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한 판매관리”
박평식 박사 / 한국농업개발원 연구위원
□ 쌀 소비 트렌드 변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보릿고개 이야기하면 갸우뚱한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까지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국가적 지상과제였다. 대통령이 직접 식량 증산을 독려하고, 다수성 ‘통일벼’ 개발보급으로 쌀 수량 세계최고를 달성했을 때는 ‘녹색혁명 성취’ 기념탑을 세워주기도 했다. 외환위기(1997)와 세계 식량위기(2008) 때도 쌀 자급은 국가경제 위기 상황을 벗어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국민의 소득수준 향상과 더불어 과일·채소·육류 등 식품 소비패턴이 다양화되는 경향을 보이며 쌀 소비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80년 132kg에서 최근 58kg로 줄었다. 재배면적은 감소했어도 단위수량이 증가해 생산은 유지되는데, 시장개방으로 의무수입량(409천톤)까지 있으니 쌀이 남아돌아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가공 등 소비 확대와 수출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으니 격세지감이다.
농촌진흥청이 2010년부터 10년간 전국 1,486가구의 가계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농식품 소비행태는 젊은 소비, 건강 중시, 간편 소비, 먹거리·구매장소 다양화로 나타났다. 쌀 소비패턴을 보면 가구당 쌀 구입량과 구매빈도도 현저히 감소했고, 가구 특성별로도 전반적으로 소비감소 추세가 확인된다. 포장 규격은 20kg이 현저히 감소하고 10kg이 대세가 되었으며, 5kg 미만 소포장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 소비자들의 쌀 품질 선호도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하는데, 쌀 소비자의 행태를 관찰해 보자. 쌀(백미) 주요 구입처별 구입액 비중을 보면 슈퍼마켓(29.0%), 기업형 슈퍼마켓(24.0%), 대형마트(20.4%)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다음이 인터넷(7.4%), 전통시장(5.1%), 농가 직거래(4.6%), 전문점(4.2%) 등이다. 최근 코로나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경향으로 온라인 구매가 현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가 쌀 구입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택요인은 브랜드(37.7%)와 도정일자(34.5%)로 나타났고, 다음이 가격(18.2%)과 포장단위(9.6%) 등이다. 2000년대 초반의 조사에서는 브랜드나 가격보다 안전성과 품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제는 품질이 포함된 브랜드가 더 중요해졌다. 특히 가구원수가 적을수록 브랜드와 도정일자를 중시하고, 가구원수가 많으면 가격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무한경쟁 시대 우리 쌀 산업의 생존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 중요한 과제이다.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상태로 시장개방이 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최고품질과 안전성 등으로 먼저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쌀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품종·기상·토양·시비 등 생산관리도 중요하지만, 건조·저장·가공·유통 등 수확 후(Post-harvest) 관리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품종이나 재배기술 등 생산과정은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는 수준이지만, 수확 이후 단계에서의 품질관리에 개선할 과제가 많다. 정책방향이 고품질화로 전환된 이후 농가의 양질품종 선택, 질소질 비료 줄여주기, 적기이앙·수확 등 재배관리는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건조·저장시설 부족, 품질 정보 표기 및 관리가 미흡한 저품질 브랜드의 난립 등 유통단계에서 개선되어야 할 과제가 많다.
□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쌀 브랜드화
여느 재화와 마찬가지로 쌀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으면 판매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고품질 쌀 생산이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에게 홍보를 통해 판매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브랜드화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는 판매자가 자기 상품을 경쟁자의 상품과 구별하게 하는 이름, 용어, 표시, 상징 또는 디자인의 결합체이다. 생산에서 소비과정을 망라하는 총체적인 노력의 결정체인 것이다.
쌀도 브랜드 경쟁 시대가 되었다. 몇몇 도 단위 광역 브랜드가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했고, 시군 단위 공동 브랜드가 압도적이며, RPC 또는 농가 개별 브랜드도 많다. 이제 임의 브랜드로는 경쟁하기 어려워졌고, 품질인증이나 상표로 등록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쌀의 브랜드파워가 다른 상품군에 비해 낮은 수준인데, 지역이든 농가든 브랜드파워 향상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품종선택과 재배관리 등 생산단계의 노력과 더불어, 수확 후 관리의 중요성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최고품질, 기능성, 소포장, 도정일자 등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기술개발에 반영하고, 생산자도 시장지향적 경영마인드로 무장하여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성공하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신뢰확보 노력은 더욱 중요하다.
* [미래로 가는 전남농업] 2021년 6월호, 코칭팜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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