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단상/하늘목장 칼럼

처자를 맡길만한 사람을 가졌는가?

곳간지기1 2010. 3. 21. 07:52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의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님의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라는 싯귀이다.

 


인생을 살수록.. 사람이 무섭기도 하지만, 사람이 절절히 그립기도 하다.

더우기, 만리길 떠나면서.. 처자를 맡길만한, 그런 사람이 절실하다.

사람속에 살면서도, 사람이 그립고.. 사람이 그리우면서도 사람이 무서운 것은..

모두가 다.. 이해관계로 얽혀 있거나, 서로의 만남을 유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투명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적이며, 거래 관계로 대하려 한다는 사실이.. 가슴 떨리게 한다.


친구관계 마저도.. 손익 계산에 의해, 농도가 결정되거나..

인간관계의 내면에는, 철저한 이해관계가 성립된다.

그래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긴장되기도 하고, 경쟁의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성경에 보면..

진정한 친구란..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친구란.. 그 대상에게, 아무것도 기대하거나 바라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귈 때나, 아니면.. 부부지간에도, 반드시 대가를 요구하고 거래하려 한다.

조건적 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관계나 만남은.. 반드시 깨지게 되어 있고, 상처 입게 마련이다.

내가 이만큼 주었으니, 당신도 그만큼 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실망하고,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다.


우리는 친구마저[절친, 친친]..

내 인생의 풀러스 요인이나, 아니면.. 나의 도움이 되는 자원으로, 생각하고 접근한다.

그러나, 사실.. 그런 관계라면, 이미 친구가 아니다.

친구란.. 평생 나에게 손해를 끼쳐도, 친구여야 한다.

내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절친이라는 식의 논리는, 위험하고도 이기적인 발상이다.


그러므로, 건강하고 성숙한 인간관계란..

다 주어도 아깝지 않으며, 그에게 아무것도 받지 못함에도.. 그냥 그가 좋은 관계여야 한다.

그의 약점과, 그를 통해 아무런 이득관계가 없음에도, 그의 곁에 머무는 것..

이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성숙한 친구의 정의가 아닐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상관없는 관계 말이다.

앞에서 칭찬하고, 뒤에서 흉보는.. 이중적인 복선관계가 아닌, 순전한 관계라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고, 아름다울까?


그러고 보면..

얼마나 많은 친구를 가졌는가?

얼마나 마당발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만리길 떠나면서, 처자를 맡길 수 있는.. 단 한사람일 것이다.

그 대상이 부부이든, 친구이든, 동료이든.. 상관없다.

그 한사람이.. 당신에게 있다면, 그대는 복 있는 사람일 것이다.

다윗과 요나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