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단상/교회·봉사활동

외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 (나성훈)

곳간지기1 2008. 3. 31. 10:19

 

Ⅰ. 외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 / 나 성 훈
    - 내 아들이 십자가에 못 박히던 날(고난주간 묵상) -
                                                                             
내가 창조한 인간들이 내게 등을 돌리고
내 아들을 십자가 위에 못으로 박으며 조롱할 때
나의 심장은 천둥처럼 소리 내어 뛰었고
내 피는 거꾸로 치솟았으며
내 두 눈에는 짙은 피눈물이 고였다.

십자가 위에서 내 아들이
“아버지여, 아버지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절규할 때
비정한 아버지라는 소리를 듣는 듯
울음이 가슴을 타고 내려와
내 마음은 갈래갈래 찢어져도
내 아들을 십자가 위에서 내려오게 하지 않았다.

내 형상대로 창조한 너희를 사랑하기에,
너무나 사랑하기에
나는 저 로마의 극악무도한 사형수 형틀에
나의 아들을 희생 제물로 내어 주었다.

너희는 아느냐?
사랑한다는 것이,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이
희생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너희 인간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등 돌리며 아픔도 주지만
나에게 사랑한다는 것은
온 몸으로 책임지고 온 영혼을 불살라 주며
내 아들의 생명까지도 죽음에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십자가 위에서 내 아들이 죽던 날 밤
나는 한잠도 못자고 그만 울면서 밤을 지새웠다.
너희가 에덴동산에서 나에게 불순종하여 떠나게 된 이후
나는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처럼
항상 문을 열고 돌아오기를 기다려 왔다.
너희를 창세기에서 만든 이후
내 아들이 십자가상에서 죽던 그 날에서야
너희를 향한 내 사랑을 완성할 수 있었기에
비록 내 아들이 죽게 되어
내 가슴은 정말 찢어지게 아팠지만
내가 사랑을 온전히 줄 수 있는 날이어서
나는 또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 모든 것은 바로 너희를 사랑한
내 마음이었음을 기억하라.

이제 다시 내 아들을 살려
죽음의 그늘에 있던 너희들에게
소망의 빛을 주기 위고
죽음의 두려움에서 너희를 자유케 되게 하리니
이 세상을 창조한 것 보다
내 아들로 인해 너희를 구원하는 것이
더 아름답고 고귀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내 아들이 너희를 대신하여 십자가 위에서 죽던 날
나는 비로소 너희에게
‘사랑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고
이 땅의 사망권세를 이기고
내 아들이 다시 부활하는 날
내 아들은 만왕의 왕으로
다시 서리라.

Ⅱ. 우리를 위해 생명을 주신 주님의 마음
   - 내가 죽음으로써 사랑은 꽃이 피고 내가 부활함으로써 구원은 열매맺는다.
  
사랑하는 아버지!
이 세상에 가장 낮고 천한 모습으로 말구유에 태어나서
하늘의 복음을 선포하며 소외된 자들에게 소망을 주고  
아픈 자들을 치유하며 사랑을 외쳤건만  
내 제자로부터 배반의 잔을 마시고
얼굴에는 침을 뱉는 무리 앞에 묵묵히 서야 했고
종교지도자들로부터 무시와 따돌림을 당하였습니다.

