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기지 확보를 위한 카자흐스탄 농업환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박평식/ pspark@rda.go.kr
1. 식량기지 확보의 필요성
세계적인 식량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주곡인 쌀은 자급하고 있지만 전체식량 자급도가 27% 내외로, 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을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국내 자급기반을 최대한 확보하고, 선물시장을 활용하여 안정적인 수입선 확보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되, 경지면적의 한계 등으로 국내 완전자급이 어려운 사정이므로 해외식량기지 개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번의 식량위기는 과거와 달리 바이오 에너지용, 신흥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확대,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등 거시경제 요인, 투기자본의 곡물시장 영향력 확대, 기후변화에 따른 공급불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식량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가격등락에 따른 대응도 하지만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필요하다.
2. 카자흐스탄 일반현황
중앙아시아의 영토대국인 카자흐스탄은 동양과 서양을 잇는 유라시아의 요충지로 실크로드가 지나고 있다. 석유․가스 등 천연자원뿐만 아니라 광활한 토지에서 밀․보리 등 곡물을 생산하여 수출하는 자원부국으로 외국인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고 발전 잠재력이 큰 나라이다. 카자흐스탄은 독립국가연합(CIS)의 중심국가로 한국의 27배에 달하는 넓은 국토면적과 아직 개발되지 않은 많은 스텝지역이 있고, 우리의 기술과 자본투자에 대한 수요가 큰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은 밀․보리 등 곡물과 목축업을 주로 하던 농업국이었으나, 1991년에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 부분에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원유(매장량 세계 7위)와 가스뿐만 아니라 텅스텐 매장량은 세계 1위, 우라늄과 크롬, 금, 구리, 철광석 등 자원의 보고이다. 국토의 대부분이 스텝, 평야, 산악지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38만㎢의 광활한 경작지를 보유하고 있어 연간 1,500만톤 정도의 밀 등 곡물을 생산하는 세계 10대 식량수출국이기도 하다.
<그림 1> 카자흐스탄 지도
카자흐스탄의 국토면적은 서유럽과 비슷한 크기로, 한반도의 12배, 남한의 27배에 달한다. 북쪽으로 러시아와 7,591km의 국경선을 접하고 있고, 동쪽으로 중국, 남쪽으로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그리고 남서쪽으로 카스피해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행정구역은 2개의 특별시와 14개 주가 있고, 수도는 중북부에 위치한 아스타나(Astana), 경제 중심지는 1997년까지 수도였던 알마티(Almaty)이며, 한국과의 직항로도 알마티로 연결된다.
카자흐스탄은 국토의 상당부분이 평지이지만 불모지에 가까운 스텝지대가 많고,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은 국토의 가장자리에 흩어져 있다. 텐산(天山)산맥의 북단이 위치해 있는 동․남부 지역은 해발 4,000m 이상의 산악지대이다. 동부지역은 알타이산맥 남단에 위치하고 있어 해발 2~3,000m에 이르는 산악지대와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부지역은 대부분 스텝지역으로서 수목이 자라지 못하는 곳이나, 일부는 1950년대 말부터 추진된 소련의 ‘처녀지 개간정책’으로 현재는 밀 등 곡물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3. 카자흐스탄 경제와 농업현황
가. 경제현황과 전망
카자흐스탄은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한 개혁·개방 정책의 지속적 추진과 카스피해 원유개발 등 원유·가스 산업의 발전을 바탕으로 2000년 이후 매년 10% 수준의 고도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빠른 경제성장은 원유, 가스, 우라늄 등 카자흐스탄이 풍부히 보유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 에너지 자원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급속한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카자흐스탄은 ‘2003-2015 혁신적 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여 석유화학, 건축자재, 식품가공, 물류, 제련 등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편 철도, 전력, 통신 등 기간사업의 민영화 계획도 수립하여 ‘산업다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최근 제조업, 첨단기술 산업 및 농업 등 여러 산업의 균형발전을 주요 경제개발 과제로 하는 장기종합개발 정책을 수립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유가 추세와 더불어 서비스․유통 분야의 약진이 예상되지만, 세계적인 성장 둔화 추세에 따른 원자재값 하락과 미국발 유동성 위기, 달러 약세 등이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표 1> 카자흐스탄의 주요 경제지표
