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 정보/농업 이야기

경제살리기도 농업기반 안정이 필수 (박평식)

곳간지기1 2008. 3. 14. 15:36

  경제 살리기도 농업기반 안정이 필수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농업은 생명산업이요, 민족의 뿌리이다. 자칫 소홀히 다뤄 기술개발이 지체되고 생산기반이 무너지면, 개방시대 국제경쟁에서 뒤쳐지고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새 정부의 조직개편 과정에서, 기술농업의 산실인 농촌진흥청과 산림․수산과학원 등 1차 산업 연구기관만을 폐지하여 농림수산업 연구를 민간으로 넘기려고 하였던 개편 안에 대해 농업계의 우려와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개방화시대 가뜩이나 어려워지는 이 나라의 농림수산업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할 수는 없다. 효율성도 좋지만 당연히 국가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영역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농업연구는 국가의 몫

  농업은 산업의 특성상 자연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고, 환경보전과 홍수조절 등 공익적 기능이 강하며, 장기투자가 필요하여 자본회전이 느리다. 토양, 기상, 환경, 품종개발 등 수익성을 따질 수 없는 기초과학 분야가 많아 여러 측면에서 제조업과 다르기 때문에 일반경제 이론으로 단순히 효율성을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그래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외국에서도 대부분 농업연구는 국가기관에서 담당하고, 민간으로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농업을 위해 장기투자 할 기업이나 연구비를 부담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업연구를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국가에서 책임지지 않고 민간으로 떠넘기는 나라는 지구상의 어디에도 없다. 모델로 삼았다는 일본의 경우에도 오랜 준비과정과 5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세계에서 처음으로 모험적인 농업연구기관의 민영화를 추진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우수인력이 대거 대학 등으로 빠져나가고 예산확보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어 다시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개방시대, 기술농업이 살 길

  최근의 국제 유가와 곡물가격 폭등에 따른 식량위기(애그플레이션)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더라도, 개방경제 시대 우리 농업의 여건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토지자원의 제약으로 인한 영세소농 체제에서 개방 환경을 극복하려면 생산비 절감에 의한 가격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오로지 기술농업을 통해 세계최고의 품질과 안전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유일의 농업기술 개발보급 기관을 폐지하여 민영화하면 그것이 가능할까? 출연기관으로 초기에는 정부예산으로 대부분 지원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갈 것인가? 궁극적으로 단기간에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분야에 어떤 기업이나 농업인이 연구비를 댈 것인가? 우리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외국자본이 연구비를 확보하지 못한 연구원들에게 접근해 국익에 반하는 연구로 오히려 어려움만 자초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 이를 통해 연구의 효율성이 올라가고 국가경쟁력이 향상되리라는 기대는 환상이다.


 국가경제에 농업기반 안정이 중요

  이번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언론과 인터넷에 수도 없이 나왔던 농촌진흥청 폐지반대 의견 중 특히 농어촌 목회자들의 ‘인수위’ 건의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어업인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목회자들이 농림수산 연구기관 폐지가 농업․농촌에 미칠 심각한 폐해를 염려하여 간절한 호소를 하였다. 그들은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잘 섬기겠다고 공약한 대통령이 공의로 정치를 펼쳐 역사에 길이 남기를 소망하며 염려를 아끼지 않는 분들이다. 식량안보와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도 농업기반의 안정은 필수요소이다. 국민들이 그동안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을 통해 크게 기여했던 농진청을 민영화하여 효율성을 높인다는데 동의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업무평가에서 48개 중앙부처 중 고객만족도 1위를 한 기관을 졸속으로 국가기관에서 퇴출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여 존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며 앞으로도 재론하지 않기를 바란다. 

 

 

  농촌진흥청이 폐지되어 출연기관화 되면 연구원들이 장기간이 소요되는 기초연구를 피하고 돈 되는 용역연구에 치중하게 될 것이고, 대농민 기술지원 서비스는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로 인한 불이익은 고스란히 생산자인 농업인들과 소비자인 국민 모두에게 전가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농업인들은 물론이고 국가의 장래를 염려하는 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대로, 농촌진흥청은 개방시대 우리농업을 지키는 기술농업의 견인차로서 그 역할을 더욱 강화해 가야 할 것이다. 세계시장을 바라보며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비전수립과 과제설정 및 운영의 효율화를 통해, 개방화의 파고를 넘어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평 식 박사 / 농촌진흥청 경영정보관실 연구관

<농어촌선교신문 2008. 3. 10(월) / 농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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