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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수급 동향과 식량안보

곳간지기1 2010. 1. 6. 12:49

"세계 식량수급 동향에서 농업의 미래를 보다"

박평식/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지난해 세계 곡물가격이 사상최고를 기록하고, 곡물재고율은 사상최저로 떨어져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본격화되었다. 식량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여 곡물가격의 고공행진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1972년 제1차 세계 식량파동을 겪었고, 농업은 생산기반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

  우리나라는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 주곡인 쌀을 자급하고 있어 위기를 모면하고 있지만, 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 자급도는 극히 저조하여 세계 5위의 식량수입국이기 때문에 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수출제한 등 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식량주권을 외국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자급률 제고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 곡물 수급 및 가격 동향

  세계 곡물수급 동향을 보면 2000년대 들어서부터 중국․인도 등 인구대국의 경제성장으로 곡물소비 증가가 계속 일어났고, 생산은 기상이변 등으로 불안정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미국 농무부(USDA) 통계자료에 따르면, 세계 곡물재고율은 1999/00년 31.5%에서 ’06/07년에는 UN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재고율 17%에도 못 미치는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차츰 회복되고 있다.

 

 <표 1> 세계 곡물 수급 동향 (단위 : 백만톤)

구   분

1999/00

2006/07

2007/08

2008/09(E)

2009/10(P)

생  산  량

1,872.2

2,000.8

2,121.6

2,227.3

2,187.3

공  급  량

2,452.7

2,390.2

2,463.6

2,590.6

2,633.9

소  비  량

1,865.4

2,048.2

2,100.3

2,143.9

2,183.4

교  역  량

 244.2

 260.3

 275.8

 273.8

 254.2

기말재고량

 587.3

 342.0

 363.3

 446.7

 450.6

기말재고율(%)

 31.5

 16.7

 17.3

 20.8

 20.6

 자료 : USDA, World Agricultural Supply and Demand Estimates, WASDE-474, Sep. 11, 2009.

 

  세계 곡물재고가 줄어들면서 곡물의 국제가격은 2006년부터 폭등하는 추세를 보였다. 국제 곡물 가격 동향을 보면, 2008년 6월경에는 ’05/06 곡물년도 평균가격에 비해 각각 2~3배 올라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하였다. 당시 밀은 2.3배, 옥수수 3.2배, 콩 2.6배, 쌀은 미국 중립종 1.9배, 장립종 2.7배, 태국 장립종은 2.7배로 나타났다. 그 후 주요곡물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으나, 곡물가격의 급상승 이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표 2> 세계 곡물 가격 동향 (단위 : US$/톤)

곡물년도

선 물 가 격(CBOT)

쌀 가격(FOB)

옥수수

미국중립

미국장립

태국장립

2005/06

142

88

214

484

334

301

2006/07

181

140

267

538

407

320

2007/08

315

203

462

694

621

551

2008/09

247

155

373

1,119

610

609

2008.6월

(’05/06대비)

328

(231%)

279

(317)

565

(264)

926

(191)

887

(266)

817

(271)

2009.9월

(’05/06대비)

168

(118%)

120

(136)

340

(159)

882

(182)

529

(158)

550

(183)

 주 : 곡물년도는 밀(6-5월), 옥수수/콩(9-8월), 쌀(8-7월), 밀 2등급(KCBOT), 옥수수 2등급,

         콩 1등급(CBOT),  쌀 미국 중립종 California 1등급, 장립종 남부 2등급, 태국 B등급 정곡 기준

 자료 : USDA ERS and AMS, Rice Outlook, Sep. 14, 2009 및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

 

  주요 국제기구의 전망치에서도 곡물가격이 조정국면에 있지만, 2015년까지 상승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OECD-FAO 농업전망). 신흥개발 국가들의 곡물 수요확대는 계속되고, 지구 온난화 현상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바이오 연료 수요증대와 유가상승 등의 요인도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곡물가격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식량안보 대응방안

  FAO는 식량안보에 대하여 ‘자국민에게 만족할 만한 품질의 식량을 필요한 시기, 필요한 장소에서 입수가능하고 이러한 상태를 장기적으로 보증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식량은 가용성(availability), 접근성(accessability), 안정성(stability), 안전성(safety)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1) 식량자급을 위한 기술개발 강화

  주곡인 쌀은 자급기반을 유지하면서 고품질을 지향하는 동시에 초다수성 품종개발도 병행하고, 가공식품 개발로 밀 등 수입곡물 수요를 최대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벼 대체작목 개발로 한계지 논부터 콩, 잡곡 등 타작물의 생산여력을 키우는 대책이 필요하다. 밀은 벼 후기작에 적합하도록 숙기를 단축하고 가공적성이 좋은 품종을 개발하고 수량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곡물의 국내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농지자원의 유지보전과 이용도 제고가 중요하다. 새로 조성되는 간척지는 최대한 농지로 이용되도록 하고, 휴경 및 타용도 전환을 억제하는 시책과 경지이용 제고를 위한 작부체계 개발이 시급하다. 2모작이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과 기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특히 사료 자급을 위해 청보리 등 동계작물 재배확대는 중요하다.

 지구 온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기온이 100년간 1.5℃ 상승하여 세계평균보다 빠르다. 기후변화의 특징은 최저기온 상승으로 일교차가 작아지고, 강수일수는 감소하나 호우빈도가 높아 강수량은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작물 재배지역과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농업기후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여 작부체계 개선과 재배시기 조절에 적절히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2) 안정적인 식량수입 및 비축

  단기적인 식량수급 방안으로 수입선 다변화와 선물시장 거래 활성화, 비축관리 제도 운영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는 곡물수입이 일부 국가에 편중되어 있고, 전체 수입의 70% 이상을 일괄현물거래 방식으로 수입하고 있다. 현물거래 방식은 가격위험이 높고 담합에 의한 가격조정에 무방비여서 곡물메이저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험성이 크다. 주요 곡물 수입국들은 선물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수입국 입장에서 선물거래는 ① 곡물가격 변동위험 회피, ② 신속한 구매절차와 대량구매, ③ 장기적 구매계획 수립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식량 수입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곡물메이저와 같은 유통망의 확보도 중요한 과제이다.

 

 (3) 해외 식량기지 개발

  우리나라는 곡물 수입물량이 미국․중국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되고 있어 특정국가의 작황이나 수출입 정책에 따라 수급여건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중국은 수출세를 부과해 수출제한 조치를 시작했고, 호주는 가뭄으로 생산량이 줄고, 미국도 바이오에너지용 수요가 늘어나 수출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곡물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해외식량기지 확보가 시급한 과제이다.

  해외 식량기지 개발을 위해서는 농업개발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상지역과 작물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가간 협약체결, 기술 및 정보 제공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민간기업이 철저한 타당성 조사를 하고 착수해야 한다. 재배기술 전문가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고, 저장․가공 등 유통인프라가 확보되어야 위험관리 측면에서 효과적인 생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맺는 말

  국토방위와 경제안정도 중요하지만 국민생존을 위해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식량안보’는 더 중요한 과제이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존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자급하고 있는 쌀은 고품질을 지향하면서 식량부족 상황에 대비하여 초다수성 품종과 가공식품 개발로 수입곡물 수요를 최대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겨울철 유휴농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밀과 사료작물 재배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식량자급률 목표를 상향조정하여 식량안보 정책의지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토지자원의 한계를 넘어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해외농업개발도 시급하다.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국민적인 공감대 확산과 합심노력이 더 필요한 때다.


*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곳간지기] 2009 겨울 창간호, pp. 5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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