연 도 구 분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1분기 |
인구 (만명) |
1,495.1 |
1,511.0 |
1,521.7 |
1,538.0 |
1,556.5 |
1,556.5 |
1인당 GDP(US$) |
2,064 |
2,700 |
3,700 |
5,100 |
6,800 |
- |
산업생산 성장률(%) |
8.8 |
10.1 |
4.6 |
5.9 |
4.5 |
3.7 |
인플레이션 (%) |
6.5 |
6.7 |
7.6 |
8.4 |
10.8 |
18.7 |
평균환율(텡게/$) |
151.0 |
135.9 |
132.8 |
127.3 |
122.1 |
120.6 |
외환보유고 (억$) |
49.6 |
92.7 |
70.7 |
191.2 |
176.2 |
242.2 |
나. 카자흐스탄 농업개황
카자흐스탄의 총 국토면적은 272백만ha, 그 중 경지가 85.3백만ha로 31.3%를 차지하고, 산림 23.5백만ha(8.6%), 호수․하천 등 수자원 스톡 3.7백만ha, 특별보호구역 3.3백만ha, 산업․운송․비농업 용지 2.5백만ha, 보전토지 122백만ha(44.8%), 기타 33백만ha(11.8%) 등으로 분포되고 있다. 농경지는 81.3백만ha이고 그중 경작가능지는 22.1백만ha, 목초지는 55.8백만ha이다. 농촌인구는 6,564천명으로 총인구의 42.6%를 차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북부는 러시아 남부와 긴 국경선을 맞닿아 있는데, 구소련의 농업개발 정책으로 황량한 벌판이 농지로 개간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지평선에서 밀농사를 주로 한다. 겨울에는 땅이 얼어붙어 작물을 재배할 수 없고, 밀도 봄에 파종하여 가을에 수확하는 여름재배를 주로 하고 있다. 강수량과 관개시설이 부족해 하늘에 의존해 밀농사를 짓다 보니, 생산성이 낮지만 규모가 커서 세계 유수의 곡물 수출국이다.
일반적으로 카자흐스탄은 지하자원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데, 사실은 농업국이다. 넓은 국토면적에서 총토지의 77%가 경작가능지이고, 총인구 중 농업인구가 35%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농업국이다. 2007년 곡물 재배면적 3,180만ha 중 밀 재배면적이 1,290만ha, 생산량은 약 1,600만톤, 그 중 절반 이상을 주변 국가와 유럽, 중동 등 세계 40여개 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밀가루도 주변의 CIS 국가를 중심으로 연간 80만톤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주곡인 밀 이외에도 감자, 보리, 옥수수, 쌀, 옥수수, 콩, 해바라기 그리고 소, 양, 말 등 축산과 유제품도 많이 생산되고 있다.
다. 농업생산 현황
카자흐스탄의 농업경영체는 농업회사, 전업농가, 생계형 농가의 3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농업회사는 농업경영에 관한 복합적인 영농을 하고 있는 농업관련 주식회사, 지주회사 등 지역별 또는 전국단위의 조직을 가지고 있는 법인이며, 전업농가는 가족노동력을 기초로 농산물을 생산․가공․판매하는 영농형태를 말하며, 생계형 농가는 별도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가소비를 위한 소규모 농지와 하절기 동안 영농이 가능한 농지 등을 경작하는 소규모 영농형태를 말한다.
농업회사는 2007년 현재 총 7,340개가 있는데 카자흐스탄 전체 농축산물 생산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연평균 근로자수는 158천명이며 42백만ha의 농지를 사용하고 있다. 전체 농업회사의 순수익은 5,013백만 텡게(41.8백만$) 수준이나, 전체의 21%인 1,531개의 회사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업농가는 161천 농가로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은 248ha이며, 농업총생산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농가 수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농업부문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계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소규모 생계농의 경우 농업총생산의 53%를 차지하고 있으나, 품목별 자세한 통계자료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주요 재배작물의 분포를 보면 밀, 보리, 귀리, 해바라기, 사료용 식물 등은 전국에 걸쳐 재배되는데, 밀의 경우 국토의 북쪽에 있는 주에서는 봄에 파종하여 가을에 수확하는 봄갈이 밀을, 그리고 남부지역에서는 가을에 파종하여 봄에 수확하는 가을밀을 재배하고 있다. 쌀은 악토베주, 서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남카자흐스탄 등에서 재배되고, 옥수수와 콩도 남부지역 위주로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4. 농산업 투자진출 가능성
가. 농업분야 진출환경
카자흐스탄 정부는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농산업 부문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농산업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수립하고, 선진외국의 기술과 자본을 유치하여 농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8년 10월 국제농업투자포럼을 개최해 농업분야에 대한 외국 투자확대를 원하는 입장을 전파하는 동시에 농업부문별 특장점을 홍보하는 기회를 가졌다.
