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교민이 선호하는 수출 쌀의 특성"
박평식 박사 /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쌀은 요술쟁이다. 유사 이래 한국인의 밥상에서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쌀은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배고팠던 시절에는 쌀 증산이 국가적 지상과제였으나, 피땀 어린 정성과 노력으로 자급을 달성한 이후 개방경제 체제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20년 동안 받아왔던 관세화 유예도 올해로 끝나게 된다. 쌀 생산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데 소비량은 줄어들고, 수입쌀이 소비량의 10%를 넘어서게 되니 이제 남는 쌀을 수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고 지난 2007년부터 우리 쌀이 수출을 시작한 이래 호주, 미국 등 교민시장을 중심으로 수출국이 40여개 국가로 늘어났다. 필자는 일전에 우리 쌀이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는 호주의 쌀 유통실태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호주는 전통적으로 쌀 수출국이었는데, 연속된 가뭄으로 생산이 위축되어 수입량이 늘어났다. 최근 생산이 회복되고 있으나 중국, 한국 등 아시아계 인구비율 증가로 중단립종 수입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시드니와 캔버라 등 한국교민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쌀 유통실태와 소비자 선호도를 조사했다. 스트라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의 날' 행사에서 쌀 구입 및 소비행태, 구입 시 고려사항, 한국쌀 가격과 품질에 대한 의견 등을 설문했다. 유효 응답자는 324명으로 그 중 여성이 71.6%, 4인 이상 가구 48.8%, 10년 이상 거주자도 58.3%에 달했다. 쌀 구입처는 주로 한인마트(78.7%), 주로 구입하는 쌀은 한국산(54.9%), 호주산(30.2%), 미국산(11.7%) 등의 순이었다.
설문 응답자의 한달 쌀 구입량은 10kg 내외 44.8%, 20kg 이상 31.2% 등이었고, 쌀 구매 시 가장 중요시하는 요인은 품질(50%)이 가장 높고, 가격(17%)과 생산지(17%)가 다음 순이었다. 한국 쌀의 품질은 좋다(43.2%), 아주 좋다(15.7%)는 의견이 다수지만 문제점 지적도 많았다. 문제점으로는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25.3)’, ‘찰기 부족(13.6)’, ‘외관이 나쁘다’(9.9%) 등을 지적해 수출 쌀에 대한 지속적 품질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산, 호주산 등 외국쌀 구매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83%에 달했는데, 외국산 쌀과 비교해 한국쌀의 품질은 대체로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교민의 입장에서 가격이 약간 비싸더라도 타향에서 한국 쌀을 직접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는 의견이 많지만, 현지시장에 파고들고 미국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한국 수출 쌀에 대한 개선점으로는 ‘가격 저렴화(45.7%)’를 최우선으로 꼽았고, 다음으로 품질향상(21.6%), 구입 편리성(14.5%), 마케팅 및 판촉사업(7.4%) 등의 순이었다.
쌀 구입시 정보획득 수단은 매장 진열대, 친구·친지 등인데 우리 쌀에 대한 체계적인 홍보의 필요성도 크다. 한식·일식 등 동양식도 일반화되고 있으므로 한식단과 함께 비빔밥과 초밥 등 적성에 맞는 품종을 선발해 집중할 필요도 있다. 쌀 가공식품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져 떡·한과, 가공밥 등 구입의사가 높으므로 가공식품 시장을 개척해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씩 매듭을 풀어나가, 개방시대 국제경쟁에서도 요술쟁이처럼 세계로 수출하는 우리 쌀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농촌여성신문] 2014년 4월 14일자 기고문
원문보기 http://www.rw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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