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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주요 수출시장 유통실태와 대응전략 [박평식]

곳간지기1 2019. 12. 12. 07:00


쌀 주요 수출시장 유통실태와 대응전략

박평식 박사
  한국연구재단 전문경력인사  (전남농업기술원 전문위원)
  블로그 “농업은 생명창고” http://blog.daum.net/psp727


□ 쌀 수급동향과 수출 여건
  세계무역기구(WTO) UR협상 타결을 계기로 자유무역시대가 도래되어 우리나라도 자급자족적 폐쇄농업국에서 농산물 시장이 전면 개방되었다. 최후의 보루였던 쌀마저 20년에 걸친 관세화 유예조치를 완료하고 2015년부터 관세화 되었다. 세계의 쌀 생산량 약 5억톤 중 9.5% 정도가 교역되고 있으며, 주요 수출국은 인도, 태국, 베트남, 미국, 미얀마 등이다. 2008년 세계 식량위기 시 폭등했던 쌀 가격이 조금 안정화 되었으나 여전히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에서 주곡인 쌀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단위수량 증가로 생산은 유지되는데, 소비량은 1980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외국 쌀 의무수입량은 연간 409천 톤으로 총 소비량의 10% 정도 되니 쌀 생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식량안보에 대비한 재배면적 유지도 필요하지만, 쌀 가공 등 소비촉진과 더불어 수출이나 원조를 통한 재고관리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 자급의 중요성은 물론 관세화 유예조치를 20년간 받았기 때문에 쌀 수출을 엄격히 제한해 오다 2007년에 처음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그 후 수출국 수는 점차적으로 증가해 50여 개국에 이르렀지만, 수출량은 연간 2천 톤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 고품질 안전성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있으나, 가격경쟁력이 약세인데다 한국 쌀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은 실정이다. 교민들의 우리 쌀 선호 등 잠재수출 가능성은 있으나 수출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 한국 쌀 주요 수출시장 유통실태
  한국 쌀의 주요 수출시장은 미국과 호주 교민시장이다. 그리고 한류열풍에 따라 동남아시아의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동지역의 아랍에미리트(UAE)와 러시아 등이다. 오대양 육대주로 조금씩 나가지만 미국, 호주 등 자포니카(중립종) 쌀 시장의 선두주자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기 때문에 현지시장보다는 교민시장이 주요 타겟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여 현지인 시장과 인디카(단립종) 쌀과의 경쟁도 치러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자포니카 쌀이 주로 생산되는 캘리포니아 시장에서는 미국에서 생산된 칼로스 쌀이 ‘한국미’‘한가위’‘이천(Rhee chun)’등 한국명 브랜드로, 그리고 일본·중국계 등 아시안 마트를 중심으로 거래된 역사가 길다. 그 시장에 진출한 한국 쌀은 주로 한인마트를 중심으로 교민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한편 아시안과 히스패닉계 인구의 증가로 제3세계 고유한 전통음식 즉, 에스닉(Ethnic) 푸드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최근 해남산 ‘하양가바쌀’이 LA 교민시장(한남체인)에 입점해 고급브랜드로 정착해 가고 있다.


  호주의 경우 독점적 기업인 ‘SunRice’가 생산과 가공, 유통과 수출을 장악하고 있으며, 현지시장에서는 호주산과 미국, 태국, 파키스탄 산 등 소포장 위주로 유통되고 있다. 시드니에 10만 명이 넘는 한인교민들이 있어 한국 쌀은 대부분 한인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미국 쌀과 호주 쌀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품질은 우세한 편이기 때문에 한국교민과 아시안계 소비자들이 한국 쌀을 찾고 있다. 멜버른과 캔버라도 마찬가지인데 가격경쟁이 관건이 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한류열풍을 앞세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하고 있으나, 가격 측면에서 일본산에 비해 저렴하지만 미국, 이탈리아, 호주산 등에 대해서는 비싼 편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콩에서는 2kg 정도 소포장으로 백화점이나 고급 수퍼마켓에서 일본쌀과 경쟁하고 있는데, 서민층보다는 고급 소비자층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한인마트 중심으로 들어가는데, 고급 쇼핑몰의 한국식품 코너를 늘려가고 있다.


  중국 시장은 2015년 검역협상 타결로 2016년 초부터 엄선된 6개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이 훈증시설 설치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 의욕적으로 진출했으나 사드배치 등 한중간의 정치적인 갈등이 발생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다. 정치적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고품질 안전성 이미지를 유지하며 고품격 매장을 겨냥해 중장기적인 전략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유통채널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쌀 수출단지 사례와 개선방안
  미국과 호주 등 자포니카 쌀 수출국들은 대규모 경영에다 쌀이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수출 위주로 세계 쌀 시장을 선점해 왔다. 우리 쌀은 수출시장에 뛰어든 연륜이 짧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품질은 뛰어나지만 가격 경쟁에서 열위에 있다. 따라서 우리 쌀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품질과 안전성으로 승부하는 고가미 전략과 중저가 쌀 시장을 공략하는 ‘2-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지화를 통한 비용절감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정부에서는 2012년부터 수출용 쌀 생산단지를 조성해 단지별 50농가-100ha 기준으로 시범단지를 지원하고 있다. 엄격한 사업계획 심사를 통해 시범단지당 연간 1억원(국비 50, 지방비 50)의 사업비를 지원해 전략품종 선택과 종합기술 투입으로 생산비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출용 쌀 생산단지의 경영성과를 보면, 인근농가 대비 생산성 3.6%, 소득 10.5% 증가, 기술수용도 91.2%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시범사업 보고서).


  수출용 쌀 생산단지 운영사례를 보면, 전북 군산의 경우 미곡도정 전문기업이 2007년 ‘대한민국 수출1호쌀’의 명성을 이어가며 꾸준히 수출 위주의 경영전략을 추진해 지역의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다. 전남 해남에서는 3년의 시범사업이 마무리되자 지역 자체 예산을 확보해 쌀 수출 시범단지(82ha)를 특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수출확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대적인 홍보와 더불어 ‘하양가바쌀’브랜드로 연간 50톤씩 지속적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 한국 쌀 수출확대 대응전략
  세계 쌀 시장 전망을 보면, 동양식단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중단립종과 향미 등 고품질 쌀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친환경 유기재배, Non-GMO 등 안전성이 검증된 쌀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글루텐프리, 가바쌀, 발아현미 등 기능성 특수미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한국은 경제영토 1위 국가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교민들의 한국 쌀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고급 이미지를 계속 이어가며 시장을 점차 확대해 가야겠다.


  한국 쌀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권역별 특성을 검토 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국 쌀 선호 가능지역을 우선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기초조사가 선행되고, 품질 특성별 타겟을 정해 한인마트, 기능성 전문점, 한식 및 일식 식당 등 시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생산 및 운송과정의 품질 유지기술을 보완하고 한국형 독창적 이미지와 현지인 선호도를 결합한 포장 디자인, 지속적인 홍보와 공격적 마케팅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생산자는 최고품질 쌀 생산매뉴얼을 준수하고 단지화로 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농협이나 미곡종합처리장(RPC)은 계약재배와 저장·가공시설 개선을 통한 품질관리로 수출 지향적 마케팅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연구와 기술보급을 담당하는 기관에서는 수출적합 품종 선발, 품질 차별화, 단지 맞춤형 적정 기술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행정 등 유관기관에서는 국가별 시장조사와 지속적 홍보 및 판촉활동 등 전후방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미래로 가는 전남농업, 2019년 12월호 인사이트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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