카자흐스탄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GDP의 23.1%에서 2006년 5.5%로 감소하고 있으나, 농촌인구 비중은 43%로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다. 농업은 곡물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밀의 경우 세계 6~7위의 수출국이다. 과일과 채소는 우즈베키스탄 등 이웃국가로부터 많이 수입하고 있으나, 최근 주요 도시마다 근교에 온실을 설치하여 국내 소요량을 공급코자 시도하고 있다. 그린하우스는 심켄트, 아티라우, 악토베 등지에 터키, 이스라엘 회사들이 주도하여 건설하고 있다. 현재 축산 및 유가공 분야가 공급이 가장 부족한 부문으로 캐나다와 네덜란드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곡물가의 상승에 따라 러시아의 농업부문에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어 생산성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와 유사한 환경을 갖고 있으며, 질 좋은 곡물류 생산이 가능한 카자흐스탄도 새로운 공급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농업투자는 보통 토지에 대한 투자를 수반하고, 식량안보적 성격을 감안하면 정치적 위험도 큰 것이 사실이다. 도시화에 따라 노동력이 부족하고 사회주의 잔재에 따른 노동윤리 부족 등으로 기대한 정도의 생산성 제고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내의 인적 네트워크 개발을 통한 정치적 위험의 최소화 노력이 필요하고, 농업인력 노동윤리 향상을 위한 심리적․교육적 기법을 동원한 생산성 제고 노력도 필요하다.
카자흐스탄 농업진출 기본전략은 광활한 영토에서 오는 잠재력과 우리의 집약적 영농기술 및 농업인력 개발 경험을 결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 발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농업기술로 카자흐스탄의 농업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농업관련 기술, 농기계 등 연계 수출을 도모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지공장 건설을 통한 진출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내시장과 아시아, CIS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카자흐스탄은 원료 공급원으로, 우리나라는 기술과 자본을 투자하여 가공공장을 건설하고 마케팅․금융 등을 지원하는 주요 수입선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농업투자진출 유망분야
1) 해외 식량 생산지지로서 곡류 및 관련 가공업에 진출 : 밀, 감자 등 식량안보 차원에서 긴요한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서 대규모 기업농장을 조성하여 직접 경영하거나 위탁경영, 또한 이와 관련된 농기계(도정시설 등), 비료 생산 등의 분야에 진출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밀의 경우 가공하여 밀가루 형태로 CIS 국가에 수출하거나, 과자류 및 시리얼 등으로 가공하여 수출 또는 현지판매를 하는 방법이다.
2) 그린하우스 건설 분야 : 곡물과 육류 생산은 충분하지만 채소류는 많은 부분을 수입하므로 한국의 발전된 건축기술과 재배관리 기술로 신선채소류 및 화훼류 등 그린하우스 분야에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 관개시설과 수자원 절약기술 분야 : 메마른 남부지역을 위해서는 물을 절약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관개기법 관련 발전된 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하여 카자흐스탄은 수리시설을 개발하여 농업관련 수자원 절약기술을 12백만ha의 국토에 적용해 연간 26백만톤의 곡물을 증가시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4) 농업 과학기술 분야 협력 : 카자흐스탄은 농산업을 위한 과학연구 투자를 2012년까지 5배 증액할 계획이다. ‘KazAgrolnnovations’가 과학분야 중복연구를 조정하고 과학자들의 보수를 인상시키는 등 농업과학 분야의 효율적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농업생산자들은 농지개량, 친환경 농법, 목축 및 농기계 장비의 현대화를 통해 농업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5) 농업인력 개발 분야 : 카자흐스탄은 저밀한 인구구조 및 농업기피 풍토로 인하여 농업인구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넓은 국토자원을 활용하여 생산성 높은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급 기술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므로, 한국의 기술력과 농업인력 개발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다.
6) 바이오에탄올 연료 개발 : 옥수수, 감자뿐만 아니라 넓은 경지를 이용하여 바이오에탄올 연료개발 분야에서 이 나라에 적합한 작물을 선정토록 하여 기술협력을 통해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7) 농업금융 분야 : 카자흐스탄은 우리의 농협과 유사한 기관으로 국영기업인 KazAgro Finance를 운영하여 농기계 구입 등을 위한 리스 및 농기계 정비센터 운영, 농업부문의 대출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조직의 성격은 국책금융기관으로 주요 임무는 농산물 가공시설의 현대화를 위한 금융제공, 농산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기술의 도입, 기타 농업용 시설․장비 리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 기관은 카자흐스탄 농업분야 투자를 원하는 외국기업에 대한 컨설팅 업무도 수행하고 있는 바, 농협 등 우리 금융기관 및 농업투자를 원하는 기업과의 협력관계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5. 맺는말
해외 식량기지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투자수익률이 낮고 자본 회수기간이 긴 농업개발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상지역과 작물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와 전략을 수립하여 진출해야 한다. 정부는 진출국가와의 협약체결, 제도적 및 외교적 지원, 정보 기술 제공, 금융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민간이나 공기업이 철저한 사전 타당성 조사를 하고 착수해야 할 것이다. 특히 농작물 재배기술과 생산기반 전문가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고, 건조․저장․유통 등 수확후 처리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여, 유통인프라가 확보되어야 위험관리 측면에서도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 자료 : 농촌진흥청 [연구와 지도] 2009 춘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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