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쌀 어떻게 지킬 것인가」 쌀 가공․유통
박 평 식 박사 (농촌진흥청 연구관)
1. 쌀 품질관리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우리 쌀 농업의 생존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과제이다.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상태로 시장개방은 점차 확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최고품질로 국내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쌀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품종․기상․토양․시비 등 생산관리도 중요하지만, 건조․저장․가공․유통 등 수확후 관리는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품종이나 재배기술 등 생산과정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수확 이후 단계에서의 품질관리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고품질화로 정책방향이 전환된 이후 농가의 양질품종 선택, 질소질 비료 줄여주기, 적기이앙․수확 등 재배관리는 크게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로 분산된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운영난과 시설 미흡, 품질정보 표기 및 관리가 미흡한 저품질 브랜드의 난립 등 유통단계에서 개선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2. 쌀 품질기준과 완전미 시스템의 확립
최근 웰빙 바람과 함께 고품질 안전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쌀 품질에 대한 선호도 조사결과(주부 1,000명 조사, ’02인사이트리서치)를 보면 이러한 사실이 잘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쌀을 구입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① 잔류농약 정도, ② 영양가 높은 쌀, ③ 쌀알의 모양, ④ 생산지, ⑤ 품질인증, ⑥ 품종 등의 순이었다. 쌀의 브랜드나 가격보다는 안전성과 품질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이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객관적인 쌀 품질 판정기준의 설정과 정보제공이 필요하다. 최근 쌀 포장지에 생산지, 품종, 도정일자 등이 표기되고 있으나 유명브랜드 표본조사결과 품종 혼합율이 5~67%로 높았다. 등급표시의 객관화와 완전미 비율 등 품질요소 표기의무화, 위반시 제재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외관에 의한 좋은 쌀 선정기준은 ① 윤기나면서 투명한 쌀(25.3%), ② 묵은 냄새가 없는 쌀(17.4%), ③ 싸라기가 없는 쌀(13.7%) 등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생산자는 소비자의 쌀 외관 선호도에 맞게 생산하고, 가공․유통 단계의 품질향상을 위해 저장․도정시설의 개선, 하얀 티, 싸라기, 피해립 등이 제거된 ‘완전미(Head rice)’ 유통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쌀연구회의 연구보고(’04.3)에 따르면, 표준재배는 물론 시중에 유통중인 쌀도 완전미로 비교했을 때는 한국의 ‘일품쌀’ 등이 일본의 ‘고시히카리’나 미국의 ‘칼로스’ 등에 비해 밥맛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유통쌀의 평균적 품질수준은 완전미 시스템이 확립된 미국, 일본, 호주 등이나 중국의 최상급 브랜드에 비해 외관상 품위가 떨어지고 있다. 재배기술 측면에서의 노력과 더불어 RPC에 입형분리기․색채선별기 등 완전미 시설의 도입과 개선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 쌀 브랜드와 유통전략
여느 재화와 마찬가지로 쌀도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으면 판매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고품질 쌀 생산이 중요하지만 이를 소비자들에게 성공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브랜드화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Brand)는 판매자가 자기 상품을 경쟁자의 상품과 구별하게 하는 이름, 용어, 표시, 상징 또는 디자인의 결합체이다. 쌀 브랜드 수는 총 1,230여개로 이제는 쌀도 브랜드 시대가 되고 있다. 그중 품질인증이나 상표등록된 브랜드 비율은 10% 미만이며, 대부분 미등록된 임의 브랜드이다. 브랜드 파워가 가장 높은 ‘임금님표(30.4)’도 다른 식품(신라면 82.6, 해표식용유 80.5)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브랜드화와 쌀 유통개선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선 지역특성을 반영한 대표 브랜드와 포장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권역별 또는 시․군별 대표브랜드를 선발하여 집중관리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브랜드의 성공적인 홍보와 판매전략으로 같은 지역의 여타 쌀 가격이나 인지도까지도 동반상승하는 예는 많다. ‘임금님표 이천쌀’과 같은 선두권 브랜드로 인하여 다른 경기미도 동반해서 높은 인지도와 수취가격을 올리고 있다. 또한 함평군의 상징인 ‘나비쌀’로 인하여 그 지역의 다른 쌀이나 농산물도 친환경적 농산물로 재인식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쌀 브랜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작업을 주기적으로 실시하여 경쟁을 유도하고 브랜드수를 축소조정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쌀의 고품질화에 의한 브랜드 파워 제고를 위해 RPC의 시설개선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기존의 RPC들은 대체로 전문경영능력 미흡, 규모의 경제성 상실, 첨단장비와 시설의 미비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표본조사 결과 어느 지역 69개 RPC의 쌀 가공량은 평균 1.2만톤 수준에 불과하였다. 여건은 다르지만 호주의 경우 ‘생산자조합’이 직영하는 총 6개소의 도정공장에서 평균 23만톤 수준의 쌀을 가공하고 있으며, ‘SunRice'라는 공동브랜드로 등급을 다양화하고 있다. 또한 저장시설과 가공시설의 지역적 안배를 통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도 쌀 공장(Rice factory)의 개념으로 시설고급화와 대형화로 가는 추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RPC의 통폐합과 적정배치 등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품질관리를 위한 계약재배, 품종별 분리도정, 저온저장 및 완전미선별 등 첨단시설 도입으로 품질향상 역량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셋째, 우수한 쌀을 소비자들에게 잘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홍보전략이 필요하다. 언론매체를 이용한 광고, 지역별 농산물 축제의 대중화와 세계적 농특산물 축제 개발(예: 호주 Leeton의 쌀 축제 등), ‘Love米’ 캠페인 등 지속적인 홍보강화가 필요하다. 브랜드 쌀의 소비자 체험수기를 공모해 시상하고, 도농교류를 통한 이해증진 등 소비자의 저변을 파고드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인터넷판매에 성공하고 있는 천안 ‘해드림 쌀집’의 사례처럼 전자상거래를 통해 소비자의 편익제공과 판매망 확대를 도모하는 방안도 있다. 소비자의 안전성 정보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이력 추적시스템(Traceability)의 도입도 시급한 과제이다.
넷째, 고품질 브랜드 쌀과 중저가 쌀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수입쌀이 시판되기 시작하면 고품질의 안전성이 있는 쌀 가격은 높게 형성되고, 반면에 품질이나 맛, 안전성 면에서 특출하지 못한 경우는 중저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쌀의 품질차별화가 가격차별화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급브랜드를 지향하는 경우에는 대형 판매점과의 계약공급을 추구하면서 철저한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쌀은 도정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밥맛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므로, 소비자의 불만이 제기되면 지체 없는 리콜 또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성공적인 판매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있기 때문이다.
4. 맺음말
쌀 시장의 개방 폭은 점점 커지는데 국제시장에서 우리 쌀의 가격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세계최고의 품질로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품종육성과 재배기술 등 생산단계에서의 지속적 노력과 더불어, 가공․유통 등 수확후 관리의 중요성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해외시장의 동향과 국내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기술개발과 정책에 반영하고, 생산자도 소비자의 애국심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시장지향적 경영마인드로 무장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성공하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신뢰확보를 위한 사후관리 노력은 더욱 중요하다.
<농민신문> 200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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