석과 함께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간 집들은 더욱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미로 같은 그곳은 로마시대 심한 박해를 받던 기독교인들이 숨어 살았던 곳으로 바위와 동굴, 땅속에 집을 만들어 생존했던 상상을 뛰어넘는 신앙심을 엿볼 수 있다. 기기묘묘한 자연의 경이로움과 함께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기한 모습들을 돌아본다.
카파도기아에는 200여개의 지하도시가 있는데 로마시대 박해를 피한 기독교인들이 살았던 곳이다. 지하도시가 생긴 것은 기원전인데 로마와 비잔틴 시대를 거치며 확장되었다. 지하도시에 교회와 신학교, 와인창고, 거실과 부엌, 가축 사육장, 공기통로 등 좁은 터널과 계단으로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데린쿠유는 지하 8층까지 내려가는(깊이 85미터) 지하도시로 수용인원이 수천명에서 2만명에 달하는 대단히 큰 규모이다. 피난민이 늘어나면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고 복잡한 미로를 형성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앙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다시 바울의 선교지인 이고니온(콘야)을 지나, 눈길을 헤치며 알프스의 줄기인 토로스산맥을 넘어 안탈리아에 이르렀다. 평야지대인 콘야는 바울과 바나바의 선교지로 인구 200만의 공업도시다. 해발 2천m 산맥을 넘어 남쪽의 지중해 연안으로 내려가니 완전 봄날이다. 대보름달을 거기서 보고 다음날은 새벽부터 지중해 보트투어를 했다. 안탈리아는 기원전 159년에 세워진 고대도시로, 야자나무 가로수와 아름다운 항구가 있는 지중해 최대의 관광휴양 도시답게 아름다웠다.
터키에서 한곳의 유적지만 가야 한다면 당연히 고대도시 에페스(에베소)다. 에페스 유적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을 비롯해 오래 전부터 역사의 중심지였다. 오데온 신전, 셀수스 도서관, 대극장 등이 있다. 사도바울이 전도여행 중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으로, 성모 마리아의 집과 요한계시록을 쓴 사도요한 기념교회도 있다. 예수님이 가장 사랑했던 제자 요한은 예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예루살렘에서 여기로 피신시켜 생활했으며, 마리아의 집과 기념교회도 있다.
이스탄불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가서 남-서쪽으로 돌아오는 3,200km 대장정, 영토의 절반을 버스투어로 강행군하고 이스탄불로 돌아왔다. 터키는 기독교가 유럽으로 전파된 통로였지만 이슬람 국가가 되어 아이러니다. 이스탄불의 명동이라 하는 이스티클랄 거리에 남아있는 성안토니오 성당은 이탈리아 종교단체가 1725년 설립했는데, 나중에 철거하고 1912년에 다시 세웠다. 여기서 기도하면 잘 이뤄진다고 많은 관광객이 쉬어가는 곳이란다. 다음에는 그리스-로마까지 성지순례 전문여행으로 다시 갔으면 좋겠다.
* '전북기독신문'에 성지순례 시리즈로 연재했는데 한편이 빠져서 마저 올립니다.
사진을 중심으로 한 상세한 여행기는 이 블로그 성지순례+터키 편을 참고하세요.
이 글은 올해 발간한 제 저서 "미래로 가는 농업"(pp. 218-221)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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