때로는 아무도 오지 않는 광야에서 새벽 이슬 받으며
머리 둘 곳조차 없이 지냈습니다.
나를 따르던 많은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가장 사랑하는 제자인 베드로조차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나를 부인하였습니다.
홀로 있는 외로운 밤에
당신께 기도하였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고난의 잔을
내게서 멀리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구나 이제는 십자가 형틀에 올리우고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조롱하고 있습니다.
가시관은 내 머리를 찔러 두통이 너무 심하고  
못과 창으로 찔린 자리에서는 피가 쏟아지고
못 박힌 손은 나의 몸무게로 점점 찢겨져 나가며
이제는 완전히 탈진이 되어 갑니다.
이 자리가 내게는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찹니다.
아버지여, 아버지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그러나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이제 점점 희미해지는 내 의식을 붙잡고
다시 아버지가 주신 사명을 기억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저들을 사랑하시는
당신의 뜻대로
이 생명 모두를 다 주려 하오니
이제는 저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내 온 몸이 성전의 휘장처럼 위에서 아래로 찢어져도
저들이 당신께 나가는 길이 된다면
이제 죽어도 기쁨이 되겠습니다.
저들을 대신하여 내가 죽음으로써
구원을 이룰 수 있기에
여기 내 생명을 바칩니다.

내가 흘리는 피 한 방울 한 방울 대지를 적실 때
이 땅을 평화의 땅으로 만들어가게 하시고
한 영혼 한 영혼 회개하며 돌아오게 하시며
내 뼈들이 꺾일 때
이 땅의 사랑이 바로 세워지게 하시고
내가 숨을 거둘 때
하나님과 저들 사이에 막힌 담을 헐어 주옵소서.
그리하여 내가 다시 부활할 때
모든 인류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지워지며
천국에 이르는 소망을 주옵소서.

아버지여!
이제야 당신의 사랑을 다 이룰 수 있습니다.
여기 내 생명을 받아 주옵소서.

Ⅲ. 주님의 사랑을 받는 우리들의 마음
    - 제가 드릴 것은 너무 작아 오늘 그저 눈물만 흘립니다.

우리를 위해 주님의 생명을 아낌없이 주셨지만
미욱한 저희는 그 사랑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그저 무감동하게 지냈습니다.
너무나 형식에 익숙한 탓에
사랑을 외치지만 입술만 움직였고
온유를 내세우지만 겸손하지 못했으며
정직을 말하지만 거짓에 익숙했고
주님을 찾았지만 내 욕심을 위해 간구했으며
믿음을 이야기하지만 매일 불안 속에서 떨었습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셨어도
내 가정에서조차 사랑으로 감싸지 못했고
찬양을 하지만 내 속엔 기쁨이 없었습니다.

더욱이 서로를 미워하고 헐뜯고 싸우면서
마음에 평안이 없이 살아온 인생이었습니다.
너희는 세상에 ‘빛’이라고 하셨건만
이웃에 마음의 ‘빚’만 졌고
너희는 세상에 ‘소금’이라고 하셨건만
내 주변에 ‘소음’만 냈습니다.
이제 저희가 어깨에 메고 다녔던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내려 놓습니다.
주님, 받아 주옵소서.
그 동안 너무나 지치고 힘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낙심이 되어 포기하고 싶었고
인생의 마침표를 찍고 싶었던 순간
마치 몰래카메라에 포착된 듯
당신의 사랑의 눈빛으로 나를 포착하여 찍으시며
‘위로’부터 내려 주신 ‘위로’가 있었기에
여기 다시 설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전에서 흘러 나오는 아름다운 새 노래로
회복시켜 주옵소서.

나를 위해 주님이 지신 십자가는
당신 사랑의 절정에서 꽃피는 나무였고
주님이 찔리신 못자국은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하는 사랑의 흔적이었고
주님이 흘리신 피는
죽어가는 우리를 향한 생명의 헌혈이었습니다.  
보여주신 그 사랑이 너무 크기에
제가 드릴 것은 너무 작아
오늘 그저 눈물만 흘립니다.

꽃망울들이 팝콘처럼 터져 나오며
온 땅들이 푸르른 원색의 꿈을 꾸는
4월의 수채화 빛 풍경 속에
다시 부활하신 주님의 능력을 힘입어
이제는 부활의 삶을 살겠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드라마처럼
인생의 화면에
당신의 사랑에 대한 감동과 열정을
가득 적시며
그 주님을 향해
다함 없는 노래를 부르겠습니다.