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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에 대비한 기술개발 성과와 과제

곳간지기1 2008. 7. 28. 13:25

  "식량위기에 대비한 기술개발 성과와 과제"

 

1. 애그플레이션과 식량위기

  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애그플레이션’을 넘어 ‘식량전쟁’ 위기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곡물가격은 연일 사상최고치를 갱신하고, 곡물 재고율은 사상최저로 떨어지고 있다. 최근 필리핀․이집트․아이티 등 많은 개발도상 국가에서 식량난으로 소요사태가 일어나고, 사회적 불안에 직면한 국가는 최소한 30개국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주곡인 쌀만큼은 자급되고 있어 곡물대란에서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밀, 옥수수 등 자급기반이 무너져 전체식량 자급도는 28%에 불과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공급은 불안정하고, 중국․인도 등 신흥국가의 식량 및 사료곡물 수요증가와 고유가에 따른 바이오 에너지용 곡물수요는 증가하고, 카길, 몬산토 등 메이저의 곡물시장 영향력 확대 등 앞으로 국제 식량전망은 밝지 않다.

  밀, 콩, 옥수수 등 세계 곡물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각국의 물가상승 압박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영어로 농업과 물가상승이 합성된 신조어로,곡물가격 상승이 식품가격 전반을 상승시켜 결국 농산물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 곡물수급 동향을 보면, 2000년대 들어오면서부터 세계적으로 곡물소비 증가가 계속 일어났고, 생산은 기상이변 등으로 불안정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미 농무부(USDA) 전망에 따르면, 세계 곡물재고율은 1999/00년 31.5%에서 계속 하락하여 올해는 15.3%로, 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재고율 17~18%에 크게 못 미치는 사상최저 수준이다.


 <표 1> 세계 곡물 수급동향과 전망

                                                         단위 : 백만 톤

구    분

1999/00

2005/06

2006/07

2007/08(추정)

생  산  량

1,872.17

2,017.20

1,995.21

2,100.60

공  급  량

2,452.74

2,421.70

2,383.41

2,435.29

소  비  량

1,865.42

2,031.59

2,048.71

2,111.80

교  역  량

 244.19

 253.47

 258.34

 262.27

기말재고량

 587.32

 390.11

 334.69

 323.50

기말재고율

 31.5

 19.2

 16.3

 15.3

 자료 : USDA, World Agricultural Supply and Demand Estimates, WASDE-458, May 9, 2008


2. 국제곡물가격 상승의 원인

  세계 곡물재고가 줄어들면서 곡물의 국제가격은 2006년 후반부터 급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의 월평균 가격동향을 보면, 2006/07 곡물연도 평균가격에 비해 2008년 4월 현재까지 약 2년 동안 밀(HRW 2등급)은 1.9배, 옥수수(2등급)는 1.6배, 콩(1등급)은 1.8배, 쌀은 미국 장립종(2등급) 2.0배, 중립종(1등급) 1.4배, 태국 장립종(2등급)은 2.9배가 각각 상승하여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표 2> 세계 곡물 가격 동향

                                                         단위 : US$/톤

곡물년도

선 물 가 격(CBOT)

쌀 가격(FOB)

옥수수

미국장립

미국중립

태국장립

1999/00

105

83

182

270

454

231

2002/03

137

94

213

223

327

199

2005/06

142

88

214

334

484

301

2006/07

181

140

267

407

538

320

2007/08

424

218

500

571

633

510

2008.4월

(’06/07대비)

350

(193.4)

230

(164.3

490

(183.5)

816

(200.5)

758

(140.9)

929

(290.3)

 주 : 곡물년도는 밀(6-5월), 옥수수/콩(9-8월), 쌀(8-7월), 밀 2등급(KCBOT), 옥수수 2등급, 콩 2등급(CBOT),

        미국 장립종 쌀 Gulf coast 2등급, 중립 California 1등급, 태국 100% B등급

 자료 : USDA ERS and AMS, May 13, 2008


  국제곡물가격 상승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공급은 감소하거나 불안정하고, 유가상승과 운임상승, 달러화 약세 등 거시경제 측면의 요인까지 가세했다. 수요측면의 요인이 장기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원인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요측면에서 보면 중국․인도 등 인구대국의 경제발전에 따라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식품수요가 늘어나고, 특별히 육류 소비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사료곡물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 큰 원인이다. 다음은 유가상승과 에너지 고갈에 따라 바이오 연료용 곡물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이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바이오 에탄올용 곡물 소비는 ’03년 3,400만톤에서 ’07년 1억톤으로 3배 증가했고, 미국의 경우 옥수수 생산량의 약 1/3이 바이오 연료에 사용되고 있다.

  둘째, 공급측면에서 보면 지구온난화 등으로 최근에 가뭄, 폭우 등 기상이변이 많이 일어나 부분적으로 곡물생산량이 감소하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호주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05/’06년 2,500만톤에서 ’06/’07년 980만톤으로 격감하였고,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가뭄과 홍수 등 기상이변으로 곡물생산이 차질을 빚어 곡물재고가 전반적으로 감소하였다. 바이오 에너지 원료가 되는 옥수수 재배면적 증가로 밀과 콩의 재배면적이 감소하였다. 그리고 최근 곡물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러시아, 중국, 인도, 아르헨티나 등 수출국들이 밀, 보리, 옥수수 등에 수출세를 부과하거나 수출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카자흐스탄이 밀 수출 제한조치를 발표하자 국제 밀 가격이 하루사이에 25%나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세계 곡물수급이 불안정하여 가격이 폭등하자, 1973년 세계 식량파동 때처럼 곡물을 무기화하는 식량자원 민족주의가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셋째, 거시경제적인 측면을 보면, 달러화 약세와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현상이 나타나는 등 금융위기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게 되니까 곡물메이저 등의 유동성 투자자본이 단기적으로 곡물이나 원유, 원자재 등으로 이동함으로써 곡물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유가상승으로 인한 생산비와 물류비 상승도 곡물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3. 곡물가격상승 영향과 전망

