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값 폭등세 속 8월의 시장은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가격이 뛰어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 공포와 함께 열렸다. 곡물과 원당(설탕의 원료) 가격이 올라 몸살을 앓았던 2년 전이 떠올라서다. 이런 품목은 원자재이면서 간단한 가공만으로 동시에 최종소비재가 돼 더욱 걱정이 컸다. 생산·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까닭이다.
하지만 둘째주 들어 시장의 양상은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다. '친서민·물가안정'을 하반기 정책 과제로 삼은 정부도 짐짓 느긋해 보인다. 도대체 2년 전 그 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르기에.
◆ 곡물가 왜 뛰나
곡물 등 상품 가격 인상엔 경기 회복세도 한 몫을 하지만, 고수익 투자처를 찾아 이동하는 국제 투기자금이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게 통설이다.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 위험이 줄며 유로화 가치가 다시 오르자 미국 달러화 수요는 감소했다. 시장은 달러화 약세가 오래갈 것으로 본다. 달러화를 사들이던 자금이 새 투자처를 발굴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그래서 선택된 곳이 상품시장, 그 가운데서도 오랫동안 낮은 가격을 보인 곡물시장이다.
최근 두 달 새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는 매수 주문이 크게 늘었다.
6월15일 현재 13만6천 계약에 이르던 밀 선물옵션(특정상품을 현 시점에 정한 가격으로 미래 특정일에 인수·인도하기로 한 계약) 매도포지션(팔자는 계약)은 8월3일 7만9천 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대신 7월 20일부터는 순매수세(사자는 계약)가 나타났다.
돈이 몰리면 시세는 뛴다. 자금이 몰려 밀 값이 오르고, 값이 올라 다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반복돼 6월 이후 밀 시세는 두 달만에 70% 가까이 폭등했다. 같은 기간 옥수수(17%)와 대두(14%)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하지만 둘째주 들어 시장의 양상은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다. '친서민·물가안정'을 하반기 정책 과제로 삼은 정부도 짐짓 느긋해 보인다. 도대체 2년 전 그 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르기에.
◆ 곡물가 왜 뛰나
곡물 등 상품 가격 인상엔 경기 회복세도 한 몫을 하지만, 고수익 투자처를 찾아 이동하는 국제 투기자금이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게 통설이다.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 위험이 줄며 유로화 가치가 다시 오르자 미국 달러화 수요는 감소했다. 시장은 달러화 약세가 오래갈 것으로 본다. 달러화를 사들이던 자금이 새 투자처를 발굴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그래서 선택된 곳이 상품시장, 그 가운데서도 오랫동안 낮은 가격을 보인 곡물시장이다.
최근 두 달 새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는 매수 주문이 크게 늘었다.
6월15일 현재 13만6천 계약에 이르던 밀 선물옵션(특정상품을 현 시점에 정한 가격으로 미래 특정일에 인수·인도하기로 한 계약) 매도포지션(팔자는 계약)은 8월3일 7만9천 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대신 7월 20일부터는 순매수세(사자는 계약)가 나타났다.
돈이 몰리면 시세는 뛴다. 자금이 몰려 밀 값이 오르고, 값이 올라 다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반복돼 6월 이후 밀 시세는 두 달만에 70% 가까이 폭등했다. 같은 기간 옥수수(17%)와 대두(14%)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러시아의 곡물 수출 중단 결정은 오름세를 더욱 부추겼다. 세계 3위의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는 5일(현지시간) '연말까지 밀 등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수확량이 줄어 내수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급 불안 가능성을 높인 악재에 이날 CBOT에서 9월 인도분 밀 가격은 가격제한폭인 60센트(8.3%)까지 폭등, 부셸당 7.8575 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8월29일 이후 2년 사이 최고치다.
