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유수같이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어느새 40년이 지났네요.
환갑을 목전에 두고 백발이 희끗희끗한 중늙은이가 되어 곳곳에서 모여들어
배재고등학교 3학년 3반 친구들이 담임선생님을 모시고 반창회를 가졌네요.
이번 모임을 계기로 해서 매년 3월 3일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했지요.
대학교수나 공무원, 자영업 등을 하는 친구들은 아직 현역으로 있지만,
대기업에 다니던 친구들은 퇴직을 했거나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지요.
다들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 역력한데 40년만에 처음 본 친구도 있네요.
지방에 산다고 저보고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를 써오라고 해서 적어봤네요.
[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
배재학당 시절부터 훌쩍 팔순을 맞으신 오늘까지
우리들 마음속에 우상으로 남아있는 윤민식 선생님,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언제 불러도 다정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것은 그 말속에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일테지요.
그 이야기가 힘이 되어 오늘 저희들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태 전 한번 모였지만 올해 삼월은 또 달랐습니다.
40년 전 푸른 꿈을 안고 배재학당을 나섰던 철부지들이
이제는 희끗한 머리를 감추느라 검정물 들이는 장년이 되어
세월을 넘어 아직도 정정하신 선생님을 뵙는다는 생각에
지방에 내려가 살면서도 가슴 설레는 3월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니 졸업 후 40여년의 긴 세월 동안,
선생님께서는 또 다른 제자들을 길러 내시느라,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하신 후에도 세월 가는 줄 모르셨나 봅니다.
아니 야속한 세월도 선생님의 노고에 그만 비껴갔나 봅니다.
이렇게 변함없는 모습으로 뵙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네 번이나 지났습니다.
어느새 저희도 자녀들이 출가하고 현역은퇴를 눈앞에 둔
할아버지가 되었으니, 상전이 벽해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많은 시간 모두 뒤로하고 오늘 저희들이 마음을 모아
아직도 정정하신 선생님을 모실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그때는 저희들이 학교라는 울타리를 잘 몰랐습니다.
저 너머에 더 멋진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때로는 선생님들의 속을 많이 태우기도 했습니다.
이제 저희가 자녀들을 앞에 놓고 마음 졸이며 바라보니,
선생님들의 노고가 새삼 가슴 저리게 다가옵니다.
존경하는 윤민식 선생님 !
녹록치 않은 세상일에, 환갑을 코앞에 둔 나이가 되어도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길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삶의 지침이 되고 중심이 되어 주셨기에,
앞으로 맞이할 세월은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저희가 세월을 잊고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왔듯이
저희들의 마음속에 늘 젊고 멋진 선생님으로 남으셔서,
가차 없이 꾸짖어 주시고 또한 정도 쏟아주시길 바랍니다.
더 욕심이라면 환갑을 맞고 노후를 대비하는 저희들의 인생여정에
영원한 스승으로, 인생 길잡이로 남아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여기 모인 제자들과 국내외 각처에 흩어져 사느라
여러 가지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동기들도 많지만,
험난한 세상 우리 모두 부둥켜안고 끈끈한 우정을 나누며,
사회의 지도자로, 가정의 가장으로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오랫동안 건강하게 저희들 곁에서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들의 영원한 은사님 !
저희의 만남을 더욱 뜻깊게 해주심을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 시간을 선생님께서도 즐겁고 보람된 추억의 한 장면으로,
저희들을 마음 속에 깊이 담아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미수, 백수가 되는 날까지 강건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하나님의 은총 가운데 내내 행복한 나날 되십시오.
2016년 3월 3일, 배재학당 제91회 3학년 3반 친구들
졸업 후 40년만에 한자리에 모인 친구들이 담임선생님께 스승의 은혜를 부릅니다.
올해 팔순을 맞으시는 선생님과 예순이 된 제자들
아직 정정하신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서초동 진도울돌목가는길]
한말씀 부탁드리니 아직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인생3고'와 '인생3락'을 이야기하시다.
우리도 이순이 되었으니 그동안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하심..
전주에서 올라간 내가 쓴 편지를 조병상 친구가 대신 읽다.
다들 가슴이 찡하고 숙연해 집니다.
제자의 편지를 받고 흐뭇해 하시네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잠시 숙연해집니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한마디씩...
가끔씩 만나는 친구도 있지만 40년만에 처음 만난 친구도...
추억담을 이야기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았지만 그래도 다들 진지합니다.
선생님 앞에서 '스승의 은혜'를 합창
졸업 당시를 회상하며 해바라기의 '그날 이후'를 함께 노래하다.
40년만에 처음 만난 친구는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우리 배재학당 배재학당 노래합시다" 교가제창
배재 전통에 따라 오랫만에 친구들과 함께 불러본 교가
아직도 정정하신 선생님을 롤모델로 앞으로 남은 인생도 힘차게
보람있게 살아가자는 다짐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마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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