  곡물 가격이 오르면 식품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게 되고, 그것은1차적으로 서민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필리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멕시코 등에서는 식료가격 상승으로 노동자들의 시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물가동향'에 따르면, 수입밀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140.3%, 콩은 85.9%,옥수수 53.9% 등 큰 폭으로 올랐다. 따라서 국수, 과자류 등 밀가루 제품의 가격상승 러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사료곡물 가격이 올라감으로써 배합사료 가격이 평균 30% 이상 올랐고, 유가와 운송비 상승으로 농업경영비 상승요인이 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UN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의 곡물 수급전망을 살펴보면, 장기적으로는 곡물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가격상승이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개발 국가들의 수요확대는 계속되고, 지구 온난화 현상은 단기간에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바이오 연료 수요증대와 유가상승 등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곡물가격의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 식량자급을 위한 기술개발 성과

  우리나라는 다행히 주곡인 쌀은 자급하고 있지만 밀, 콩, 옥수수 등 기타 곡물의 국내 자급도는 극히 저조하다. 전체곡물 자급도는 28%에 불과하며, 밀은 0.2%, 옥수수 0.8%, 두류 11.3%, 보리 52.8% 등이다. 식량자급이 안되는 상황에서 세계 곡물 수급전망은 불투명하고, 식량을 무기로 하는 자원민족주의는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여 식량안보 차원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쌀 자급을 위해서는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 ‘통일벼’ 등 다수확 품종개발과 재배기술 보급을 통해 ‘녹색혁명’을 달성했다. 주곡자급은 1970-80년대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되었고, 특히 1997년 외환위기시 쌀 수량 사상최고(518kg/10a)를 기록함으로써 서민경제 안정으로 국가적 위기상황을 조기에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최근 수입곡물 가격폭등에서도 생활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통계청의 생활물가지수는 2007년 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7.5% 상승하였다. 품목별로는 국수 57.9%, 라면 23.6%, 빵 16.0% 등 밀 가공제품은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반면, 쌀은 4.7%, 떡은 3.8% 상승에 그쳤다. 반면 수입 콩을 주원료로 하는 두부는 22.0%, 수입 밀을 주원료로 하는 국수, 라면 등은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따라서 세계적인 식량위기에서 주식인 쌀의 자급은 민생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국제가격과의 격차가 컸던 밀, 콩, 옥수수, 잡곡 등에 대해서는 연구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밀과 보리, 사료작물 등 동계작물은 벼농사 농기계를 이용해 답리작으로 재배가 가능하나,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농가에서도 기피하고 수입곡물에 비해 수요가 적어서 겨울철 유휴경지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생산기반이 크게 위축되어 왔다.

  이와 같이 정책적 관심에서 멀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농촌진흥청(작물과학원)은 품질이 우수하고 숙기가 단축된 밀과 사료용 품종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 수입밀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금강밀’, ‘우리밀’ 등 제분용 품종을 개발하였으나, 국내외 가격차가 커서 보급이 지연되고 있었다. 최근 수입밀 가격이 급등함으로써 밀 재배여건이 차츰 나아져 국산 품종의 보급확산을 위해 시범단지를 확대하고, ‘참들락’이라는 브랜드 개발로 국산 밀 이미지 개선과 인지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조사료 자급을 위해 까락이 부드러운 ‘우호’, ‘유연’ 등 청보리 전용품종도 개발하고, 숙기단축과 수량성 제고(30톤/ha 이상), 사일리지 조제기술 등 사료가치 향상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료용 벼(녹양)와 옥수수(광평옥 등), 그리고 시장개방에 대응해 고품질을 지향하면서도 비상시에 대비 ‘한아름’ 등 가공적성 다수확 벼 품종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그 밖에도 간식용 옥수수(찰옥4호 등), 논 재배 적응성 콩, 잡곡, 고구마 등 개발된 품종의 적응성을 높이는 실증시험, 여건변화에 따라 재배면적을 점차 확대할 수 있도록 종자증식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5. 식량위기에 대한 대응방안

  지난 1972-73년 제1차 세계식량파동을 겪었고, 밀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농업은 생산기반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자급률 제고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식량자급률 목표를 설정하고(2015년 주식용 54%), 사료 구매자금 특별지원(1조원), 청보리 등 조사료 생산확대, 수입곡물 안정확보를 위한 세제개선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 곡물시장의 수급동향을 계속 주시하면서 국내 식량 생산기반의 유지․확충과 수입선 다각화, 선물시장 활용도 제고, 중앙․동남아시아․러시아 등 해외 곡물생산기지 확보 등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세심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존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자급하고 있는 쌀은 고품질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식량부족 상황에 대비하여 초다수성 품종개발도 병행하고, 가공식품 개발로 밀, 콩 등 수입곡물 수요를 최대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식량자급을 위해서는 농가가 경지와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경지기반 정비, 판로확보와 생산비 절감을 통한 수익성 제고가 뒷받침 되어야만 재배유인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의 마틴 울프는 ‘세계 식량위기는 농업개혁의 기회’ 라는 칼럼에서 식량위기의 취약계층인 빈곤층의 굶주림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식량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연구개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도 식량위기에 대응하여 국내외 연구개발투자를 강화하고, 해외식량기지 건설에 있어서도 농업기술 인력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박 평 식/ 농촌진흥청 경영정보정책관실 연구관    * 농촌진흥청, 연구와 지도, 2008 하계호

   * 블로그 : “농업은 생명” blog.daum.net/psp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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