여기에 중국 등 아시아 각 국의 홍수 피해 소식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증폭시켰다. 기록적인 폭우로 최근 중국의 대표적 곡창지대인 후베이성(湖北省) 장한(江漢) 평원 등이 물에 잠긴 게 대표적이다. 연간 중국 곡물 수확량이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중국정부·중국 벼 투자보고) 인구밀도가 높은 파키스탄 등도 큰 물난리를 겪어 흉년이 들었다.
◆ 정부 "2년 전과 상황 달라"
이처럼 곡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산재하지만 정부는 시장 흐름을 좀 더 지켜보자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만큼 긴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믿는 구석은 무엇일까.
여기에 중국 등 아시아 각 국의 홍수 피해 소식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증폭시켰다. 기록적인 폭우로 최근 중국의 대표적 곡창지대인 후베이성(湖北省) 장한(江漢) 평원 등이 물에 잠긴 게 대표적이다. 연간 중국 곡물 수확량이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중국정부·중국 벼 투자보고) 인구밀도가 높은 파키스탄 등도 큰 물난리를 겪어 흉년이 들었다.
◆ 정부 "2년 전과 상황 달라"
이처럼 곡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산재하지만 정부는 시장 흐름을 좀 더 지켜보자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만큼 긴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믿는 구석은 무엇일까.
기획재정부 이억원 물가정책과장은 9일 "2년 전과 지금은 여러가지로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곡물 재고가 부족한데다 국제 유가가 급등해 곡물을 원료로 한 바이오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등 공급 불안이 컸지만, 지금은 생산량이 충분하고, 미국 등이 보유한 재고 물량도 많아 당장 수급 불안을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2년 전엔 환율이 뛰어 시세가 떨어져도 업체들이 체감할 수 없는게 문제였지만, 지금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환율이 하향안정세를 보여 가격 상승분을 완충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이어 "제분업계 등이 3개월분 밀을 미리 사들여 비축하고 있다"며 "원유 가격이 시장 상황에 따라 급등락하는 것처럼 상품 시장도 변동폭이 커 당분간은 정책 대안을 내놓기보다 시장 흐름을 관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현재까지는 9월에 발표할 물가안정 종합대책에도 관련 대책을 담을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시장 흐름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가거나 가격 오름세가 장기간 유지될 경우 할당관세 폭을 조정하는 등 전통적인 방식의 정책 대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밀값 상승세 주춤
객관적인 시장 상황을 담은 지표는 정부의 판단에 힘을 싣는다. 실제로 주요 밀 수출국의 생산량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러시아를 빼면 미국과 인도 등 주요 밀 생산국의 작황은 올해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호주 등 러시아 외 다른 나라의 수출만으로도 세계 수요를 대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위기 기간 중 수요가 줄어 재고가 넉넉하다는 점도 가격 폭등세를 잠재울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2008년부터 지난해 사이 미국의 밀 재고량은 종전 1년 재고분(약 8백만톤)을 두 배 이상 웃도는(1천8백만톤) 것으로 집계됐다.
나아가 상품 시장의 투기 흐름도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사자 주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헤지펀드 등 투기 수요를 아우른 CBOT 밀 선물 순매수세가 한주 사이 5.3%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전했다. 7월 중순 순매수세로 돌아선 이후 4주 새 가장 적은 증가폭이다.
거래가도 크게 떨어졌다. 앞서 5일 가격제한폭(60센트)까지 급등했던 9월 만기 밀 가격은 하루 뒤인 6일 장중 한 때 50센트 이상 더 오르다 결국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밀 가격이 오를만큼 올랐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주요 시장 참가자들은 이미 밀 가격이 상투를 쥔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곡물가 상승세가 밀에서 옥수수 등 다른 품목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채현기 연구원은 "밀 등 주요 곡물 가격이 오랜 약세 흐름에서는 벗어나겠지만, 급격한 상승세는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러시아의 곡물 수출 금지와 위험자산 선호심리로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작황이 좋아 재고가 충분하고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도 낮은 만큼 일각에서 제기하는 애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